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름 속에 있지만 난 아직도 추운 겨울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다. 이 스산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찬 공기에 갈피를 못 잡고 헤매고 있다. 어린 시절 들판에 나가 소 풀을 먹일 때, 소는 어디든 마음대로 가지만 사람인 나는 한낱 미물인 소만 바라보고 움직이지 못하는 그때의 내가 생각난다. 소만 바라보며 소가 어디 가는지 눈앞에서 사라지면 나 역시 깜깜한 어둠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배가 부른 소는 이동하는 반경이 줄어든다. 그때쯤이면 석양이 붉은색으로 물든다."이랴 이랴"고삐를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현존 세계 인구는 대략 79억 명. 이 모든 사람들이 같은 햇볕 아래 같은 공기를 숨쉬며 생활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상품에도 품질 차이가 나듯,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환경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듯 하다. 지금 지구가 겪고 있는 기후이상은 종국에 가서는 모든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해있다. 지난해 세계 주요 지도자들은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최초로 '석탄발전의 점진적 감축'과 '배출권 국제거래 기준'에 합의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포기다'. 성공 체험담이나 동기 부여를 위한 강연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이런 격려의 말들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는 포기의 기류가 확산되어 가는 것 같다. 3포 세대가 5포 세대, n포 세대로까지 확장되고 있고 희망을 북돋아 주는 격려와 응원의 말이 희망 고문으로 폄하되기까지 한다. 희망의 격려의 말들이 과거와 달리 냉소적 반응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우리 국민들 중에 그만큼 신산한 삶 속에 있으면서 미래의 희망을 보기가 힘든 분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포기의 기류가 거세질수록, 우
사람이 있는 곳에 갈등이 있다는 말이 있다. 부모 자식 간에도 어쩔 수 없이 갈등이 존재한다.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부모와 자식이 사는 방식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부모들은 살아온 날의 경험으로 자식이 살아갈 날을 결정지으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살아본 적 없는 부모의 과거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절박함보다는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부모가 야속하게 생각된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에게 존중받
마키아벨리의 '군주론(1513)'은 오랫동안, 크고 작은 집단의 리더들에게 필수적으로 권해진 책들 가운데 하나였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여우의 간계와 사자의 용맹함을 지닌 군주', '더 큰 도덕을 위한 부도덕' 등의 수사같은 문장들이 훌륭한 리더의 표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리라. 1469년, 가난한 공증인의 맏아들로 태어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 공화국에서 18년간 외교관으로 일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교황청과 프랑스, 에스파냐, 신성로마제국 들이 30여 개의 크고 작은 도시국가로 갈려 패권을 다투던 혼돈의 시기였다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다짐을 할 것이다. 비록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경제가 어려웠지만 올해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각자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그러기에 이번 해는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희망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삶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의 하루하루 생활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생각에서 비롯돼야 한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도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고 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발효돼 더욱 즐겨 먹는 음식도 있다. 사람도
가정에서 생기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부부 문제고 다른 하나는 자녀 문제다. 큰 문제없이 유지되던 가정에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가족 간의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고 심리적, 정서적으로 제대로 분리가 되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당장 문제 삼지 않고 참다 보면 상황은 조용히 지나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리적인 문제가 내 안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들이 어떤 계기에 의해 분출되면 몸에 이상증상을 보이는 신체화증상이 나타나거나, 정신질환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폭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간식이 있다. 바로 붕어빵이다. 가격이 저렴해 천 원짜리 한두 장으로 몇 마리 사서 걸어가는 동안 먹으면 추위를 잠시 잊을 수도 있다. 6·25 시절 만들어졌다는데 겨울이 70번은 더 지났어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변함없이 사랑받는다. 붕어빵을 개발한 사람은 바닷가 사람이 아니고 내륙 사람일 것이다. 왜냐하면, 바닷가 사람이라면 붕어보다는 고래빵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륙이라도 소나 돼지 같은 동물도 있고 다른 생선도 있는데 왜 하필 붕어일까? 우리가 냇가에 놀면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민물고기가 붕어
최근 소화기를 사용해 화재를 초기에 진화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곤한다. 유사한 사례로 지난 11월 김해시 장유동 소재 한 아파트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인근 119안전센터와 구조대원들이 신속히 현장으로 출동했는데 다행히 화재 발생 초기에 가정 내 비치돼있던 소화기를 사용해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진화해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겨울철의 계절적 특성과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 내 화재발생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남소방본부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겨울철은 연중 평균에 비해 일일
서산에 걸린 해가 순식간에 넘어가 버리고 어둑살이 퍼진다. 밤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걸 보니 동지가 다가오고 있나보다. 어릴 적엔 동지 즈음에 치르는 의식이 있었다. 방마다 문짝을 떼 입안 가득 물을 머금고 푸푸 불어서 한 해 동안 누렇게 바래고 여기저기 바람구멍이 난 창호지를 뜯어냈다. 시커멓게 묵은 때가 앉은 문짝은 수세미로 깨끗이 씻어서 축담에 주욱 줄을 세워 말렸다. 어머니는 하얀 풀을 한 솥 끓여서 미리 식혀 놓으셨고, 아버지는 대청마루에 창호지를 문짝 크기에 맞게 잘라서 포개놓으셨다. 풀비로 한지에 풀이 발려지고 아버지와
요즘 들어 '다문화'란 단어가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어디를 가든 외국인이 눈에 잘 띄고 언론과 방송에서도 귀화한 외국인들에 관한 내용과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라는 단어에 대한 느낌은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의 사람들에게 냉혹했다. 단일민족과 단일문화라는 틀 안에서 살아온 우리에게는 학연·지연·혈연을 중요시하는 풍조와 가부장적이면서 이방인을 배척하는 문화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단일문화'란 하나의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를 말한다. 여러 민족이 하
가족의 의미를 깊이 느끼게 해주는 영화가 있다.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라는 영화다. 거칠고 무뚝뚝하며 대화에 서툰 주인공 거스는 딸이 6살 되던 해에 부인과 사별했다. 이후 딸을 1년간 남동생에게 맡겼고 13살 되던 해에는 기숙학교로 보냈다. 성인이 된 딸은 변호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반면 노쇠한 거스는 신예 후배에게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그의 상태를 알아차린 직장 동료는 변호사로 일하는 딸에게 거스의 일을 돕기 위한 출장에 동행해주길 청한다. 아버지와 마음의 거리가 멀어진 딸은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