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통 속옷 가게이 윤밀양강 다리를 건너 전통시장을 들어서니타임 투 세이 굿 바이 ~이 음악을 따라 가니 속옷 가게 앞이다가게 앞에 놓인 낡은 의자에는스피커가 놓여 있고문 앞에는 여성 속옷이 즐비하다특별할 일도 없이 여기는아버지 파자마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비닐 위에 반짝거리는 저 물은누가 버린 것일까물 위로 반사된 여성 팬티 한 장이행인의 발에 툭 차인다주위를 둘러보면 뽕짝이 터질 듯하건만지나는 행인을 들어오게 하는 저 마력은호기심투성이 나는 그저 지나칠 수 없었네 진홍빛 나팔꽃을 휘두르고 서 있는저 야한 여인은
해반천 속에는 (김해의 동요) 손영순맑고 맑은 해반천 속에는 파란 하늘이 숨어있다어리연꽃 꽃밭 속에도 파란 하늘이 숨어있다심술궂은 회오리바람 하늘을 지우려고 장난을 쳐도해반천 속 파란 하늘은 모르는 척 숨어있다해반천 갈대숲 속에는 새끼오리가 숨어있다어리연꽃 꽃밭 속에도 어린 물닭이 숨어있다지나가던 개구쟁이들 입 모아 소리치며 겁을 주어도엄마 품속 어린 새끼들 모르는 척 숨어있다 가야 고도의 자존심김해의 도심을 흘러가는 해반천은 나에게 끊임없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입니다. 내 고장을 널리 알리고 자라나
가야를 걸으며 김경희산 빛 깨뜨리고꽃불놀이 시작되는봉황대의 꽃밤황세와 여의결별의 입맞춤에칠흑 같은 밤하늘이눈물로 수를 놓아서럽게 핀다는봉황대 봄꽃에여기 한 여인속살까지꽃물 박힌 추억에몸살 앓아수릉원 돌담길 서성대니야속한 꽃은해거리도 하지 않고어김없이 피고 지고홀로 키운 그리움이향기 없이 피어난다.금관가야를 거닐며 사색하다…금관가야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문화의 거리를 걸으면 사색에 잠긴다.봉황대의 밤길은 애틋하면서 장엄하다.황세바위를 지날 때마다 전설 같은 스토리에 잠시 발길을 멈추게 된
비 오는 산해정에서허남철 조차산을 등에 업고나지막히 자리잡은 산해정이유월 장마비에 흠뻑 젖는다.개망초 잎보다 여린이제 겨우 아홉 살짜리 차산을뒷산에 묻으며 흘린 눈물은경의(敬義)의 싹을 틔웠고그 뿌리는 세월보다 더 깊어간다.짙은 안개에 묻힌조차산의 전설처럼남명은 세상인심에 묻히고또 일제에 말살되고이데올로기에 가리고민주주의에 왕따 당하더니,이제야 안개 걷히듯베일에 가린 거대한 보물이세상에 빼꼼이 내다본다.산해정 선비는 녹산 앞바다를 바라보며허왕후가 그랬듯 그렇게 호연지기를 꿈꾸었으리라. 남명 선생의 경의사상을 생각하며비오는
환경미화원금 동 건 부도 명예도 쥐뿔도 없는 밑바닥 인생나의 목표는 길거리를 깨끗이 청소하는 것지나가는 사람 피하고 코 막는 일이 있어도내 맡은바 책임을 다하는 환경미화원그래도 희망과 꿈 사랑이 있어가는 길 험하고 배고프다 하여도묵묵히 쓸고 치우는 일 당연한 나의 의무사랑하는 아내 당당한 직장 눈뜨면내가 설 수 있는 길거리가 있다는 것이것이 부도 명예도 부럽지 않는 나의 일터요환경미화원 금동건이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닌가 “쓰레기에게도 인사를 한다”환경미화원이란 직업은 흔히들 싫어하는 직업이다.세상에 하고 많
행복한 동행안 진 상 산다는 건어쩌면 장애를 거부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하루에도 수없이웃음 띤 얼굴이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생채기를 내는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만장애는 세월의 길 따라 함께 가는 행복한 동행이다사랑해서 받아주고아파해서 품어주던 마음에장애는 너무도 이기적이다단 한 번도 베풀었던 위로가다시 돌아와 가슴을 채워준 적은 없다소주잔에 시름을 담아본들장애가 끝이 나던가고즈넉함이 잔잔하게 퍼지는 경화역에서석양을 비켜선 비밀 하나 털어본다장애는사회가 정한 규칙과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뜻과 요구를 몸으로 표현할 뿐이라고
