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지진으로 흔들리고, 하늘은 태풍 '차바'로 거칠었는데, 우리 인간세상은 김영란 법 시행의 혼돈으로 괜시리 어지럽다. 각중에 오래 전 일본 유학 시절의 기억 두 가지가 떠올랐다. 먼저 유학간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갑자기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입관 전에 뵙기라도 해야겠는데, 마침 아내의 여권이 연장신청 중이어서 영사관에 묶여 있었다. 원래
가락국은 넓디넓은 바다를 통해 세계와 교통하던 해상왕국이었다. 현재는 강물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평야와 튼튼히 버티어 온 산줄기가 근간을 이루고 있으나, 가락국의 수도 김해는 당연히 해상왕국의 바탕인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조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의 '가락국기'를 비롯한 수많은 자료에서도 김해와 바다의 관계는 항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입니다. 올 한 해도 갖은 고초를 달게 녹여온 농부들의 땀방울에 자연의 정성이 화답을 하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요즘 농촌에서 정작 세인의 주목을 받는 이들은 농부가 아니라 세칭 '자연인'들이 아닌가 합니다. 산업사회에 시민들 저마다의 마음에 열망으로 자리하고 있는 자연인. 그를 향한 열망에 편승하기라도 하는 듯 땡볕에 그을
민족의 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 지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형제들은 함께 차례상도 차리고 술판도 벌리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훌쩍 성장한 조카들에게 "열심히 공부해"라며 호기롭게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챙겨주기도 한다. 친가·외가의 삼촌에다 이모까지 돌아가며 용돈을 주니, 제법 주머니가 두둑해진 아이들은 대형마트의 완구점으
끔찍하게 뜨거웠던 한여름 무더위가 한 풀 꺾이면서 풀벌레 소리도 바뀌었다. 귀가 찢어지게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잦아들고 귀뚜라미 소리가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분성산과 맞닿은 아파트에서 12년째 살고 있는 필자는 계절마다 바뀌는 새소리, 벌레소리, 꽃향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봄이 깊어지면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 짙은 아카시아 꽃내음, 밤꽃향기,
낙동강은 김해의 강이다. 낙동강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경상도 상주의 동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라 소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상주는 고려시대 지방행정조직인 12목의 하나였고, 조선초기에 경상감영이 설치되었던 경상도의 수부였다. 그래서 서울을 뜻하는 낙양(洛陽)으로도 불렸는데, 그 동쪽을 흐른다 하여 낙동강이라 했
김해는 한 나라의 수도였다. 김해가 가락국의 수도였음은 '구지가'라는 고대가요가 고등학교 교재에 실려 있으며,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수로왕의 신화와 함께 반드시 언급되어야 하는 곳이기에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기가 아니라면 평소에 김해는 넓은 평야와 낙동강을 낀 지역으로만 여겨질 뿐, 서울이나 경주 및 공주
지난 15일은 광복절이었습니다. 집집이 태극기를 잘 달았을까요? 국가기념일이며 국경일에 대도시 아파트의 태극기 다는 집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얼마 전의 언론보도를 생각하며 산책에 나섰습니다. 우리 촌동네 사정도 보도와 별 다르지 않습니다. 2개 마을을 지나고 샛강을 에둘러오는 내 산책길. 국기 걸린 집은 몇 되지 않았습니다. 손수 가꾼 배추 먹어보라고
나는 4년째 놀고 있다. 한 달에 한번 기적의도서관 앞마당에서 아이들이랑 놀고 있다. 추워도 놀고 더워도 놀고. 그렇게 놀다 보니 소문이 나서 매번 100명 훌쩍 넘는 인원이 함께 놀다 간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도 놀고, 율하천에 놀러 왔다가도 놀고, 알고도 놀고, 모르고도 놀고…. 엄마 손을 꼭 잡은 세 살짜리 아기도 놀고, 자전거를 타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직원 한명이 조심스레 다가오더니 면담을 좀 하자고 하였다. 가슴이 철렁하면서 "왜? 설마 그만둔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라고 내뱉고 말았다. 오전에 입사 7개월 만에 그만둔 직원의 후임 채용면접을 본 터라 그런 말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직원들은 입사 후 6개월 정도 열심히 업무를 익힌 뒤 2년 계약직이라는
