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問診송인필가슴 속 촘촘히 박힌그대 목숨소리 그대 체취 급하게 내려 놓고 까맣게 쫑대로 선 해바라기하현달 깊이 기침으로 박힌다고흐가 막도장을 찍는 밤 “이 아득함 속에서 여름이 핀다”도서관 사물함을 열면 오래 묵어 깊은 꽃향기가 난다. 책을 읽다가 목젖을 툭, 치는 글 갈피에 꽂아둔 꽃내음, 해바라기 꽃잎이 고흐의 그림 속으로 길을 연다. 촘촘히 박힌 슬픔을 가슴에 심고 고개를 떨군 해바라기처럼 오래된 책은 갈피마다 침묵의 뼈알들을 품고 있다.사랑도 그렇다. 우리가 만나고 떠나보낸 시간의 무게는 가벼움의 뿌리가 되고,
섬 정보암 섬에는 맨 처음찾아든 사람들태고적 고독해식되어 있었다켜켜이 벼린 주상절리한처럼 쌓여 있었다.모진 삶의 뿌리염분 잦아진 돌틈뿌리 내린 애송처럼해풍 붙잡고 있었다.밤새뭍을 삿대질 한그 섬에는움푹 패인 가슴이시퍼렇게 뒤척이고 있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섬을 처음 찾아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의 회한과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밤바다같은 절대고독, 해식되어 우뚝 솟은 거부의 몸피.먼 옛적에는 광야에 우뚝했을 봉우리가 물이 차오르면서 저마다 섬이 되었다. 정수리에는 머리카락 같은 소나무들 이고서. 파도와
다시 또 너에게로 가는 저녁 하 영 란너와 하나가 된다면달구어진 몸으로 너에게뛰어들고 싶다보들하고 파릇한 이불에 싸여돌돌 말려서뜨거운 입김 속으로 들어가너와 하나가 되고 싶다네 깊은 곳으로 들어가나는 녹아내린다하나가 될수록불을 머금은 열정이네 안으로 가 타고 있다네가 부르지 않아도나는 너에게로 가고다시 또 너에게로 가고 있는 저녁밤은 어두워도 빛나고또각거리는 목발 소리도너와 함께라면배추밭에 내리는 이슬이 된다“외로울 이유가 없다”인간을 사랑하는 동물과 식물, 사물이 있다. 그것들이 나에게로 와서 나를 만든다
유월의 별 - 석정 윤세주 열사이 윤 청보리가 아름다운 유월이었네나를 관통하는 초록, 반짝이는 눈동자들이 부끄러워 나는 자꾸 눈이 붉어졌네 꽃 진 자리마다 딱지마냥 아프게 잎이 돋는데- 누구도 탓하지 않았기에 나는 그 침묵의 뿌리까지 걸어 들어가 홀로 아프네 나, 유월에 태어나 유월에 사라졌지만 어둠속의 별이 되었네 요절을 부추기는 바람의 손을 자꾸 뿌리쳤네 눈물을 풍장 시키고 마음의 행방을 물으며 나는 차라리 세상 속으로 함몰되고 싶었네아직 죽지 않았지, 이 세상 머물기는 42년에 지나지 않았으나 붉은 태양이 유배당했던 땅에서 저
김해천문대김 용 권 천장에 고인밤하늘 문장은 장엄하지누군가 보고 싶을 때안드로메다 폭풍이 몰아치는천문대로 가봐여기는 별의 사막 한가운데,빛이 걸어가는 구멍마다짤랑 거리는 동네가 서지나는 떠돌이별어둠이 찔러오는 곳마다백만 송이등불을 걸어두지비껴나는 건 모두별똥별이 되지사라지는 백색왜성처럼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그때, 천문대로 가봐“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려면…”누구나 그리움 하나쯤 안고 살아간다. 그리움의 대상은 무한하다. 오가며 그리운 사람의 집에 얹어 놓은 내 마음은 무한히 부풀고 있다
담쟁이 넝쿨 되어허 남 철 거리에휠체어가 춤을 춘다.탈 시설을 외치며보이지 않는 족쇄에서 벗어나자유자로 거듭나려고발버둥을 쳐 본다.담장 밑에서옹기종기 모여 담을 넘자고모의하는 담쟁이 되어바깥세상은두 다리 펴고 잠 잘 수 있을까바깥세상은마음껏 말 할 수 있을까바깥세상은마음껏 사랑 할 수 있을까바깥세상은마음껏 일 할 수 있을까담쟁이 넝쿨 되어높은 담을 기어오른다,살맛나는 세상을 향해,,“길게 뻗어 담장을 넘어라”사회복지 현장에서 활동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시로 승화 시키고자 필자는 복지문학이란 또 다른
우산의 덜미송 미 선 유통기간이 하루 남은 우산을 샀습니다우산대를 빙글빙글 돌리며 걷습니다웃음소리가 우산에 앉기도 전에눈물방울이 튕겨 나가네요비바람이 몰아치는데아무렇지도 않게세 개를 한 묶음으로 팔고 있었기에덥석 쥐었습니다계절을 버무려마음 가는대로 하나씩 꺼내 쓰고 버리려구요생각을 낭비해버린 것을 알아챘을 때한 계절이 끝나고 있습니다다음 계절의 계획표를 만들기 전붉어지던 빗방울이 그치네요접혀지지 않는 우산살이 우두두둑부서지는 기미가 느껴지네요뼈대가 생각보다 단단한가 봅니다이제 비가 그치네요 그러나실마리가 주렁주렁 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