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걸어가는 것은차용국 구름은강 건너 산 능선을사뿐사뿐 오르는데나는하얀 망초꽃 사잇길을하염없이 걸어간다강물처럼 도도하게 흐르는삶의 어느 언저리에서잠깐 스쳐 간 그대를 불러내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아련히 멀어지는 그대는희미한 뒷모습뿐인데안개 자욱한 터널을 지나마주 선 길은또 다른 세상비가 내리고새로운 열차가비를 제치며 바람처럼 달려간다지나온 터널로 돌아가다시 걸어올 수 없기에그 시절 그대와 걷던 그 길을 서성이고만 있다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어애절하게 쌓여만 가는그리움, 그것이 추억이다추억은 그리움이 만들어낸기억의 추상화다빗속
청포도박선해 푸르디 하얀꽃은 하늘처럼 맑아라꽃들이 드리운 빈자리 달빛이 성성하였으리니밤새 잠 못 자던 농부의 아침이 거뜬하리부지런과 게으름의 변은 햇볕 맑고비바람 불면 잔잔한 꽃줄로 생생히 회복하고동행의 배낭속은 정겨운 겨울을 날것이다바람은 점점 얌전하고 새싹이 머리 다듬으며움튀우던 그때가 행복함으로 물씬했을지소중한 일기장을 습관처럼 땅속에 묻으니덤불들은 곰살맞게 희망의 밀알처럼우리 머무는 곳에 윤기로운 열매로 오리라기다린다온 사유를 다하여 익어라오늘 청포도 보러 가는 길선물 한웅큼 대지에 탱글탱글 펼쳐라내 마음결의
아버지하미애 가끔 낯선 과거가 부풀어 오른다영구차에 실려. 마지막으로 살던 집에 들리던 길논들이 논공단지로 바뀌는 시간에도이장 한답시고 읍내로만 도셨던 어지러움신작로가 아스팔트로 새 옷을 갈아입은 정류장, 빈 의자에돌아가신 어머니가 마중 와 있고차창 밖소식처럼 우체부가 지나가던, 회관 앞 참외밭에고추좀잠자리 한 쌍이 일어났다 고쳐 앉은 모습에눈을 뜨고감아도 쩍쩍 갈라지던 줄무늬에는여덟 개의 자식들이 주렁주렁 달렸다돈 달라고만 하지마 하던 고추좀잠자리고추장 단지만한 유골함으로 작아져돌아오지 않는 바람 따라 갔다나에게 가물은 아버지노란
리좀, 등신대양민주쓰러진 관솔나무 둥치 톱으로 자르고 나이테를 열었다점은 작은 원에서 큰 원으로 멀어져 있었다껍질에 숨어있던 생의 크기는 그가 죽은 후에 드러났다찐득한 눈물의 바깥 테두리만큼이 생의 크기였다이제는 달이 부풀어도 세월은 그 위를 지나가지 않는다현관문을 열면 마주 보이는 벽면에 남농의 소나무가 산다벽은 메말라도 못을 잡아주는 손아귀의 힘이 세다벼락을 맞아 부러진 소나무 가지 청룡언월도 같다소나무는 늘 같은 키에 푸르고 아름다운 모습이다붉은 해를 품고 세월을 삼켜도 나무는 자라지 않았다파과破瓜의 처자가 소나무 관속에 못
기차역 공원백 미 늠 여보우리 기차공원에 그네 타러 갈까연애시절에도타보지 못한 그네지금이라도 같이 타보고 싶네창공을 차고 올라 볼까하지 못한 말들은 무지개가 되고말하지 않아도 꽃이 필 것 같아떠났던 기차가 돌아와그리운 얼굴들을 내려주면노을에 물드는저녁하늘손을 흔들며 걸어오는추억에게 그네를 내어주고우리는 다시 집으로 오자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기다리지 않아도 기대하지 않아도언제나 좋은 봄, 봄만 좋을까매일 매일이 새롭고 경이롭다.우리집 앞이 공원이 되었다. 레일 파크라 부르지만
