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당에서, 부처님 머리 위에 작은 집 모형이 달려 있는 걸 본 적이 있는지. 이것을 닫집이라고 한다. '닫'는 '따로'의 옛말이다. 그러니 '닫집'은 집안에 '따로 지어놓은 또 하나의 집'을 말한다. 절의 닫집은 섬세하게 짜인 공포와 화려한 장식, 그리고 허공에 매달린 기둥을 특징으로 한다. 공중에 매달린 화려한 궁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닫집
화가들은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것을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그려낸다. 작곡가는 소리로 표현해낼 수 있도록 오선지 위에 음표를 그린다. "적절한 낮은 음과 높은 음, 음의 길이와 장단이 어우러지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지요." 작곡가 백승태(56) 씨가 작곡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그는 가야와 김해를 담은 곡을 만들고 있다. 그의 집을
"인간은 손을 사용하는 존재입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것, 그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일이 아닐까요. 저는 청소년들과 만들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짚풀공예와 매듭공예를 가르쳐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요. 손으로 물건을 만들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동안 그 아이들이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거
익살맞은 표정의 호랑이 핸드폰꽂이, 고양이 화병, 부엉이 향초꽂이, 악당로봇 다관, 깡통로봇 컵, 파랑새 부리 모양의 차 주전자…. 이런저런 도자기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이렇게 재미있는 도자기라면 전통을 고루하다 여기는 젊은 사람들의 시선도 얼마든지 붙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대로 세월이 가면 젊은 사람들은 도자
화려한 스카프가 바람에 휘날리며 앞으로 확 다가와 얼굴을 감싸는 것 같았다.판화기법을 응용한 작업을 하는 노재환 화가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었다.환상적인 색감, 그 색의 향연을 부드럽게 펼쳐내는 이 작품들은 무엇을 그린 것일까.눈에 보이지 않은 미시세계를 크게 확대해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환한 햇빛 아래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 느껴지는 빛의 잔영들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그림 같기도 했다. 노재환 작가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의 화실 '홍대미술학원
"그림을 직접 그리지 못한다 해도 그림을 좋아하면서 보는 것, 그것도 그림과 함께 하고 있는 겁니다. 제 삶 속에서, 제 생활 안에서 그림이 항상 함께 하길 원합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천천히 편안하게 끝까지 그림을 그리는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그것이 제가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서양화가 조상이 씨는 작업실 '꿈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여자아이가 길을 걷고 있었다. 어디선가 장구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는 홀린 듯 그 소리를 따라 걸었다. 도착한 곳은 한 건물의 반 지하 방. 계단 위에서 유리창 너머로 안쪽이 보였다. 아이의 눈에 한국무용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이는 춤을 추고 싶어서 매일 그곳에 찾아가 숨어서 지켜보았다. 한국창작무용가로 활동하고 있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하는가 안 하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았을 때, '열심히 했구나' 하고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했습니다. 열심히 하는 나를 내가 칭찬했고, 그럴 때 기분도 좋고 행복했습니다." 한국화가 임미애(57) 씨가 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하며 한 말이다. 다른 사람의 반응에 앞서 자
두 사람이 같은 일을 하면서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흙 만지는 걸 좋아해 도예가가 된 임용택(46), 이미진(39) 두 사람은 동료이자 연인이며, 평생의 벗이다. 각자의 개성대로 작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 부부의 꿈은 하나다. 흙을 빚어서 쓸모가 있는 아름다운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흙에 대한 열정으로 하나 된 임용택, 이미진 부
손톱 크기만한 작은 슬리퍼, 손가락 절반 크기의 워커. 아무리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다. 밑창, 굽, 신발 끈, 장식까지. 딱 이 디자인, 이 색상의 신발이 있다면 당장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마음에 쏙 든다. 작은 가방도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몸이 작아진다면 저 신발을 신고, 저 가방을 들고 토끼를 쫓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고
척부인(자), 교두각시(가위), 세요각시(바늘), 청홍각시(실). 감투할미(골무). 인화낭자(인두), 울낭자(다리미). 작자·연대 미상의 가전체 작품으로 전해지는 의 등장인물들이다. 옛날 주 부인이 바느질을 하다가 낮잠이 들었다. 그 사이 규중칠우, 즉 바느질에 쓰이는 도구들이 각기 자기가 없으면 어떻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교사가 있었다.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집으로 가는 기차가 올 때까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차에 학생들에게 서예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 영어교사에게서 서예를 배웠던 제자들은 이제 어른이 됐다. 제각기 자리를 잡아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제자들은 명절이나 연말이 되면 스승을 잊지 않고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