600년 가야 도읍으로서의 전통이 있고 무려 53만 시민의 도시에 설마 시립박물관이 없었던가 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선 오히려 생뚱맞게 들리는 제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역사와 위상을 가진 우리 김해에 김해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걸어온 모습을 수집하고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시립박물관은 아직 없다. 국립김해박물관이 있고, 대성
김해공항의 서북쪽 끝 부대 담장이 둘러쳐진 주변 마을은 그 이름이 칠점(七點)이다. 이 마을의 이름은 부대 담장 안에 일곱 개 가운데 겨우 한 봉우리 남아 있는 칠점산에서 나왔다. 칠점산은 1978년 부산으로 편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김해의 상징으로서 수많은 시인묵객들은 김해를 그릴 때 삼차강(三叉江)과 함께 특히 이곳을 떠올렸다. 이제는 부산의 것이 되었으
부산, 창원 등 인접 대도시의 인구를 빨아들이며 몇 년 전에 50만을 돌파한 김해시의 인구가 몇 년 후엔 60만 명을 돌파할 거라 합니다. 인근 대도시에서 김해로 옮겨온 이들 중에는 시골마을을 선호하는 이도 많습니다. 이른바 귀촌인들, 그런데 그중에는 멋진 전원주택을 지어놓고는 마을 원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문 닫아걸고 사는 이도 많습니다. 이들이 사서
김해시가 삼계동 띠앗공원(2천782㎡)에 1호 '생태놀이터'를 조성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해시는 '어린이들이 자연과 친밀해지게 함으로써 정서발달에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로 총 예산 3억 원을 들여 삼계동 어린이공원인 띠앗공원에 다양한 자연생태놀이를 즐길 수 있는 생태놀이터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생태놀이터란 도시의 어린이가 집 근처에서 흙, 풀
지난 5월 17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앞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살해되었다. 범인은 칼을 지닌 채 한 시간 넘게 여성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살해 이유는 '여성이 자신을 무시해서'라고 했다. 여성들은 애도를 위해 모여들었고 여성혐오 사회를 바꾸자며 밤길 행진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강신명 경찰청장은 "혐오는 의지가 들어가야 한다"
"다 늙어 다니지도 못하거나 병들어 눕게 되었을 때 링거 꽂아주는 복지 말고, 다닐 수 있을 때 즐길 수 있는 문화 복지도 좀 해라!" 김해인으로 창원시의 공직에서 은퇴하고 인제대학교 박물관대학에 5년 동안 다니고 있는 허영하 선생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전자는 일반적인 사회복지를 말하지만, 후자는 보다 적극적인 문화복지를 이르는 모양
김해는 부산, 창원 등과 연계된 산업화로 과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했다. 눈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히 펼쳐졌던 평야 사이로 흘러가는 강물, 그 사이사이로 섬처럼 둥둥 떠 있는 자그마한 봉우리들, 드문드문 보이던 농가. 사실 이것이 김해 시내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의 모두였다. 그러나 이 단순한 풍경 속에 치열한 삶이 있었으니, 그 농촌 삶의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협치(協治)'라는 말이 요즘 세상의 화두가 되고 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용어지만 '협력하는 정치'의 줄임말인 것 같다. 영어로 찾아보면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단어가 협치를 뜻한다. 학계에서는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적절치 않고, 의미전달이 불분명하여 외래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거버넌스의 핵심적
수렵용 공기총을 구입한 적이 있었다.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산짐승 구제가 명분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날아가고 달려가는 야생 짐승을 쓰러뜨린 후의 야성을 맛보고 싶은 욕망에 있었을 것이다. 총을 산 이후 한동안 산, 들, 내를 헤집고 다녔다. 물오리, 산토끼, 꿩 따위를 발견했지만 명중시키지 못했다. 눈치가 어찌나 빠른지, 놈들은 총구를 조준할 틈도
지난 7일 전남 순천에서 전국 최초의 놀이기구 없는 놀이터인 제1호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 준공식이 열렸다. 한달음에 달려갔다.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획일화된 놀이터에 반대하고, 옛날 나무를 올라타고 배수관 위를 뛰어 다니며 어디서든 자유롭게 땅따먹기와 구슬치기 판을 펼쳤던 그런 놀이터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놀이터는 생각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