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비춘 이 한 권'이라는 제목을 듣고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 중에서도 마음 한켠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 가끔 꺼내보는 박완서의 가 가장 먼저 기억났다. "나이가 들면서 숨가쁘게 정상으로 끌고 가는 책보다는 도중에 아기자기한 오솔길을 거느리고 있어 쉬엄쉬엄 쉬어갈 수 있는 책에
나에게는 자랑하고픈 둘째 형이 있다. 운동 후유증으로 인한 중증 지체장애인이라서 중학교를 중퇴하였지만, 병상에서 읽은 많은 책들을 통해, 어린 나에게 역사적 인물의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꿈을 심어 준 형이다. 이제는 시골교회에서 목회를 마치고, 책과 함께 노년의 생활을 보내고 있다. 어릴 적, 구석방 선반에 꽂혀 있던 두껍고 낡은 연두색의 고전 책들
내게는 꿈이 셋 있다. 하나는 해외 자원봉사를 가는 것이고, 다음은 출판되는 책 속에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터레이터이며, 마지막은 내 손으로 쓴 책을 출판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 모두 책과 관련된 것들이다. 지금껏 사귀었던 해외 친구들, 문화 교류 경험이 되어 준 홈스테이, 해외자원 봉사 뒷얘기들을 묶는다면 책을 내는 일은 가능하다. 나는 늘 꿈의 실현을
두 아이를 키우는 나는 자율적이지 못한 아들과 뭐든 대충하는 딸에 대한 불만이 늘 있었다.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지만 불쑥 튀어나온 말 한마디에 내 마음이 들켜버렸을 때는 자책감으로 힘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편안하지 못해 괴롭기도 했다. '어린이책 시민연대' 전국 임원연수에서 '어린이의 말초신경은 우주와 맞닿아 있다'는
"사람보다 소중한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먼저 눈에 들어온 문장이다. 우리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재물과 명예보다도 인간이라는 말, 봄 향기처럼 아득히 울려퍼지는 이 고귀한 말은 내게 영혼의 울림과도 같았다. 이 책 '위대한 만남'은 세계적인 명사들의 운명적 만남과, 국내 저명인사들의 만남에 관해 소개하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어쩌면 긍정의 과잉이 탈이었다. 무한히 꿈꿀 수 있고 그것을 실현한다는 것은 기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작동의 원리만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멈춰 서서 생각해야 한다. 내가 과연 가는 길이 맞는지,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많이 가지
나는 읽고 싶은 책을 정할 때 나만의 편견(?)을 가지고 고른다. 나무색이면 좋고, 나무의 질감이면 더 좋다. 그리고 아버지를 떠올려주는 몇몇 단어들. 박하사탕, 도포자락, 이런 기준들이 책을 고르는 내 마음의 잣대이다. 존 휴즈를 만난 건, 대폭 인상된 수업료로 머리가 아팠던 아들의 네 번째 등록금을 내던 날이었다. 통장 잔고가 바닥난 그 허기를 채우기
지금 학교가 시끄럽다. 학교폭력이 그 이유다. 학교폭력이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인 양 난리다. 학교폭력을 잡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복수 담임제 도입과 학교스포츠 활성화인데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라고 뉴스는 전한다. 정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117에 신고하면 학교폭력을 해결해 준다고 홍보한다. 학교폭력의 근원적 문제가 무엇인지 보다 여론을 인식한 정치적인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책을 보는 시간보다 TV연속극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운동을 즐기기보다 주전부리를 즐기게 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기보다 내 말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결정하기 어렵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내가 판단하기 보다는 유명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았다. 얼마 전에도 큰 딸아이를 영국 어학연수를 보내도 될지 물으러 점집을 찾아갔
"요즘 우울하십니까? 돈 때문에 힘드십니까?" 그러시다면 "변기에 앉아서는 일단 시부터 읽읍시다." 김언희의 시집을 펼쳐들고 구구절절 츱츱츱츱 소리 내어 읽으면서 춥파춥스처럼 물고 빨아봅시다. 처음에는 똥오줌과 피고름과 시체와 섹스의 맛 때문에 "오한과 더불어" "하루를 구토로 시작할"
지인들이 결혼할 때 선물하는 책이 있다. 어떤 주례사보다도 시적이고 함축적이어서 내내 긴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운 그림책,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두 사람'(사계절)이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쉽고 함께여서 더 어렵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시종일관 '두 사람'에 대한 비유의 변주를 담고 있
'여자의 일생'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소설가 기 드 모파상(1850~1893)이 33세 때 쓴 작품이다. 한 시골 귀족 여인이 유산과 조산, 자식의 타락, 부모의 죽음, 고독, 가난 등을 겪은 뒤 마침내 죽음을 맞는, 한 여인의 전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인생이란 보시다시피 그렇게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가 봅니다."주인공 잔느
지나온 시절, 매 순간마다 기쁨과 슬픔을 같이한 고마운 책들을 다시 떠올려 보면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진다. 올해들어 접한 아지즈 네신의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도 그런 책 중 하나다. 아지즈 네신(1915~1995)은 터키 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풍자문학의 거장으로, 터키의 대표 지성이자 터키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국민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읽어지지 않는 책은 정보전달 매개체로서의 가치가 없다. 울지 않는 새를 두고 견해를 달리했던 일본 전국시대의 고사를 보듯이 재미없는 책은 불태우든지 아니면 재미있는 책만 읽든지, 그도 아니면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 '영웅문'은 적어도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는 책이었다. 3부작 18권으로 끝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보는 나로서는,
나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라는 학문을 공부했다. 이 학문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변화시켰으며, 인간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게 만든, 내 인생의 커다란 모멘텀(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장면)이었다. 이후 정신병원에서 정신보건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며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였다. 일과 공부는 물론 병원에서의 인간관계도 잘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크
중학생 시절에 우연히 아동보호시설에 봉사활동을 나갔다. 그곳에서 버려진 장애영아를 안는 순간, 나도 모르게 생명의 존귀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탄생과 동시에 세상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나는 내가 어른이 되어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찾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따스한 마음을
지난해 12월 20일, '김해이야기제작소'가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개최한 '교통사고 유자녀 돕기 자선 가야금공연'에서 사회를 맡았다. 음악에 조예가 없는데다 사회를 맡은 경험도 없는 터라 어떻게 꾸려나갈까 적잖이 고민되었다. 그러다가 '1Q84'에 흠뻑 빠진 후에 이어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雜文集)'에서 그 해답을 찾기로 했다
소설가의 전형이 있다면 발자크(1799~1850)는 그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는 인물이다. 훌륭한 인물이나 거친 우리 삶의 등불로 앞세울 전형이 있다면 또한 발자크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본받을 만한 삶을 살다간 사람,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 이룬 인생의 성공적인 롤 모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 어두운 시절에 고상한 경전 속에서 갓 건져낸 것
저는 15년 전에 제 곁을 떠나신 어머니와 함께 춤을 춥니다. 어머니와 함께 있는 마음이라 늘 행복합니다. 지금도 제가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어머니'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어머니, 그리고 무용과의 인연을 가슴에 담고 살아갑니다. 제가 요즘 열심히 읽고 또 읽으며,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멋진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법륜스님이 쓴
수레바퀴를 상상해 보셔요. 동일한 길이의 바퀴살들이 축을 중심으로 뻗어나가고 이것들이 연결되어 바퀴가 됩니다. 수레바퀴는 중심축과 바퀴살, 그리고 이어주는 줄이 모두 함께 균형을 이룰 때 굴러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레바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간이나 원리, 운명 같은 것과 관련지어 이해되고 있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1906)는 헤르만 헤세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