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의 첫 기억은 봄꽃이 아름다운 마을이였다. 인정을 베풀고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 한적하고 아늑한 봉황대, 옹기 종기 모여있는 집들은 동화 속 같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마을이였다. 엉퀸 골목길, 깊은 땅속에는 오랜 시간의 보물이 묻혀 있는, 신비로운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였다. 감수성 영근 가을 밤이면 달 그림자와 사색을 나누고, 옷깃 시린 겨울 밤은 청년 초빼이들과 선술집에서 몸을 비틀었다. 봄에는 골목에 색을 더하고, 쨍쨍 여름은 마을에 불을 지르며, 아프리카 노래에 몸을 던졌다. 계절의 색이 바뀔 때마다 추억의
골목,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으로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 건물 사이나 뒷면에 형성된 길을 가리키는 말이다. 흔히 폭이 좁아 소수의 보행자만 통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 지역에 많이 나타난다.어릴적 골목대장이라는 말에 움츠려들게 했던 그 '골목'은 어느새 조금씩 잊혀지고, 이제는 랜드마크라 불리는 거대한 빌딩과 초고층 건물들만이 도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잡아 골목은 어둡고 위험한 공간이 돼버렸다.인근 창원의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난 4월부터 창원교육지원청과 함께 교
당신을 향해 날아오르고 싶은 사물들이 자세를 바꾸고 있다. 수려하게 가꾸어 온 자세를 버리고, 슬픈 소리마저 지우고 바람 속으로 가고 있다. 바람이 불면 내 몸을 빌려 울고 있는 것들이 떨어진다. 떨어져서 들판 더 깊은 곳으로 굴러가서 박힌다. 사물들은 제 모습을 다 써버리고 사라질 때, 그것이 마치 내 사랑의 통증처럼 날아오를 때가 있다. 그러니까 그것은 외롭고도 슬픈 사물들의 이별법, 그것을 읽는다. 외롭고 슬프다는 것은 바람의 들판으로 혼자 걸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그 곳으로 걸어가서 붉은 옷감으로 지은 사랑
며칠 전 처음으로 아이의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면접시험 길에 동행하였다.아이는 몇 곳의 대학에 수시모집 원서를 제출하였고, 그중 서울의 모 대학에서 1차 평가를 통과하여 최종 면접에 응했다. 면접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는 준비한 자료를 수십 번 읽는 듯 했다. 아이의 손에 쥔 자료는 닳고 닳아 너덜했다. 얼굴에는 감추지 못하는 심리적 압박과 초조함이 가득했고 불안감에 휩싸인 아이의 모습에서 그동안의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롯이 홀로 힘듬을 감당하는 모습이 못내 가슴 아팠다.내 아이를 포함하여 수학능력시험을 치루는 수많은 학생들
스스로 혁신하지 않는다면 혁신 당한다는 말이 있다.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참으로 무서운 얘기다.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도 스스로 혁신하기 위해 인재를 등용했다. 그런 인재들이 선진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 문화와 과학의 발전을 이뤄냈다. 과거 600년 전에도 그랬는데 최첨단 IT·인공지능 등으로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선진기술 도입과 인재영입을 게을리한다면 혁신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혁신 당하는 사례는 주변 지자체의 산업이 몰락하고 부실대학이 문을 닫고, 기업들이 폐업신고를 하는 사례에서
음악(音樂)은 소리 '음(音)'자와 즐길 '락(樂)' 두 글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이다. '음악'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음악의 사전적 의미는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하여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이다.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영역의 음과 소음을 소재로 하여 박자·선율·화성·음색 등을 일정한 법칙과 형식으로 종합해서 사상
깊어진다. 뜨겁던 그 여름이 막차를 타고 떠난 듯이 휑하다. 가락의 온 들판이 비워지고 곳간이 채워지면 부농이던 아니던 간에 마음은 풍요로워 진다. 들판으로 나가면 추수하고 남은 지푸라기 태우는 냄새는 아득한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이때쯤이면 오래 전, 시골의 풍경이 아련하게 겹쳐진다. 추수가 늦어지는 저녁이면 밥상에 둘러앉아 온 가족이 먹는 밥맛은 잊을 수가 없다. 구수한 된장국에 보리밥을 쓱싹 비벼 먹으면 장군감이라는 아버지 말씀에 숟가락에 더욱 힘이 가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집도 참 가난했나 보다. 부모님은 내색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민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 6호기 건설 재개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였다. 이후 논란이 뜨거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면 정책결정에 앞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공론화(숙의 민주주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공론화의 방식은 시민참여단 또는 원탁토론자들이 정책에 대한 학습과 숙의를 통하여 결정하는 구조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공론화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절차로서, 참여 주체들이 쟁점을 단순히 투표라는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김해시 또한 사회적 갈
