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김해시가 주최한 한 포럼에 취재차 참석했다. 김해를 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지역리더들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한 시민단체의 직원은 이날 포럼에서 "김해에는 문화모임을 가질만한 공간이 없다"는 지적을 했다. 그러자 진행자는 지역의 한 문화단체 대표에게 "실제로 공간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활용이 안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문화단체 대표는 "공간은 많다"고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공간이 많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계에서는 늘 공간 부족에 관한 문제가 불거졌다. 지
김해지역에는 특별한 문화공간이 있다. 바로 생림면 도요마을에 위치한 김해예술창작스튜디오다. 이 공간은 김해시와 경남도교육청이 도요분교를 활용해 지은 것으로 예술인들이 상주하며 한적한 시골마을에 은은한 예술의 향기를 퍼뜨렸다.벚꽃 흩날리던 2009년 봄. '연극계의 거물'로 불리던 이윤택 연출가가 연희단거리패와 시인들을 이끌고 도요마을에 나타났다. 그가 몸담고 있던 밀양연극촌이 축제장소로 유명해지자 창작 작업에 몰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해예술창작스튜디오는 도요창작스튜디오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곳에서 30여 명의
책, 영상매체, 연극 등 역사와 대면하는 수단은 많다. 하지만 삼국유사 이외에 변변한 사료가 부족한 가야사의 실체를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통로가 바로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역사를 우리의 삶과 이어주는 기능을 한다. '박물관의 탄생'의 저자 도미니크 풀로는 "기억이라는 개념은 20세기 후반부터 등장한 비교적 새로운 화두다. 박물관은 인간과 삶을 구성하는 여러 사건들을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기리고, 애도하고, 시대적으로 적절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억의 재생과 환기, 치유의 과정들이 모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흥미로운 청원이 올라왔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청원자는 "판단이 무분별한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여성비하 요소를 내포한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며 "이들이 양성평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에 게시된 이 청원은 총 21만 3219명이 동의 의사를 표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불편한 단어로 치부되던 페미니즘이 비로소 수면 위로
"사장님 나빠요." 2003년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행어다. 당시 정철규라는 개그맨은 자신을 '스리랑카에서 온 블랑카'라고 소개하면서 어눌한 한국말로 '한국 사장'들의 횡포와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을 재치있게 비꼬았다.'블랑카의 외침'이 한몫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약 15년이 흐른 지금 외국인들에 대한 처우는 많이 달라졌다. 외국인고용허가제, 퇴직금 보장을 위한 출국만기보험 등의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 한 외국인관련 기관에 따르면 추가·야간 수당을 포함한 외국인
이달 초 김해의 한 문화기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무슨 얘기 끝에 누군가 관람료가 비싼 전시를 기획해 난감했던 지난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러자 함께 있던 직원들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위험했던 일"이라며 맞장구를 쳐댔다.도대체 얼마나 비싸게 받았기에 그러는 건지 몹시 궁금했다. 기자와 동행했던 일행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얼마였습니까?"하고 물었다. 상대방은 뜸을 들였고 결국 더 궁금해진 기자가 한 번 더 물었다. 그제야 한 직원이 멋쩍은 표정으로 "만 원"이라고 대답했다.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우리가 이해할
김해뉴스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김해의 난개발' 취재를 맡았다. 마을과 공장지대를 찾아다니며 난개발의 역사를 살펴보는 과정은 기존 주민들이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소외되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난개발 역사는 동전의 양면처럼 급속한 산업화와 성장의 과정이기도 했다. 사실 남부지방의 대표적 산업도시인 울산, 창원, 여수, 광양 등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키운 산업입지다. 김해처럼 국가산단 한 곳 없이 기업도시로 급성장한 사례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1세대 김해의 제조업은 1970~1980년대 안동공단을 중심으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선명하게 보였다. 막연했던 '임신'이라는 단어가 현실이 됐다. 기다려왔던 새 생명이 찾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곧바로 걱정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언젠가 읽어보라'며 후배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출산·육아 안내서'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펼쳤다. '일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을까.', '복직하면 아이는 어디에 맡겨야 할까', '13개월 된 갓난아이를 두고 복직할 수 있을까', '육아로 퇴사하면 실업급여는 어떻게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