덩실거리는 봄윤 주 희 부르튼 햇살이너울너울살랑 바람에꽃들은 방실거리고흐드러진봄의 물결꽃향기로 진동하니노을빛에 노닐던 새 떼흥겨운 장단 맞추네꿈은 해몽삶은 해석이라세월 따라 흐르는 게우리네 인생존재의 희망을 가진다희로애락의 뒤엉킴 속에서도휘둘림을 내려놓고 자아를 찾는 시간에꽃들과 새들의 노랫소리 들으며존재의 희망을 가진다.봄빛 한줄기 오롯하게 제 갈 길을 찾는다.여기저기서 봄의 물결이 출렁인다. ·한국문인협회·김해문인협회 회원 ·시사문단 작가협회 회원 ·금오문학 대상·한울 작가상 수상김해뉴스
수매(收買)이정심 시인 구불구불 달빛 따라 흐느적거리며가요 한 곡조를 되돌이표처럼 부르며 오신 아버지,마른 볏단 쓰러지듯 마루에 누운 아버지의 주머니 속엔벼 수매 등급표가 꼬깃꼬깃 들어 있었다'등외'아, 이 한 단어에 아버지의 절망이 나락 알만큼 쌓였으리라술 한 잔 들이켜지 않고서는 다리가 풀려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으리라한 잔 두 잔 들이켜는 막걸리 사발에마음이 풀어지고 다리도 풀어지고눈도 풀어지고 세상도 풀어졌다풀어진 아버지의 눈 속에풀어져 흐르는 달빛비록 내일이면 다시 절망에 싸일지라도지금은 풀어져
지칭개성 윤 자 털실로 만든 방석같이삼월의 지칭개 온 팔 펼치고 태양을 반기며 꽃마중 한다이름이 있어도 이름이 없는 듯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는 모습묵정밭 질펀한 곳인들 어떠하리 가진 것에 감사하며초여름부터 찬 서리 내릴 때까지하늘 향해 보랏빛 손을 흔든다오랜 친구 같은 봄나물새봄의 손님 같이 온 들의 지칭개는 땅에 납작 붙어 넓게 펼치는 잎 모양이 마치 털실로 뜨개질하여 만든 방석 같다.나 어릴 적 봄이 되면 나물 캐는 어머니를 따라 들로 산으로 다니며 봄나물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 봄에 일찍 돋아나는 지
농부 아저씨의 봄김 영 미 부지런한 농부아저씨눈발이 채 그치기도 전에씨앗들의 이름을 부르신다볍씨, 상추씨, 고추씨가지씨, 오이씨, 쑥갓씨가지런히 줄을 세워놓고흐뭇해 고개를 끄덕이시네땅이 채 녹기도 전에꽃들의 이름도 부르신다매화, 민들레, 개나리진달래, 목련, 제비꽃고운 꽃으로푸르른 새싹으로농부아저씨의 봄은들판에 수채화로 펼쳐진다소망기지개 켜는 농심겨우내 움츠렸던 농가에 소망의 기지개를 켜고설레이는 봄이 찾아 올 무렵밭으로 나간 농부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씨앗을 뿌리며 따스한 봄 햇살에 농부는 꿈을 꾼다.파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서 -합성동 터미널-이애순 이른 아침,인도(人道) 가운데초라한 장이 선다뜨거운 화덕이 차려지고옥수수와 군밤이삶의 불씨를 지핀다남편의 일손을 돕는젊은 아내의 말없는 손놀림삶을 위한 간절한 기도이렇게 고된 하루가 시작된다.이렇게,희망의 하루가 시작된다도로 저편정의를 외치는 철지난 선거 현수막이공허하게 바람에 나부댄다그래서 또 4월은 잔인한 달이다또 몇몇 곳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보궐선거 비용은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물어야하지 않을까.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은 지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시장터를 활보한다.
