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생활의 방편이 된다는 것. 얼마나 보람찬 인생일까. 이런 삶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올해 1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 작가가 빈곤 속에서 갑상선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다가 사망했다.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열정 하나로 버텨오던 그녀는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좋은 작품이라고 인정한 시나리오를 다섯 개나 썼지만, 하나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펴낸 책 '문재인의 운명'이 출간 하루 만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재판 인쇄한다. 초판 1만5천 부가 동이 나서 서점마다 책을 확보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세간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여러 언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조사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을 다룬 대목을 중심으로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하지
가 지난 5월 25일자 신문에 소개한 진례면 시례리 신기가죽자반작목반 '가죽자반' 기사를 기억하는가. 햇볕과 자연이 만들어낸 웰빙 밑반찬 참죽 장아찌와 부각, 그리고 그 음식을 마을 공동작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소개한 기사다. 그 글을 읽은 독자 중에 '신기가죽자반작목반은 마을 회사같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다. '희망제
서가에 꽂혀 있기만 한 책은 종이뭉치에 지나지 않는다. 책은 읽혀져야 한다. 책이 읽혀지기 위해서는 유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요즘처럼 유통 사업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에는 어떤 방식으로 책이 유통되고 읽혀졌을까. 조선에는 '책쾌'라는 직업이 있었다. 이는 서적 중개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고정된 가게를 차리지 않고 고객을 찾아다니면서 책을 팔던
'얘야, 월곶을 기억해야 한다. 곶이란, 육지가 바다 쪽으로 가느다랗게 뻗어 있는 곳, 그러므로 월곶이란, 달이/그것도 초승달이 놓여 있는 모습이어서, 마치 그리움이 살며시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았지. 그러면 그 눈가에서/기러기가 날아 왔단다' 삶에 뿌리 내린 문학이 얼마나 큰 감동을 자아내는지 작품으로 보여주는 김신용 시인의 신작시집 '바자울에
작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창작의 동기는 무엇일까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많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의 창작 계기나 책이 일으킨 파장에 대한 이야기는, 책 그 자체보다 더 흥미롭다. 남자 아이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고아원에서 여자 아이를 잘못 보낸 일이 있었다는 짧은 신문기사를 본 몽고메리가 '빨강머리 앤'을 썼다는 이야기, 링컨 대통령이 '톰 아저씨의 오
"내가 보니 수급자 지정이라는 게 원칙이 없어. 밖에 나가 보면 어떤 노인들은 먹고살 만한데도 수급자로 지정받아 생활비 타먹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폐지나 빈병을 주워서 간신히 연명하고 사는데도 쌀 한 자루를 안 주는 거야. 구청 담당자들이 직접 나와서 사는 걸 보면 알 텐데. 알면서도 무조건 호적에 자식이 있어서 안 된다니 우리 같은 사람은 죽
한 세대 전에는 대학을 가리켜 '우골탑'이라고 했다. 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마련한 학생의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이다. 대학을 일러 속세를 떠나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를 말하는 의미의 '상아탑'이라고 부르는 것을 빗대어서 '우골탑'이라고 비꼰 것이다. 논 팔고 소 팔아 자식을 공부시키는 부모의 심정이 담겨 있는 말이다.
