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두 발의 위치를 신중하게 정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한 후 천천히 총을 들었다. 입사(立射)자세다. 얼굴의 광대뼈와 어깨에 개머리판을 올려 고정시킨다. 견착(肩着). 숨을 멈추는 듯했다. 지름 11㎝, 두께 약 25mm, 무게 100g의 주황색 원반이 땅 밑에 있는 방출기에서 튀어 올라 공중으로 날아간다. 고속이다. 총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원반이 몇
24살 경상도 진주 총각이 동갑내기 전라도 강진 처녀를 처음 본 그 순간, 마음에 담아버렸다. 이런 게 인연이고, 운명이라는 거다. 목공예가 장용호 씨와 남도 판소리꾼 홍승자 씨는 친구 소개로 만나 평생의 반려자가 되었다. 각자 예술의 길을 걸어가는 부부 사이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아들과 가야금을 전공하는 딸이 있다. 혼자 있으면 자기 분야를 묵묵히 걸어가
장유면 삼문리 젤미마을. 고려시대, 이곳에 특수부락인 향이 있었는데 제을미향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에는 제미리, 근래에 와서는 절미로 불렸다. 신도시 조성 후 아파트를 짓고 마을이름을 지을 때 '절미'가 지방방언임을 고려하여 '제을미'의 준말인 '젤미'로 정했다. 젤미마을에 여러 아파트들이 들어섰는데 그중 부영 e그린7차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된 지
가는 실비가 내리는 오후, 지은 지 100년이 되는 월봉서원 마루에 앉았다. 마루 아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얼추 스무 켤레 남짓. 글 읽는 소리가 들려 함부로 얼굴을 들이밀지 못하고 공부방에서도 한참 떨어진 마루 끝에 앉았다. '자왈 제자 입칙효 출칙제 근이신 범애중 이친인 행유여력 칙이학문'. 논어의 학이편 여섯 번째 구절이다. '제자가 들
김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 수로왕릉일 것이다. 한반도 고대역사와 가야문화의 상징인 수로왕릉은 김해의 중심지이다. 그 옆에 김해합성초등학교가 있다. 일본이 조선을 강제 합병하기 한 해 전 1909년 문을 연 이 학교는 김해의 중심지에서 102년의 전통을 이어왔다. 지난 1967년 학교에 세워진 '허발 박석권 선생 공적기념비'에는
1898년 즈음에 세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우리나라에서는 1897년 대한제국이 성립되었고, 1898년 만민공동회가 개최되었으며, 1899년 경인선이 개통되었다. 바깥세상에서는 1898년 퀴리부인이 라듐을 발견하고, 청나라에서 무술정변이 일어났으며, 1899년 헤이그 평화회의가 개최되었다. 전 세계가 숨가쁘게 돌아가는 그 시절, 1898년 2월 19
가야금이 등장하는 가장 이른 기록은 '삼국사기'다. 가실왕이 12현금을 제작하였는데, 이는 12월의 율을 본받은 것이고 우륵에게 명해 곡을 짓게 하였다. 이 악기의 이름이 가야금이다. 김해에 전해지는 가야금의 유래는 가락국 2대 거등왕과도 관련이 있다. 왕이 칠점산(현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사는 선인을 초청했다. 선인은 금을 안고 배를 타고 와서 바둑
"나도 글 써서 신문에 낼 거에요." 윤원경(계동초 1) 양은 장유도서관에서 펴내는 '장유 어린이 신문 풀꽃' 6호(2010년 2월 발행)에 오빠가 쓴 글을 읽어본 뒤 야무지게 말했다. 오빠 윤성환(계동초 3) 군은 1학년 때 동시를 '풀꽃'에 실었다. '세탁기'라는 제목으로 쓴 동시다. '슈웅 슈웅/옷들이 논다/양말, 팬티,
"오늘 김해 장날이에요?"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김해로 들어오는 외지 사람들은 시청 앞을 지나 부원동 쪽으로 들어오면서 깜짝 놀란다. 아직 출근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장이 불쑥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놀랍기도 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시장을 바라보다가 "매일 아침 열리는 장입니다" 라는 누군가의 말이
"처음 가보는 장소, 그 곳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 풍경. 그 낯설음과 맞닥뜨리는 순간이 너무 설렙니다. 사진을 찍는 것은 그런 것들과 친해지는 과정 같아요." 김해사진동호회 회장 허윤기(41) 씨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 카메라를 잡았다. 그는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디자인 관련 일을 했다. 누구라도 그렇듯
김 할아버지는 지난해 김해도서관 모범이용자로 선정된 바 있다. 도서관 대출시스템에는 김 할아버지가 지난 2006년 1월1일부터 올해 4월19일 현재까지 1천13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현재 대출 중인 5권의 책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이다. 날짜 수를 계산해 보니 이틀에 한 권씩은 읽은 셈이다. 대한민국 성인 100명 중 35명이 일 년 동안 단
