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이 고려 왕건에게 맥없이 나라를 넘기자, 화랑 출신이었던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는 문경새재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그 피눈물이 '진사자기'에 붉은 색으로 맺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렇듯 진사자기는 언뜻 보면 그저 붉음이요, 다시 보면 핏빛이요, 또 다시 보면 부활을 꿈꾸는 불꽃이다. 김해에 진사자기를 처음 도입
김해제일고등학교에 있는 최현정(46) 교사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김해제일고로 가려면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턱 끝에 차오르는 숨을 간신히 끌어 올릴 즈음 김해제일고 가온갤러리 앞에 설 수 있었다. 가온갤러리가 있는 건물의 3층에 그의 작업실을 겸한 수업 준비실이 있었다. 그 옆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미술실이었다. 작은 방 한 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크기의 작
호스 끝에서 터져 나온 물줄기가 눈부시게 갈라진다. 물줄기는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더니 흐릿하게 무지개를 만든다.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에서 수선화 몇 송이가 목을 축이고 있다. 봄볕은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수선화 꽃잎 위로 따스하게 내려앉는다. 봄날의 오후 시간, 문인화가 여산 조성희(62) 씨가 텃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다.작업실엔
똑똑~. 낯선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 우리는 문을 두드린다. 한 사물이 다른 사물과 부딪히는 소리는 소리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소리다. 이 소리는 심장을 자극한다. 그래서 타악기들은 심장이 뛰는 소리를 닮은 경우가 많다. 타악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 형태다. 주로 전진을 독려하거나 흥을 돋우는 데 사용된다. 모터싸이클 할리데이비슨의 매력은 엔진
메소드(배우가 극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연기는 방법)와 나르시시즘의 발현은 거울로부터 시작된다. 맞닿은 발레슈즈가 허공으로 솟구칠 때 무용수는 메소드적 연기에 몰입하는 한편 나르시시즘적 아름다움에 젖어든다. 선율을 따라 들어가 보니 거기에는 그리스신화의 나르키소스가 있었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매료돼 물에 빠져 죽었다. 나
봄비가 대나무 잎을 흔든다. 몸을 파르르 떨며 댓잎이 깨어난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대금 소리. 대밭 한 가운데에 시멘트로 벽을 지어 세운 4층 건물이 서 있다. 대금 소리는 건물 안에서 맴돌다가 창문을 타고 밖으로 새어 나온다. 60대의 한 남자가 건물 안에서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대금 소리에 취해 방문객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내동 사거리
평일 오전 10시.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하루 일과의 첫 페이지를 저만치 넘기고 있을 시간이다. 다른 누군가는 어깨에 매달린 아침 잠 탓에 여전히 몽롱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시간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의 출근과 등교를 후원한 뒤 늦은 아침을 먹을 시간이다. 카메라를 챙겨 든 다음, 부원역에서 한적한 경전철을 타고 가다 박물관역에서 내렸다. 김
해반천에서 청둥오리 한 쌍이 연애질에 한창이다. 봄이 다가왔으니 탓할 일도 아니다. 청둥오리들만이 아니다. 잔잔한 물결, 상쾌한 바람 한 점. 한껏 마음을 풀어놓고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해반천은 남녀의 데이트 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해반천 옆 구산동 일대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주택가였다. 연지공원이 조성되고 해반천변이 정비되면서 식당, 커피점, 찻집
계곡 물 흐르는 소리에 악기가 토해내는 선율이 섞여 흐른다. 한 곡의 아리아가 되어 귓속 언저리에 자리 잡고는 흥을 부른다. 사람들은 각자 음악을 흡수하는 저마다의 방법이 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박자에 맞춰 발가락을 까닥이는 이도 있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이도 있다. 주촌면 양동리에서 자연의 소리에 선율을 흘려보내며 저마다의 소리를 각
벨리댄스는 이슬람 문화권 여성들이 추는 춤이다. 맨발인 채로 허리와 골반을 연속적으로 비틀거나 흔들면서 추는 춤이다. 배꼽을 드러내기 때문에 배꼽춤이라고도 한다. 여성의 성적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는 춤, 여성의 존재감과 힘을 표현하는 춤이란 평도 있다. 심한 노출 탓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다이어트와 몸매 관리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일단 대
그는 손가락으로 붓 모를 쓸어 모았다. 붓 모는 처녀의 기다란 머릿결 같았다. 붓 끝을 살며시 벼루 위로 내리자 칠흑 같은 먹물이 붓 모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설원 같은 하얀 한지 위로 붓을 옮겼다. 한 방울 검은 먹물이 떨어졌다. 먹물을 머금은 종이는 온몸으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뿜었다. 정재 최현규(61)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떠올랐다. 서예
웃어도 탈, 울어도 탈이다. 김해오광대에는 어떤 탈들이 있나. 노름꾼, 어딩이, 큰이, 작은이, 영감, 할미, 영노. 이들이 김해오광대의 대표 탈이다. 탈 많은 공간 속으로 들어가 본다.지난해 경남무형문화재 지정 후 해반천 한 켠에 홍보관 문 열어익살스러운 표정의 복원 탈 가득도자기 탈·연 제작 체험도 할 수 있어이 회장 1990년 40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