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책은 나무색이 짙어지고 나무 냄새가 깊어진다. 내게도 책꽂이 한 쪽에 얌전히 꽂혀 있는 나무냄새 나는 책 한 권이 있다. 뽑아들지 않아도 펼쳐보지 않아도 바라보는 것만으로 넉넉한 그녀, 헬렌 니어링의 책이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는 세계적 지성인 스코트 니어링과의 만난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다. 26세에 스코트 니어링을 만난 저자가,
대학시절 한때 나는 자신만의 안위와 행복을 추구하며 낭만을 찾기도 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사회주의자 레이펑(1940~1962)의 전기인 '뇌봉'을 읽으며 큰 감동을 받았고, 이 책 한 권으로 나의 삶이 바뀌었다. 레이펑의 이름을 한자발음으로 그대로 표기하여 전기의 제목은 '뇌봉'이다. 이 책은 수많은 레이펑의 전기 작가 가운데, 레이펑 생전 소속 부
최근에 향토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높아지면서 역사물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세트장을 지어 관광 사업에도 활용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또한 전국에는 600여개의 박물관이 있어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한다. 나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열성은 4년 전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되었다. '약방집 예배당
나는 작은 시골초등학교를 다녔다. 이제는 폐교가 되었지만 많은 것들이 추억으로 남아 있고, 일부는 나의 자양분이 되었다. 학교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눅눅한 것 같으면서 잉크 냄새가 섞인 책 향기가 좋았다. 가난한 동네라 어린 고사리 손도 돈사야 했기에, 학교를 마치면 일찍 집으로 가서 부모님을 도와야 했다. 소꼴을 베든지 이삭을 줍든지 하는 허드렛일을 도왔
'태백산맥'의 고장 전남 벌교를 방문했다. 나의 20대에 등장한 책의 무대는 작가가 묘사한 그대로 산과 바다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었고, 역사의 격동기를 겪었다고 하기엔 소박한 동네였다. 대학시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라면 흔히 '빨간책'이라 불리던 '태백산맥'을 접하지 않은 학생이 없을 정도로 이 책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산꼭대기로 눈을 들어 아침의 탄생 지켜보렴/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는 바람의 소리 들어보렴/ 대지인 모노라에서 생명이 솟는 걸 느껴보렴/ 그럼 체로키의 이치를 알게 될 거야./ 새벽이 올 때마다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생명 있음을 알게 되리니' 포리스트 카터(Forrest Carter, 1925~1979)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동
변화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벽을 용기있게 무너뜨릴 수 있다.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계속 불평만 하고, 자신을 구해 줄 구세주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나는 책 읽는 것, 이야기를 듣는 것,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외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듣던 이야기는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다. 그런 나에
쥘 베른(1828~1905)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80여 편의 장편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이지만, 100여년 전의 사람인데다 우리가 접하는 문학사에 언급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15소년 표류기'라는 책에 대해 물으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읽었다거나,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소설이라고
정서적 미감으로 고차적 기쁨 주고인생의 진실과 인품을 높이는 위대한 작품눈물 같고 웃음 같은 우리들 삶에 빛을 주는 책 한 권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이랴. 에반젤린이 겪은 서럽고 아름다운 사랑의 대서사시가 가져다 준 감동과 여운은 지금도 유효하다. 사랑의 숭고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신념을 갖게 한다. 이 작품의 서정성과 리듬감은 내 마음 속에
소설 속 인물들 좌우익 대립외면할 수 없는 살아있는 역사하지만 극복의 대상저녁 무렵 진영 들녘에 내리는 노을은 새삼 이 고장이 과거 아름다운 농촌이었던 것을 상기시키곤 한다. 지금은 공장지대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있지만, 황금 들녘과 함께 주황색 단감이 지천으로 열려 있는 진영은 보기만 해도 풍요로운 마을이다. 그러나 과거 어느 지역이나 어려웠던 시절,