독일이 통일된 후 옛 동독 지역 최초의 베스트셀러는 '1,000가지 합법적인 세금 트릭'이었다. 자본주의 물결에 휩싸인 옛 동독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금에 대해 꼭 알아야 했다. 배급받아온 비누만 사용하다가 상품 진열대에서 무슨 비누를 고를 것인가 고민하는 것 외에도 그들이 배워야 할 것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세계적인 건축물들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까. 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어떤 집을 지을까. 일본의 주택전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20세기 현대건축의 거장들이 철학을 담아 직접 지은 작은 집을 소개한다. 저자는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여행이 필수적인 수업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다녔다. 특히 주택을 찾아다니는
천지사방이 꽃이다. 봄꽃들은 제대로 보면서 살고 있는 중인지 지인들에게도 안부를 묻고, 나 자신에게도 물어본다. 일 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세상이긴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산자락과 들판, 도로변 길에도 피어 있는 꽃을 보면 마음까지 환해지는 것 같다. 악양 동매리에 사는 박남준 시인은 아침에 일어나 마당의 꽃이 간밤에 잘 잤는지 살펴본다니, 이 봄 온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00m를 9초69로 달리는 자메이카의 단거리 선수 우사인 볼트를 보았을 때 입이 딱 벌어졌다. 100m를 겨우 20초 안에 통과하는 기자로서는, 경기 도중 운동화 끈이 풀어지고 결승선 10여m 앞두고는 전력질주를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저렇게 달릴 수 있는 사람의 유전자 속에 달리기 능력에 관련한 특질이 숨어있는 게 아닐까 하는
'매년 새로운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조직에 적응해야 한다. 그때마다 다시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친구들과 여유있게 시간을 보낼 만큼 한가롭지는 않다. 게다가 자신이 하는 일을 정기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조금이라도 실적이 떨어지면 주변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아야 한다.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뭔가를 배우러 다녀야 한다.' 이렇게
내가 어떻게 한글을 익혔는지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학교 가기 전 어머니가 자음과 모음을 가르쳤고, 간단한 글자는 자신있게 발음하면서도 받침이 붙은 글자를 무서워하고, '이'를 '10'으로 쓰기도 했다는 어릴 적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나에게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읽기는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경험 1. 학창시절 지리산 종주 마지막 날 칠선계곡으로 하산하던 중, 발을 헛디뎌 계곡을 따라 아주 잠깐(느낌으로는 한참을) 계곡물 따라 떠내려 가다가 물가에 늘어진 나뭇가지를 붙잡아 위험을 빠져나온 적이 있다. 계곡물에 빠져 중심을 잃고 떠내려갈 때 겁에 질렸지만 순간 가족들이 생각났고, 계곡을 따라 뛰어오는 친구들의 고함소리도 들렸다. 내 몸 어디에
손으로 쓴 편지를 받아 본 기억이 희미하다. 아니, 손으로 직접 편지를 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휴대폰과 이메일로 간단하게 할 말을 주고 받은 지 오래다. 배달되는 우편물 뭉치 안에서도 편지가 사라졌고, 봉투에 적힌 내 주소 역시 주소 라벨에 인쇄된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어떤 글씨체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예 알 도리가 없는 세상이다. 이제 우리는 자신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세계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는데 그게 도대체 뭔지 궁금하기도 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이메일로 페이스북에 초청한다는 주변지인의 요청을 받고도 외면하는 일이 점점 곤혹스러워졌다. 뭔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것 같은 정체 모를 초조함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페이스북에 가입했고, 친구맺기를 요청해 온 몇몇 지인들의
시골학교 선생님이 있다. 옆집에 사는 제자 미경이가 어머니에게 야단을 듣는 소리가 종종 담 넘어 들려올 만큼 가까이에서 아이들과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다. 하루는 풀이 죽어 심부름을 가는 미경이에게 왜 야단맞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동생들이 방을 안 치웠는데 언니라는 이유로 야단맞았다고 투덜거린다. 선생님은 미경이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나도 언니라서
방송인 윤영무 씨가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명진출판사·2004)를 펴냈을 때, 산문집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독자층이었던 중년남성들이 그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쉽게 드러내 보일 수 없었던 자신들의 속내를 책을 통해 들여다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책에 이어 또 한 권의 책이 중년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TV 프로그램 '1박2일'을 비롯해 몇몇 프로그램에서 시골마을을 가끔 볼 수 있기에 우리는 시골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착각에 가깝다. 가끔씩 흥미로 보는 화면, 그것도 편집되어 방송하는 그 장면들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KTX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는 동안 '우리마을 이야기'를 연재하며 비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