베란다 화단에 이름 모를 싹이 자주 돋아난다. 설란 화분에도 그런 풀이 자라고 있었다. 잎새를 보아하니 난초 못지않게 참해서 선뜻 뽑아낼 수 없었다. 너도 참하게 자라 보라며 빈 화분에 옮겨 심었다.설란 속에서 떡하니 더부살이하던 새싹은 타래난초였다. 마디게 자라던 타래난초가 제 키보다 긴 꽃대를 올렸다. 보기에는 작고 여리나 자세는 꼿꼿하고 의연하다. 그 자태를 찬찬히 보려면 경배하듯 몸을 낮추어야 한다. 타래난초가 후대를 남기는 비법이 절묘하다. 단단히 받쳐 든 이파리 속에 줄기를 세워놓고 긴 나선형으로 돌려가며 매듭 모양으로
지역문단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성혜경 작가가 수필집 '타래난초'를 출간했다.'타래난초'는 성 작가의 첫 번째 수필집으로 2017년 으로 등단 이후 6년 만에 대중에게 내놓는 사유의 결실이다.이번 수필집에서는 등단 전후의 시간을 아우르는 최근 10년 간 성 작가의 삶과 사물에 투영된 섬세한 감수성과 집중력을 확인할 수 있다.수필집의 제목이 된 타래난초는 전국 산야에 널리 퍼져있는 난초과 식물로 긴 꽃대를 축으로 올려 꽃들이 나선형으로 돌려가며 피어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작가는 여려 보이지만 의연하게 어떠한 변화에도 중
글에 대한 사랑·열정 담아내"코로나에도 성장하는 사회" '그동안 우리는 눈빛을 보며 이야기 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두 손을 맞잡았던 짧은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기억이 되는지 멀어지고 나서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중략) 생소했던 거리두기도 지나고 보면 나쁘지 않았고 훗날 떠올려보면 추억이 될 것입니다. 이 한 권의 책도 훗날 꽃바람 같은 여러분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될 것입니다.' 김해수필협회(회장 이정심)가 지난 14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두 번째 수필집 '우리의 도전'을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되
재작년, 다우들과 나뭇잎을 다 떨군 가로수가 오스스 떠는 계절에 목공방을 찾았다. 따끈한 차와 새로운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고재 다탁에 눈길이 모였다.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묵직한 목재 결이 탐났지만, 다탁 끄트머리에 붙여진 만만치 않은 가격에 고향 빈집 대문이라도 떼어 와서 다탁을 만들어봐야겠다는 농담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진열장 앞을 서성거리다가 오도카니 앉아있는 그릇이 눈에 띄었다. 명판에 적힌 이름이 '보듬이'다. 두 손 가득 잡힐 크기로 구 윗부분이 조금 잘린 듯하다. 찻잔이라 하기에는 크고 그릇이라
참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반나절 동안 견디던 통증이 나를 짐 부리듯 털썩 내려놓는다. 달래주려고 어설피 손댔더니 더 열불을 낸다. 오늘은 터뜨리기로 작정한 모양이다.언제부턴가 오른쪽 엄지발톱이 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양말을 벗어보니 발가락 끄트머리가 벌겋게부풀어 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겨 파고드는 발톱을 삼각형으로 잘라내고 소독하는 것으로 버티었는데 결국 동티가 났다."어허 우짜노. 마취하면 좀 아플낀데."의사 말이 끝나자마자 뚝딱 치료가 끝났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걸리적거리던 유치를 빼던 유년의 기억처럼 골칫거리가
노인은 한눈에 봐도 연로하고 병색이 짙었다. 굽은 등에 팔다리를 약간 벌려 걷는 모습이 커다란 거미 같았다. 파마기 없어진 짧은 머리카락은 끄트머리만 까맸고 뒤통수가 눌린 것으로 보아 자주 누워 있는가 싶었다.길에서 만나면 허리 굽히는 정도로 어른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땅을 보고 걷던 노인은 굽은 허리를 힘겹게 펴서 나를 올려보곤 했다. 희미해진 눈썹 문신이 그늘이 드리웠고 회백색 눈이 나를 응시하면 섬뜩했다.거미할머니가 기운이 나면 마실 나오는 날이다. 늦은 밤에도 다닐 때가 있다. 차가 다니는 어둑한 골목에서 비척거리다 몸이
밤비가 타닥타닥 내리더니 하늘이 말갛게 아침을 열었다. 손을 뻗어 그저께 받아 놓은 책을 끌어당겼다. 한 시간여 글을 쫓아가던 시력이 기운을 잃는다. 애면 안경 렌즈를 꼼꼼히 닦지만 소용없다. 비 내린 후의 하늘빛이 아까워 그랬던가. 종일 책과 씨름을 했다.나만의 넉넉한 시간은 눈이 나빠져서야 찾아왔다. 시력이 좋았을 때는 잠은 왜 그리 많았는지 아이들에게 동화책 몇 권 읽어 주다가도 금세 자몽했다. 글을 빨리 읽는 편이지만 기억력이 나빠져서인지 앞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 그래도 책을 읽는 시간에는 만사를 잊어서 좋다. 새로운
U보라APT 작은도서관 초청강연나태주 시인 ‘설레는 독자 만남’지난 15일 오후 2시 전하동 U보라아파트 작은도서관에서 '풀꽃 시인 나태주와 독자의 설레는 만남'이라는 주제로 나태주 시인의 강연회가 열렸다.강연 시작시간 이전부터 도서관에는 주민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나 시인에게서 책에 사인을 받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빅터 첸, 류시화 번역/오래된미래20대가 시작되었을 즈음 나는 수줍음을 많이 탔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몇몇 지기들이 있었으나, 왁자지껄한 그저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무료한 시간들이 있었고, 그 시간을 독서로 채우곤 했다. 그러다 도서관 사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인간관계의 폭이
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김해시민들의 소망을 모아본다. ■신성민(30·시민·율하동)연고가 없는 김해에 자리를 잡은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럭저럭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역시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낸 친구들과 가족이 없으니 외로운 것은 사실이다. 새해에는 좀 더 깊은 인연을 만들고 싶다.
김해도서관 ‘사람 책 대여’행사여러 직업 정보 나누며 진로 고민도서관에서 책 대신 사람을 '빌려' 그들의 인생을 '읽는' 행사가 열렸다. 김해도서관은 지난달 26일 '사람 책을 빌려 드립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여러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김해도서관 매월 첫째·셋째 금요일어르신 위한 영화상영 프로그램 호평"젊어지는 기분이에요." 영화 '박수건달'이 끝났다. 조명이 다시 켜졌다. 천천히 스크린에서 눈을 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얼굴에 웃음기가 남아 있다. 김해도서관에서는 매월 1·3주 금요일 오후 1시 3층 시청각실에서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