시계에 밥을 주다이동배 묵묵히 뚜벅뚜벅 세상을 걸어가던열심히 한 곳에서 모두를 사모하던배고픈기둥시계에밥을 주며 꿈꾼다.돌아 온 너와 나를 한없이 질타하며한 세상 돌고 돌아 끝없이 나뒹굴다오늘도길을 감으며꿈도 꾸고 싶은데혼자서 빙빙 돌고 쉼 없이 째깍째깍이 마음 돌려 잡고 세상을 휘어잡고뜨르륵감기는 세상시각 위의 낡은 집. 태엽을 돌려 꿈을 꿀 수 있다면….전자시대에 사는 요즈음은 시계에 밥을 주는 일은 별로 없다.시계는 더욱 다양하게 변했지만, 어릴 때 기둥시계의 태엽을 돌려주는 일을 밥을 준다고 하였다. 실
그네를 타다가장정희 그는 모르고내겐 생생한 기억으로 살아둥근 발판이 되어 주었다누군가 벤치에 앉아 오카리나를 불고 있다그가 온 것일까?그가 애청한다는 춤추는 용*이 들리고 나는 덜미 잡힌 도둑처럼 겁을 먹고 있는데 오늘따라 칸나는 왜 저리도 붉어서헐렁한 양심에 불을 지르는지목도리가 돼 준 것도뜨거운 밥상 내밀어 준 것도박수를 묶어 꽃다발로 보내 준 것도그는 까마득히 모르고오롯이 나만 알고 있는 사실돈 떼어먹은 것 보다놀이터 같은 그의 아량 베어먹은 것 같아찝찝한 기분은 소금을 뿌려도 숨이 죽지 않는다바람이 분다누군가
가족최병철 꿈에다 못질을 해두고 잠에서 깼다다시 잠에 들어 박아 둔 못에다 사진을 걸었다벽에서 유채꽃이 피었다 지고봄은 곧 시들었다발이 있는 것들은 달아나고없는 것들은 사라졌다휴가철이 되면서 흩어졌던 웃음들이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고웃는 사진만 골라 풀칠을 하자유채꽃 떠난 자리에 해바라기가 피었다액자 속에서는 우물처럼 끊임없이 웃음이 솟아나고어떤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다때때로 잠으로 이어진 창문을 열어두어마당으로 기침 소리가 떨어지곤 했다황금빛이어야 머물 수 있다는 규율이 생기고가을엔 들판에서 많은 웃음을 수확할 수 있었다탈곡을 끝
고향집 대숲에 바람 불면김정옥 솔개바람 대숲을 지날 때바스락 바스락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울 엄마 밭에서처마자락 끌고 오는 소리울 할머니 시장 갔다맛있는 것 사 오시는 소리돌담사이로 생쥐 들랑날랑눈 굴리며 눈치 보는 소리앞마당 굴밤나무 위까치 집짓느라 날개 짓하는 소리낯선 사람 동네어귀 들어서면 개짓는 소리우리 집 굴뚝에 연기나면옆집 할매 고무신 끌고 오는 소리이 모든 소리들은 내 유년 시절고향에서 보든 정겨운 일상고향집 지금은 울 할매도 울 엄마도대숲도 굴밤나무도 까치도모두 다 떠나가고 돌담만 지키고 있으니생쥐만 들랑날랑 하고 있겠지
주전자 속의 아코디언박수현 아코디언 소리가 주전자에서 들린다피워 문 이야기가 연기처럼 떠돌다소란소란 담뱃재로 떨어진다테이블 건너편, 수화로 나눈 대화가하루 일상을 손짓으로 털어 낸다발효된 언어는 알코올 도수만큼 익고 있다청송주점 막걸리 잔이 출렁인다푸른 밭을 싹둑 자른 부추전 위로젓가락이 봄을 캔다나의 언어와 다른 그들의 말은탁자와 탁자 사이가 문처럼 닫혀 있다소리로 뱉어낼 수 없는, 날 선 비명이 쌓인 퇴적층수화로 풀어낸 공손한 음률을몸짓으로 알아낸 신통력이 그들에게 있다서로에게 찾아가는 시간이 빠르게 굳어간다잔에 걸려 넘어지는
백년찻집백미늠 가을입니다그대 많이 그리운 계절입니다치자꽃 보다 예쁜 부영 꽃이 일주문을 향해 웃고 있습니다흐린 오늘 백년찻집이 더 환한 까닭입니다 살아온 날이 눈물이었고 살아 갈 일이 한숨뿐인 사람들이 순하게 착하게 웃고 있습니다가시에 찔린 마음 푸른 멍이 많은 사람일수록 타인을 곱게 바라볼 수 있나봅니다 누구를 사랑하는 일은 불길이 가슴을 다 태워도 피하고 싶지 않는 일결국은 자신을 더 사랑하지 못함을 후회를 하듯뚝뚝 떨어져 있는 꽃잎에 그늘이 닿아 일어설 줄을 모릅니다가을이 천주산을 그냥그냥 넘어갑니다 “우리는 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