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홍 솜망치 같은 구름이 한가로이 떠도는 오월의 어느날이었다. 연붉게 물든 태양이 서쪽으로 천천히 넘어가고 있었다. 이루는 움집들이 모여 있는 봉황대 구릉에서 포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침부터 옥시글거리며 수많은 배들이 오고간 포구는 오후 무렵이 되자 고요한 분위기를 띠었다. 이루는 정박한 배들과 창고로 쓰이는 고상가옥, 높은 전망대 등을 유심히 살
■ 이루의 딸, 미리"이보게, 딸일세. 들어가 보게." 여담 노파는 움집 밖으로 나와 마당을 서성이는 이루에게 말했다. "딸이라고요? 아, 기다리던 순간입니다. 고맙습니다." 마을 아래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이루의 듬성듬성한 수염이 흩날렸다. 집 안에 들어서니 생명의 냄새가 그득했다. 그 향내는 갓 태어
#장면 1"엄마, 배가 들어오고 있어요." 이루는 헐레벌떡 움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이의 얼굴에는 흥분된 빛이 가득했다. "원, 녀석. 아버지가 오시는 게 그리 좋아?" 엄마는 화로에 불을 피우고 있었다. 솜처럼 하얀 연기가 움집 천정으로 뭉게뭉게 올라갔다. 움집 안 한쪽 구석에는 짐승 가죽이 깔린 침상이 있었고, 벽
■ 은린 반짝이는 해반천, 그리고 대성동 고분군바람이 차갑다. 경전철 박물관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가니 차가운 바람이 회색 넥타이를 날린다. 검은 색 양복은 차가운 냉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옛 동료 민식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나는 불현 듯 그와의 추억이 스며있는 대성동 고분군으로 가고 싶었다. 내 눈앞에는 오후의 햇살을 받아 은린을 반짝이는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물러갔다. 한 떼의 솜털 구름이 바람을 따라 흐르더니 어느새 태양을 가려 버렸다. 시나브로 구름 사이로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구름을 뚫으면서 내려오는 사선의 빛들. 미유는 눈앞에 펼쳐진 빛 내림의 광경을 황홀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미유는 분산성의 서문 망루대에 서 있었다. 성 밑에는 서낙동강이 푸른 바다와 만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
낙엽 쌓이고 오래된 좁은 산길을장유화상과 함께 간 수로왕과 허왕후병풍바위 기암절벽 아래 대지에 서자"아라한의 넉넉한 품새 지닌 것 같소"금관국 최초의 가람 '서림사' 명명왕과 왕후 세상 떠난 후 '은하사' 개명삼성각에 창건주 장유화상 영정 모셔동트기 전이었다. 봉황대 궁궐에 희미한 여명이 비쳐 들었다. 수로왕 일행은 궁궐을 나섰다.
개라바위 올라 오줌누기 시합 하던 황세와 여의이팔청춘이 되자 연정의 마음을 확인하고개라바위에서 혼인할 것을 맹세하는데유민공주와 황세장군을 혼인시키려는 왕"정인이 있나이다" 거부하는 황세하지만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사람피눈물과 피를 토하는 통곡으로 생을 마쳐가을의 숲속은 유적했다. 바람에 따라 풍경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고 새벽 공기는
바다 건너 칠점산에 사는 담시선인해마다 구월 구일에 초선대로 놀러와거등왕과 향기로운 술 마시며 바둑 즐겨부드러운 손짓으로 가야금 타던 선인온화한 음성으로 "소원 이뤄질 것이오"왜 땅에 개국한 선견왕자와 묘견공주두 동생 소식 적힌 죽간 학이 물고 와 이른 새벽이었다. 거등왕은 크고 작은 바위들과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작은 언덕으로 올라갔다
목욕하고 술 마시며 액을 쫓는 계육일아홉 명의 씨족장들이 회의를 열 때구지봉 쪽에서 들려온 이상한 소리"여기 사람이 있는가? 여긴 어디인가?"구간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구지봉이라 합니다""땅을 파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어라"오색구름과 쌍무지개 사이로황금빛 상자가 매달린 새끼줄이 내려와여섯 개 황금알이
는 최원준 시인의 '김해의 산을 거닐다'에 이어 김대갑(49) 여행작가의 '스토리텔링 김해 여행'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김 작가는 김수로왕릉, 허왕후릉, 은하사 등 김해의 주요 유적, 유물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 형식의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입니다.수로왕의 인연을 실은 배가붉은 돛을 단 채 거친 풍랑을 뚫고마침내 금관국 앞바다에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