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의 향토음식인 찜국은 대를 이어가며 손맛을 전해오던 음식이다. 하지만 갈수록 추억 속의 음식이 되어가고 있다. 수수하면서 깊은 맛을 내는 찜국은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요즘의 세태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다. 하지만 어떤 재료든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성품은 우리땅에서 나는 식재료들이 연출하는 한편의 교향곡과도 같다. 논고동찜국, 다슬기찜국,
김해시 생림면 성포부락에 지네를 먹여 키운 닭을 백숙으로 판매하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꽤 오래 전이지만 선뜻 취재에 나서기가 망설여졌다. 보양음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 그 경계심 탓이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 하여 음식과 약이 그 뿌리를 함께하고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고르게 섭취했을 때 해당되는 것이다. 과유불급이라
호사가들 가운데는 가끔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본의 라면집에서는 생면을 조리해서 파는데 반해 한국의 라면집에서는 인스턴트 라면을 그냥 끓여서 낸다고. 이를 두고 마치 식탁위에 '티슈'가 아닌 '두루마리 화장지'가 올려져 있는 것처럼 수준 낮은 식문화인냥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이는 성급한 일반화가 낳은 오류일 뿐이다. 일본식 라멘과 인스턴트
넓은 김해평야의 한 가운데쯤 되는 부산 강서구 봉림마을. 옆으로는 가락IC와 식만교를 잇는 자용차전용도로가 지나고 뒤로는 가락초등학교가 있는 마을 한켠에 '오두막'이라는 식당이 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대중적인 식당이 터를 잡을 입지는 아니다. 건물의 생김새를 보면 더 기가 찬다. 말 그대로 '누옥'이다. 기둥·서까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가 싶더니 어느덧 가을 분위기가 완연하다. 진정한 주당들에게야 1년 내내 술마시기 좋은 날이겠지만, 저녁 바람이 제법 스산한 요즘 같은 때는 특히 소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 김해시 삼계동에 소문난 문어 전문점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신문사 직원 몇 명을 꼬드겼다. 아무래도 이런 곳은 여럿이 가야 그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국보(國寶):1.나라의 보배/2.나라에서 지정하여 법률로 보호하는 문화재.'국어사전에 나오는 국보의 정의다. 파생된 어휘로 '국보적'이라는 단어가 있다. '나라의 보배가 될 만한. 또는 그런 것'이라 정의한다. 김해시 서상동에는 '국보적'에 상응하는, '국보급'이라는 수식어를 단 배짱 좋은 식당이 있다. 그 이름도 거창한 '국보급한우국
무상이냐 유상이냐의 문제는 애당초 관심 밖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대체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밥 같은 밥이 아니라면, 무상이든 유상이든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남는 것입니다. 는 '맛을 찾아서'를 통해 기업(태광실업)과 대학(인제대학교)의 단체급식 현장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밥의 수준이 조직
패스트푸드(fast food)란 빠른 시간에 조리할 수 있는 음식, 혹은 주문하면 곧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의미한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격인 햄버거는 그 유래부터가 패스트푸드적이다. 중앙아시아의 초원에 거주했던 몽골과 터키의 유목민들은 생활 특성상 장거리 이동이 잦았다. 이동 중에는 한가로이 불을 피우고 음식을 조리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다진 양고기
올해 초 외신에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563만 원(5천 달러)짜리 햄버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재료비만 3천 달러가 들어간 이 햄버거에 사용된 소고기는 일본산이었습니다. 지난 2008년 미국 CNN 방송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선정했습니다.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송로버섯, 푸와그라, 캐비어를 비롯한 총 9개의
규슈 남동부에 위치한 미야자키현. 현청 소재지인 미야자키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아야초(綾 町:초는 우리나라 읍에 해당)라는 마을이 있다. 인구 9천 여명 정도의 작은 마을. 전체 면적의 80%가 산림지대이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라고 해봐야 9%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곳이다. 지역 주민들은 벌목 작업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였다. 먹
일본의 료칸(旅館)은 전통문화, 자연환경, 온천, 정원, 음식, 친절 등 일본이 자랑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이 집약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흔히들 일본 문화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까지도 '료칸에서의 하룻밤'을 일본 여행의 백미로 꼽을 정도입니다. 이에 '일본 규슈 식문화에서 배운다' 세 번째 순서는 일본의 료칸
일본 식도락 기행 두 번째 여정은 규슈의 전통시장을 돌아보겠습니다. 대형 유통업체의 확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마다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아케이드 설치, 주차장 확보, 고객 편의시설 확충, 공동브랜드 개발 등 다양한 현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
'맛을 찾아서'가 여름을 맞아 일본 규슈로 식도락 기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일본열도는 크게 4개의 섬으로 이루어 졌는데 규슈는 그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는 섬입니다. 한국의 절반 정도인 4만2,163㎢의 면적에 1천5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남해안과 기후가 비슷하고 음식 또한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김해와는 고대국가 때부터 각별한 인연을 가
'경화춘·현대식당·강줄기'. 1970~80년대를 김해에서 보낸 분이라면 이 식당들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세 곳은 원도심인 동상동과 서상동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었다. 도시의 확장으로 원도심 상권이 쇠퇴함에 따라 이들 식당 역시 비슷한 운명을 겪는다. 김해의 양대 '중국집'이었던 경화춘과 현대식당은 이미 오래전에 문을
공기는 물기를 잔뜩 머금고, 한낮인데도 어둑어둑한 것이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흐린 날. 그러니까 낮술 아니면 칼국수나 수제비가 생각나는 그런 날. 김해시 삼방동 인제대 근처에 있는 '몽실이손칼국수'를 찾았다. 일단 사진촬영과 취재는 뒤로 물리고 칼국수 한 그릇을 시켰다. 아니 정확하게는 산채비빔밥 하나와 칼국수 하나를 시켰다. 두리번 두리번 가게
'모던밥상'의 오윤희 대표는 주부로서 평소 약선과 자연식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평생교육원과 각종 강좌에서 배운 지식과 조리법을 20년 넘게 남편과 자녀들에게 실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해 왔다. 하지만 '토막상식' 혹은 '지식의 위험성'을 경계한 그녀는 지난해 원광디지털대학 한방건강학과에 입학해 체계적인 학문을 습득하고 있다. 내처 올해는 '자
1996년 여름,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어수선했다. 공산주의가 붕괴되자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독립을 선언하고 이제 막 자본주의가 자리를 잡아 가던 때였다. 때마침 프라하를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이 개봉되면서 프라하 시내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가난한 배낭여행객들은 프라하에 도착하면 두 가지 문제를 우선 해결했다. 첫째, 여행
한나라당에서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 발표 후 정치권의 논란이 가열되고,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보장하라"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확산되던 즈음, 이런 흐름과 결을 달리하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외부 급식업체에 맡겼던 학생식당을 직영체제로 전환한 인제대학교(인제대) 학생식당이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단순한 홍보성 기
일본 영화 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작은 일본식당의 주방 테이블에 세 여인이 모여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맨손으로 주먹밥을 만들며 수다를 떠는 그녀들의 표정은 매우 행복하고 편안해 보인다. 이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인들에게 있어 주먹밥이라는 음식이 어떤 의미인지 헤아려 볼 수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
영화 는 지난 5월 6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 2회 상영되어 200명 남짓되는 관객이 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공개되자 영화제에 출품된 나머지 모든 영화를 합친 것보다 많은 인터뷰 요청이 쇄도 했다. 관련 기사는 연일 인터넷에서 페이지뷰 상위에 랭크됐다. 각 신문은 경쟁적으로 기사를 쏟아냈고, 영화를 만든 김재환 감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