건설공고 봉수매(鳳首梅)김익택아직도 북녘 손님은나뭇가지를 울리고먼 길 떠난 훈풍은기약 없는 손님인데검게 탄 마른 육신새우등에도바람 속 봄을 느끼고웃고 우는 저 꽃 몽우리손가락마디마다얼어터질듯 맺혀있는빛과 향기 머금고오들오들 떨면서 피고 있다몸통이 썩고 가지는 꺾여도…김해건설공고 와룡매는 겨울 기온이 따뜻하면 2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3월 초가 되면 진다.매화수령은 사람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현재 와룡매들은 대부분 고사 직전에 있고, 올해 볼 수 있는 나뭇가지가 내년에 볼 수 없는 것이 허다하다.
봄김미정 세상의 슬픈 청춘들참고 있던 눈물, 차마 뜨겁지도 못하고숨죽여 미지근한 맛없는 그 눈물너 때문에 터진다얼었던 땅을 녹이고죽은 줄 알았던 뿌리에 물을 올려퍼석거리던 얼굴에초록피 돌게 하는 너무심으로 처박혔던 청춘에삐죽삐죽 어느새 비집고 들어와무딘 코끝 간지린다절교하고 싶었던 세상 속으로등을 떠미는 따뜻한 너의 흰 손때묻지 않은 그 손, 잡아도 될까야금야금 시나브로 빠져나간용기와 희망의 빈 그릇에찰랑찰랑 담기는 너온몸의 온기로 덥힌 뜨거운 눈물쏟아 부어보련다다시 눈부신 청춘이 되어 보련다인생의 봄이 시작되길 다시 봄
시장통 속옷 가게이 윤밀양강 다리를 건너 전통시장을 들어서니타임 투 세이 굿 바이 ~이 음악을 따라 가니 속옷 가게 앞이다가게 앞에 놓인 낡은 의자에는스피커가 놓여 있고문 앞에는 여성 속옷이 즐비하다특별할 일도 없이 여기는아버지 파자마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비닐 위에 반짝거리는 저 물은누가 버린 것일까물 위로 반사된 여성 팬티 한 장이행인의 발에 툭 차인다주위를 둘러보면 뽕짝이 터질 듯하건만지나는 행인을 들어오게 하는 저 마력은호기심투성이 나는 그저 지나칠 수 없었네 진홍빛 나팔꽃을 휘두르고 서 있는저 야한 여인은
해반천 속에는 (김해의 동요) 손영순맑고 맑은 해반천 속에는 파란 하늘이 숨어있다어리연꽃 꽃밭 속에도 파란 하늘이 숨어있다심술궂은 회오리바람 하늘을 지우려고 장난을 쳐도해반천 속 파란 하늘은 모르는 척 숨어있다해반천 갈대숲 속에는 새끼오리가 숨어있다어리연꽃 꽃밭 속에도 어린 물닭이 숨어있다지나가던 개구쟁이들 입 모아 소리치며 겁을 주어도엄마 품속 어린 새끼들 모르는 척 숨어있다 가야 고도의 자존심김해의 도심을 흘러가는 해반천은 나에게 끊임없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입니다. 내 고장을 널리 알리고 자라나
가야를 걸으며 김경희산 빛 깨뜨리고꽃불놀이 시작되는봉황대의 꽃밤황세와 여의결별의 입맞춤에칠흑 같은 밤하늘이눈물로 수를 놓아서럽게 핀다는봉황대 봄꽃에여기 한 여인속살까지꽃물 박힌 추억에몸살 앓아수릉원 돌담길 서성대니야속한 꽃은해거리도 하지 않고어김없이 피고 지고홀로 키운 그리움이향기 없이 피어난다.금관가야를 거닐며 사색하다…금관가야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문화의 거리를 걸으면 사색에 잠긴다.봉황대의 밤길은 애틋하면서 장엄하다.황세바위를 지날 때마다 전설 같은 스토리에 잠시 발길을 멈추게 된
