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거나 작거나 높거나 낮거나 지난한 세월 제자리 지키며 앉아쇠의 바다 김해를 품고 가락국의 신화를 지키며김해사람들의 마음의 '안산'으로 저마다 '신화의 숲'이룬 산들굽이치는 낙동강을 시작으로 드넓은 김해평야 베고 누워동신어산에서 지리산 영신봉까지 231㎞를 내달리는 낙남정맥그 시발점에 자리한 산들수행하듯 오른 산에서 잠시잠깐 되잖은 깨달음에 득의양양
생림과 상동의 경계이자 마당재~석룡산 능선 초입에 위치들머리~송전철탑 지나 정상 249m봉~241m봉~광재고개 지나석류봉 오르다 석룡산 등산로 만난 뒤 무척산 들머리 여덟말 고개로 하산풀섶과 나무숲에 둘러싸여 스쳐지나가도 모를 듯한 정상시원한 바람과 아늑함이 인상적오래도록 김해의 산을 오르면서 느낀 점인데, 김해의 산들은 하나같이 안산(安山)의 기운을 가지
장유의 산들은 낙남정맥이 융기하고 분출하며 만들어놓은 거대한 마루금을 가지고 있다. 큰 물결이 출렁이며 지리산을 향해 끝없이 이어가는 산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도 부산의 마루금을 이어받아 불모산, 용지봉으로 연결하는 곳이 굴암산~화산 능선이다. 이번 산행은 굴암산~화산 능선 사이에서 신안마을로 산줄기를 뻗은 팔판산을 오른다. 신안마을을 품고 있는
기독공원묘원서 산성 북문 길 들머리초입부터 허물어진 성곽 돌무더기 지천큰바위절벽 소나무들 낙락장송 기개김해 쪽 봉우리 서면 생림 풍광 한눈에절벽 아래 틈 메워 성 이은 암벽 흔적남문 방향 길 내리면 옛 가야의 숨결이생림 마현고개를 넘는다. 가락국 병사들이 말을 타고 넘던 고개. 이 고개를 말을 타듯 끄덕끄덕 편안한 마음으로 넘는다. 마현고개에서 보니, 무척
창원 자여도와 양산 황산도 연결하며교통·체신 담당하던 옛 덕산역그곳이 없어진 뒤 지도에서도 자취 감춰백룡암 퇴색한 대웅전 단층과 낡은 문틀낙동강 굽어보는 웅장한 새부리바위하늘이 열리고 마루금 보이는 능선에도멈추지 않는 강처럼 쉼없는 산의 숨결이 강은 멈추지 않는다. 유장한 발길로 흘러흘러, 가야 할 목적지가 있기에 그렇다. 바다라는 큰 품의 일
도요고개 양지마을 들머리로 길을 잡아녹음 뒤덮인 산길 구름에 달 가듯 걷다사명재·도요 갈림길서 왼쪽 길 접어들면수풀 사이 얼굴 내미는 무척지맥 종착지발 아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물결길 배웅 야생 식물 뒤로 하고 날머리행도요나루 입구엔 나무탁자 쉼터 반기고만난다는 것은 길을 내고, 길을 트고, 길을 열어둔다는 것. 만난다는 것은 몸을 열고, 눈
지킨다는 것. 살다보면 꼭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사랑하는 이들이나 아름다운 것들, 정의로운 것이나 믿음의 것, 진리나 약속 같은 것들…. 이러한 것들을 상처나게 하고, 저버리게 하고, 깨고 어기게 하는 것들로부터 온 힘을 다해 지켜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지킨다는 것은 결연한 것이다. 지켜야 할 존재를 위해 제 목숨까지 버려야 할지도 모
창원터널 위 불모산 임도 따라, 봄볕 속 상점령을 오른다. 구불구불 자갈길에 자동차는 파도에 흔들리는 일엽편주처럼 출렁출렁 요동을 친다. 심한 경사에 바퀴는 자꾸 헛돌고, 임도는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제 몸을 뒤틀며 산으로 오르고 있다. 불모산을 오르기 위해 상점령까지 차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한참을 뽀얀 먼지를 끌고 오르자 오른쪽으로 전망이 트이며
신록이 푸르다. 모든 생명들은 한창 자신들의 식솔을 거느리고, 일가를 이루며 봄을 지나고 있다. 들풀 한 잎조차도 서로 군락을 이뤄 수풀을 이루고, 나비 떼들도 나풀나풀 짝을 지어 날아다닌다. 앞산에서 새소리 울리니 뒷산 새가 화답하듯 뒤따라 지저귄다. 허리 굽혀 발치에는 개미 떼들 꼬물꼬물 줄을 지어 제 집으로 드나들고 있다. 이번 산행은 푸른 생명력으로
봄바람을 맞으며 낙동강변을 달린다. 부드러운 바람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얼굴과 목덜미를 간질인다. 강변의 나무들은 춘흥에 겨워 이리저리 가지를 흔들며 봄을 즐기고 있다. 푸른 강물 또한 잔물결로 일렁이며 봄 바다로 향한다. 덕산을 지나 고암나루에서부터 낙동강은 유장하게 펼쳐진다. 매리·화현·감로를 지나 용산으로 돌아들며, 강물은