나는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 무렵에 꽃을 피우는 나무다. 그래서 입하목(立夏木)이라고 불리다가 사람들이 부르기 쉬운 이팝나무가 되었다. 하지만 마음이 더 쓰이는 내 이름의 사연은 따로 있다. 내가 피우는 하얀 꽃이 마치 나무에 쌀밥이 내린 것 같다고 하여 배고픈 이 땅의 사람들이 배불리 밥먹기를,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며 이팝나무라 불렀단다. 사람들은 꽃이
"아들이 맛있다고 한 빵과 과자는 정말 인기상품이 되고, 아들이 별로라고 한 것은 실제로 반응이 별로 없어요." 대한민국 제과기능장 김덕규(47)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 영훈 군의 의견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어릴 때부터 아빠가 만든 빵을 먹고 자란 아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든 빵을 가장 먼저 맛보며 냉정하게 평가를 내린다.김해사람
"떡이 간이 맞다고들 하세요. 글쎄요, 자주 오시는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떡방앗간 안주인의 말에 그렇구나 하고 바로 수긍이 갔다. 습관적으로 음식 맛을 말할 때 맛있다, 맛없다로 표현하기 쉬운데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떡도 간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떡방앗간 모습은 그 동네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장날이면 터미널이 북적거렸죠. 읍내 마실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 장보러 온 사람들, 말 그대로 김해 사람들이 터미널을 통과했지요. 명절 때는 당연히 더 붐볐고요. 요즘은 터미널 풍경이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졌어요. 통학하는 학생들,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출장 온 외지인들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김해여객터미널 매점을 운영하는 손정대 씨의
오전 9시 30분. 김해시 구산동 '서울이용원'은 벌써 만원이다. 세개뿐인 의자에는 손님들이 서규주(72) 할아버지와 김행임(62) 할머니에게 머리를 맡기고 편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른 시간임에도 서울이용원에는 활기가 넘친다. 쓱싹쓱싹, 면도하는 소리와 찰칵찰칵 가위 놀리는 소리가 번갈아 경쾌하게 들려온다.서울이용원은 구산신주공아파트 후문 쪽 한산
디지털카메라의 시대가 갑자기 찾아오면서, 적응을 잘 하는 사진관들은 디지털체제로 빠르게 전환했다. 그러나 김해시 진영읍 '석양사진관'의 전재영(72) 할아버지는 여전히 '디지털'이 낯설다. 물론 전 할아버지가 디지털카메라를 아예 다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카메라란 필름이든 디지털이든 같은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50
"칼국수 당면 안 들어간 것 하나, 들어간 것 곱배기 하나!" 김해시 동상동 전통시장 안 칼국수타운. 총 9곳의 칼국수 가게들 중 유난히 바쁜 곳이 있다. 김해균(44) 씨와 최정희(43) 씨가 운영하는 '손칼국수 1호점'이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손님은 끊일 줄 모른다. 열 명이 앉으면 꽉 차는 테이블에 다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칼국수
'기차역'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플랫폼에 가득 늘어선 사람들, 그들의 손에 들린 커다란 짐보따리, 마주앉은 사람과 어색하게 눈을 마주치곤 했던 대합실, '땡땡땡'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기차…. 어째서인지 어릴 적에 보았던 기차역의 모습들로만 머릿속이 가득찬다. 그와 동시에 묘한 설렘으로 가슴 속이 아릿해진다. '기차역
지난해 TV를 장악한 '예능 늦둥이' 중에는 밴드 '부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김태원'이 있다. 그는 '국민할매'라는 별명을 얻게 되면서 본업인 기타리스트보다는 부업이라 할 수 있는 예능인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 그는 '백두산'의 김도균, '시나위'의 신대철과 더불어 한국의 3대 기타리스트로 손꼽히는 실력자다. 김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