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어머니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읽는 책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그 책을 통해 어린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는 동안 오히려 어른인 내가 그 책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는 루드비히 베멀먼즈의 그림책으로, 칼데콧 상을 받은 작품이다. 칼데콧 상은, 매년 여름 미국 도서관협회 분과인 미국어린이도서관
올해 초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이 극장에서 개봉됐을 때, 딸과 함께 극장을 찾은 젊은 엄마들이 많았다고 한다. 캐나다의 국민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에 발표한 은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소녀들에게 사랑받는 주인공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잊지 못하는 친구 같은 존재이다. 옛 친구인
십여 년 전, 박호민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 시인은 말없이 수기로 쓴 시 한 편을 나에게 건넸다. 그 작품이 바로 시인의 처녀시집 제4부, 98페이지에 얹혀 있는 '답신'이다. "봄나무들의 손길 바쁠 때/ 그 꽃그늘 아래 무식하게 앉아 보았어"로 시작돼 "참 캄캄하고 서러운 편지"로 끝내는
'연인'와 '연애'의 낱말풀이가 달라졌다. 원래 '연인'은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 '연애'는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게 달라졌다는 말씀. 뭐가 달라졌냐고? 이전까지 '연인'은 서로를 사랑하는 두 '남녀'였고, '연애'는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남녀'가 '
'교사'가 없는 '교육'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사회에는 '교사'가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교사들이 스스로에게 해야만 하는 질문이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교육에 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 어색한 일이 돼버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가르치는 일의 의미를 분명하게 하기보다는 단편적인 지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주입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참여'와 '서정'의 논쟁은 문학의 끝없는 화두일지 모른다. 대립되는 것 같지만 순환되기도 하고 피터지게 싸우다가도 자연스레 소멸되는, 뭐 그런 거 말이다. 기형도가 세상을 등진 1989년 3월에 대학에 입학한 나는, 얼마 후 유고시집이 발간됐다는 소식과 함께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의 시는 곧 언쟁의 대상으로 번져갔다. 굴곡 많은 80년대를
존 무스의 그림책 과 나의 인연은 깊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나를 성장시켜 온 내 마음속 커다란 책이다. 에는 자신이 가진 작은 것을 내놓고 몇 곱의 행복을 돌려받는 이야기가 잔잔한 수채화 풍의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까? 그깟 하찮은 돌멩이가 어떻게 꼭 닫힌 사람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으로, 부드럽게 개입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제목 를 더 잘 설명해 주는 말은 부제로 달려 있는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이라는 문구가 아닐까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면서 후회 없
새로움은 이미 오래전에 있었던 것-오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새롭게'란 말과, '새로움'이란 말은 문학 작품을 이야기할 때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 단어다. 또한 요즘은 학교, 회사, 일상생활, 사적인 대화에서도 너나 가리지 않고 수시로 거의 매일 듣게 되는 단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도대체 이것은 어디에 있는지, 이것을 찾자
기말고사가 끝난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 시간. 감독교사의 눈치를 보며 잡담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학생이 쉽게 눈에 띈다. 시험과 상관없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선생님한테 배우면서 왜 누구는 공부를 즐기면서 하고, 대부분의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것일까? 고민을 하던 중 '자기주도학습'에
경남 합천 나무실마을에 사는 서정홍 시인은 바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죄라고 말하십니다. 시인은 "바쁘게 살면 자기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는데, 부모 형제 친구를 어찌 돌보겠어요?"라고 말하십니다. 가슴에 콕 박히는 귀한 말씀을 듣고 바쁜 죄를 짓지 않으려 애써보지만, 둘레 일들이 몸과 마음의 고삐를 놓아버린 소처럼 어딘가로 줄창 내달리게만
어린 시절, 먼지가 얇게 쌓인 엄마의 책장 맨 앞 칸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원제;노르웨이의 숲)가 항상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건 풍경화와도 같은 것이었다. 사람의 손길이 더 이상 닿지 않는 그 책에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책 언저리 부분은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노랗게 빛이 바래져 있었다. 나는 종종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던 스무넷에, 티나 실리그의 을 만났다. 이 책은 미국 스탠퍼드대의 티나 실리그 교수가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보내는 미래 인생 보고서이다.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쉼없이 달려오기만 했던 나에게 한 줄기 빛을 선사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책을 읽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의 내용은 누구
'꿈'이라는 글자를 떠올리면 언제나 나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주 어렸을 땐 시골학교 도서관에서 300여 권쯤 되는 책을 두 번씩, 마음에 드는 책은 세 번씩 읽었을 정도로 독서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읍내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여중에 다니면서부터는 공부하느라 책과 사이가 멀어졌다. 산골벽지에 살았던 나는 똑같은 일상이 너무 지겨워 어쨌든 빨리 그곳을
장 폴 사르트르(프랑스의 철학자·문인)를 전공하겠다던 친구의 골방에서 을 만났다. 얼마 후 그 친구는 1980년대 대학생들을 강제징집하던 녹화사업의 대상자로 군에 입대했다. 당시 내가 사르트르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시몬느 드 보봐르와의 계약결혼과, 실존주의 철학자로서 '행동하는 지성'의 표상으로 불린다는
몇 년 전 여름에 전남 강진을 찾아갔다. 한적한 곳에서 며칠이라도 유유자적 해보자고 택한 곳이 강진이었다. 오솔길을 걸어 한참을 오르니 산 속에 고즈넉한 다산초당이 있었다. 간간히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마루에 앉아 긴 한숨을 내쉰 후로, 휴가 때는 늘 강진이 중심이 되었다. 는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 동안
'지금의 나'에서 '새로운 나'로 변화할 수 있을까. '새로운 나'는 습관을 바꾸는 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달라지고, 행동을 바꾸면 습관이 달라지며, 습관을 바꾸면 성격이 달라지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달라진다는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나에게는 나만의 특별한 색깔이 있고, 고집이 있다. 타고난 기질인지 아니면 음악을 하
이런 저런 이유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며 합리화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런데, 사흘 동안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책이 있다. 조완선의 장편소설 이다. 아들의 중학생 권장도서라서 서점에서 구입을 했는데, 아들이 읽기도 전에 내가 먼저 1권과 2권을 후딱 읽어버렸으니 어지간히도 재미를 느꼈던 모양이다. 줄거리를 살펴보
그저 '만만'한 게 도서관일 뿐이라고? '만만하다'는 부담스럽거나 무서울 것이 없어 쉽게 다루거나 대할 만하다는 말이다. '만만한 도서관'은 아마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문턱이 낮은 도서관을 말하는 것일 게다. 큰맘 먹고 가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다 들르는 곳, 우리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부턴가 우리의 학교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졌다. 특히,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를 이야기 할 때 더욱 그렇다. 교사와 학생 간의 수직적 서열을 중시했던 교사들은 '교권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하고, 학생과 부모들은 소통 부족과 교사의 자질 문제를 거론한다. 어떻든 안타까운 교육 현실이다. (이타니 겐지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