'맨 처음 마당 가에/ 매화가/ 혼자서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 다음에는/ 밭둑의/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얀/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는/ 뒷집 우물가/ 앵두나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피어나고// 그 다음에는/ 재 너머 사과밭/ 사과나무가/ 따복따복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사과밭 울타리/ 탱자
봄이 완연해지면서 김해의 산과 들은 꽃망울 벙그는 소리, 새싹 틔우는 소리로 소란스럽다. 마치 팝콘 터지듯 톡톡 터뜨려대는 봄꽃들이, 사람의 가슴을 알록달록 물들여 놓고 있다. 나그네의 마음속을 온통 연두색으로 덧칠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산행은 주촌 쪽에 있는 무릉산(武陵山)을 오른다. 신선이 산다는 선계(仙界)의 '무릉도원(武陵桃源)'과 한자가 같은
봄볕이다. 봄바람이다. 가장 부드러운 것들도 몸에 닿으면 간지럽다. 보들보들 솜털 같다. 세월은 놀랍다. 생명의 움을 어쩌면 이렇게 빨리도 들불 번지듯 틔우는 것일까? 여기저기 노오란 개나리꽃 제 꽃잎 여는 소리 들리고, 오리나무도 가지마다 싱그러운 이파리 파랗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굼뜬 사람의 몸마저도 이 봄날에게 무장해제 당하고 마는데, 봄을 기다린
진례 신정봉에서 하산하는 길. 봄바람이 그윽하다. 산의 안부까지 내려와 소나무 숲에서, 잠시 가는 길을 접는다. 햇볕 다사로운 곳, 한 토막의 잠으로 남가일몽을 꿈꾸는 중이다. 그러나 그 꿈 또한 헛되고도 헛될 뿐이다. 늘 자연과 벗하고픈 사람의 일생조차도 욕심일 터. 곁에 두고 있는 산봉우리에게도 마음 한편 주지 못하고 만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겨울을 지나며 오래도록 겨울비가 내린다. 메마른 산과 강이 젖고, 허허로운 벌판도 촉촉하게 비에 젖는다. 오랜만에 사람들의 가슴에도 비가 내리는데, 몇몇 그리운 이들과 따뜻한 술자리라도 차리면 참으로 기껍겠다. 큰 비가 온 다음날, 진례 평지마을을 찾는다. 산 속에 묻혀 있듯이 고즈넉하다. 김해의 대표적인 닭백숙마을로 늘 사람들이 북적이던 곳인데, 겨울이
'깊은 밤 찰박찰박, 낙동강 물길 따라 흐르다 보면, 하늘에는 휘영청 보름달 떠오르고, 강물 위로 그 달빛 내려앉으니, 달을 품은 섬 하나, 어슴푸레 물길 위에 어른거린다.' 대동면 월촌리 월당마을 강안에는, 폐선처럼 스러진 나루터가 하나 있다. 월당 나루가 그것으로, 한 때는 사람을 태우고 강을 건
김해를 대표하는 주산(主山)으로 치자면, 단연코 신어산(神魚山)을 첫 손 꼽아야 할 일이다. 가락국 전설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면서도 김해 시가지 중심에 자리해, 시민들의 몸과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기에 그렇다. 신어산. 말 그대로 신어(神魚), 신령스러운 물고기가 머무는 산이다. 그것도 가락국을 상징하는 아유타국의 쌍어(雙魚), 즉 신어 두 마리가
사람은 홀로이 길을 떠나는 존재다. 모롱이 모롱이 외로운 길을 휘돌아 가다보면, 거친 산봉우리 몇 개 넘을 때도 있고, 눈물 글썽이는 윤슬의 강물을 만나기도 한다. 이 땅과 저 땅의 경계, 생성과 소멸의 고갯길에서 주저하는 삼라만상을 만날 수도 있다. 산을 홀로이 걷다보면 특히 이런 상념들이 길동무 하듯 따라다닌다. 인생의 고갯길과 벅찬 삶의 비탈을 만나듯
12월이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한 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무릇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살(矢)'같이 빠른 한 해가 벌써 그 뒷모습을 보이며 일몰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2012년.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이번 산행은 지나간 1년을 되돌아보면서, 대동의 자연마을을 감싸고 있는 '편안한 산(安
겨울 초입, 모든 생명들이 다음 생을 위해 잠자리에 드는 시간. 종교의 윤회를 믿지 않더라도, 자연은 각 계절에게 '삶의 목적'을 부여하고, 그 삶을 기록하게 하고, 그 삶에서 다시 물러날 줄 아는 지혜를 가르쳤다. 그들 '생의 자리'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거든, 미련 없이 자신을 털어버리는 것이 우주의 진리이겠다. 겨울로 들며 모든 생명들은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