절망의 벼랑 그 끝에 있어도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음을 기억하길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무언가를 하라." 오늘 영어 단어를 하나 외우면 내일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알고, 오늘 책 한 권을 읽으면 내일 책 한 권 더 읽은 사람이 된다. 바로 오늘 한 일은 내일의 밑거름이 된다. 3년 전 장유도서관에서 독서치료 수업 공고를
길들인다는 건 상처이든 슬픔이든함께 견뎌주는 힘'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하는 말이다. 아름다운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은 가슴 부푸는 설렘이고 행복한 초조함이다. 작품 속 여우는 어린왕자를 기다리며 나에게
나는 육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과 부모님의 형제들까지 모두 모인 대가족 속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 기억 중에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던 일은 지금도 행복하고 그리운 추억이다.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는 늘 '고놈의 호랭이'가 등장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별다른 놀잇감이 없던 우리들은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할머니의 단골 레퍼
일장춘몽 성진의 꿈처럼낮잠 한 번 잘 자고일어나면 다른 내가 되었으면…유달리 늦었던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이었는지, 지나던 중이었는지 모르겠다. 궁벽한 시골 마을에서 읍내로 공부하러 나왔을 때 나는 꿈에 부푼 소녀가 아니었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계획에 따라 실천해 나가기에 너무나 아득한 시간 앞에서 다만 어쩔 줄 몰랐다. 하루가
진경산수(眞景山水)는 조선시대 후기에 남종문인화의 영향을 벗어나 한국의 회화를 지향하여 일어난 새로운 화풍이다. 상상적인 산수도가 아니라 한국 땅의 풍치를 그려내는 산수화법을 의미한다. 어떤 특정한 실제 풍경을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눈앞에 전개되는 무한대의 자연을 화가의 마음에 드는 대로 화폭에 그려내는 방법이다. 성선경 시인이 한국미술사의 중요한 화풍인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의 강의 중에 '매스컴 특강'이 있다. 김창남 교수가 매년 10명의 외부강사를 초청해 그들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의 수업이다. 이 수업이 그들의 강의실을 떠나 책으로 엮어져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읽혀진 지도 수 년째이다. 올해에는 '인사이더를 이기는 아웃사이더의 힘'이라는 주제로 강의가 이루어졌고, 책으로 발간되었다 어
"듣도 보도 못한 나무 이야기를 써 주세요!" 뭘 어떻게 써 달라는 말보다 더 강력한 주문을 한 출판사 대표도 대표지만, 결국 그 주문에 맞는 책을 써낸 저자도 대단하다. '나무가 민중이다'는 우리의 농경문화 속에서 민초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풀과 나무를 생활 속 눈높이로 바라본 나무 이야기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이
"고장은 났지만 버릴 수도 없는, 어디에 써야 할지 막막한 물건이었다. 아직 의무사용 기간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몸에 남아 있던 숨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철수 아버지가 자신이 만든 제품 철수를 보며 느끼는 일종의 '사용후기'다. "그나마 큰 돈 들어가는 고장이라도 없으니 다행이었어요. 그냥 어서 자라서 다른 사용자에게
우리나라 사람치고 모나미 볼펜을 써 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국내 자체 기술로 1963년 태어난 모나미 볼펜은 지금까지 약 35억 개가 팔렸다. 모나미 볼펜은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뉴욕에서 개최된 '코리아 디자인 헤리티지전(展)'에서도 1960~80년대를 대표하는 디자인 유산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48살 된 모나미 볼펜이 지난 6월 말경 새로운
고대 아시리아의 앗슈르바니팔 왕은 니네베에 인류 최초의 체계적인 도서관을 세웠다. 장서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목록을 만든 도서관이었다. 왕은 다른 나라로 장사를 떠나는 상인들에게 "나의 도서관에 없는 점토판(책)을 보면 반드시 구입해 오라"고 명령했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책을 지극히 사랑했던 왕이었다. 왕의 도서관, 그 안에서 왕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