비 오는 산해정에서허남철 조차산을 등에 업고나지막히 자리잡은 산해정이유월 장마비에 흠뻑 젖는다.개망초 잎보다 여린이제 겨우 아홉 살짜리 차산을뒷산에 묻으며 흘린 눈물은경의(敬義)의 싹을 틔웠고그 뿌리는 세월보다 더 깊어간다.짙은 안개에 묻힌조차산의 전설처럼남명은 세상인심에 묻히고또 일제에 말살되고이데올로기에 가리고민주주의에 왕따 당하더니,이제야 안개 걷히듯베일에 가린 거대한 보물이세상에 빼꼼이 내다본다.산해정 선비는 녹산 앞바다를 바라보며허왕후가 그랬듯 그렇게 호연지기를 꿈꾸었으리라. 남명 선생의 경의사상을 생각하며비오는
환경미화원금 동 건 부도 명예도 쥐뿔도 없는 밑바닥 인생나의 목표는 길거리를 깨끗이 청소하는 것지나가는 사람 피하고 코 막는 일이 있어도내 맡은바 책임을 다하는 환경미화원그래도 희망과 꿈 사랑이 있어가는 길 험하고 배고프다 하여도묵묵히 쓸고 치우는 일 당연한 나의 의무사랑하는 아내 당당한 직장 눈뜨면내가 설 수 있는 길거리가 있다는 것이것이 부도 명예도 부럽지 않는 나의 일터요환경미화원 금동건이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쓰레기에게도 인사를 한다”환경미화원이란 직업은 흔히들 싫어하는 직업이다.세상에 하고 많
행복한 동행안 진 상 산다는 건어쩌면 장애를 거부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하루에도 수없이웃음 띤 얼굴이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생채기를 내는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만장애는 세월의 길 따라 함께 가는 행복한 동행이다사랑해서 받아주고아파해서 품어주던 마음에장애는 너무도 이기적이다단 한 번도 베풀었던 위로가다시 돌아와 가슴을 채워준 적은 없다소주잔에 시름을 담아본들장애가 끝이 나던가고즈넉함이 잔잔하게 퍼지는 경화역에서석양을 비켜선 비밀 하나 털어본다장애는사회가 정한 규칙과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뜻과 요구를 몸으로 표현할 뿐이라고
시계에 밥을 주다이동배 묵묵히 뚜벅뚜벅 세상을 걸어가던열심히 한 곳에서 모두를 사모하던배고픈기둥시계에밥을 주며 꿈꾼다.돌아 온 너와 나를 한없이 질타하며한 세상 돌고 돌아 끝없이 나뒹굴다오늘도길을 감으며꿈도 꾸고 싶은데혼자서 빙빙 돌고 쉼 없이 째깍째깍이 마음 돌려 잡고 세상을 휘어잡고뜨르륵감기는 세상시각 위의 낡은 집. 태엽을 돌려 꿈을 꿀 수 있다면….전자시대에 사는 요즈음은 시계에 밥을 주는 일은 별로 없다.시계는 더욱 다양하게 변했지만, 어릴 때 기둥시계의 태엽을 돌려주는 일을 밥을 준다고 하였다. 실
그네를 타다가장정희 그는 모르고내겐 생생한 기억으로 살아둥근 발판이 되어 주었다누군가 벤치에 앉아 오카리나를 불고 있다그가 온 것일까?그가 애청한다는 춤추는 용*이 들리고 나는 덜미 잡힌 도둑처럼 겁을 먹고 있는데 오늘따라 칸나는 왜 저리도 붉어서헐렁한 양심에 불을 지르는지목도리가 돼 준 것도뜨거운 밥상 내밀어 준 것도박수를 묶어 꽃다발로 보내 준 것도그는 까마득히 모르고오롯이 나만 알고 있는 사실돈 떼어먹은 것 보다놀이터 같은 그의 아량 베어먹은 것 같아찝찝한 기분은 소금을 뿌려도 숨이 죽지 않는다바람이 분다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