2년 전 김해시가 하버드의과대학 내 고든의료영상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두고 대다수의 김해시민이 '행정쇼'라는 단어까지 써가면서 별 기대감을 표하지 않았다. 김해시가 MOU체결을 남발한 데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그 성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김해 시민의 여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그 결과 지난달 28일 김해시와 의생명센터가 ‘김해 하버드 바이오이미징센터’ 개소식을 가진데 대해 김해 시민들 사이에선 '행정 쇼 2탄' 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김해시와 의생명연구센터가 언론매
2014년, 학교에 뮤지컬 시대가 열렸다. 물론 그 이전에도 학교에 뮤지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가 학교예술교육활성화를 명목으로 예산을 배정한 것이 2014년부터였다는 뜻이다. 최근 10년간 학교예술교육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비교적 예산이 적게 드는 합창단을 결성하던 분위기에서 학생오케스트라를 결성하고 관현악으로 편성된 합주단이 교향곡 전악장을 연주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해외초청연주에 나서는 사례도 늘어나고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 과정에서 연극을 학교교육과정에 도입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
나무는 매일 천천히 걷는다. 그 아래로 내가 걸어가면 이름 모르는 나무가 말을 걸어온다. 이 거리를 한 번도 걸어 본적 없는 것처럼 걸어간다. 무더운 날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나무의 이야기도 신선해 진다. 내 삶의 앞장을 덮어두고 뒷장을 열어본다.깊어지는 것에 대하여 생각한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무의 속살을 타고 건너온다. 다 읽어 보지 못한 책처럼 다음 장이 더 궁금해지는 것도 나에게 전해지는 나무의 이야기가 신기하고 신비롭기 때문이다. 나태주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가야사 복원사업'이 선정되면서 경남은 물론 부산, 경북, 전남 등 가야사와 관련된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를 손질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야사 복원사업'은 김해시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예산문제로 표류 중이던 가야사 2단계 복원사업이 100대 국정과제에 선정되고 '봉황동 금관가야 왕궁터 발굴사업'에 100억 원의 국비 확보가 결정되면서 추진에 탄력을 받았다. 경남도도 '가야문화권 특별법' 및 '가야사 연구
"제일 먼저 뭘 하지?"의생명 산업 정책을 발굴하는 필자가 어느 날 갑자기 의생명분야 창업을 제안 받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터져 나올 것 같는 발언이다. 연구개발을 한 다음 임상시험을 거쳐서 의생명 시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내어 놓는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서 창업을 시작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을 높여 줄 것 같다. 먼저 창업 아이템을 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신기술을 인증 받아서 비급여 품목으로 진출할지 아니면 기존 급여 품목에서 가격경쟁력과 편의
다른 지역의 모 백화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난히 지하주차장이 복잡했던 탓에 주차할 자리를 찾기 위해 똑같은 자리를 돌던 그때 한쪽 구석에 주차요원들이 모여 상급자에게 혼이 나고 있었다. 보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고, 인격모독적인 고함소리가 주차장을 쩌렁쩌렁 울려 댔다. 다른 손님들이 그 장면을 쳐다본다고 주차장은 더 아수라장이 되었다.서비스를 최고로 치는 대형 백화점에서의 직원 교육은 일반인들이 생각했을 때 상상도 못하는 일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한때는 백화점 내 서비스교육의 파행이 폭로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더워도 너무 덥다. 도시가 열섬이다. 입추, 말복을 넘겼지만 더위의 기세는 맹렬하다. 독한 술의 도수도 아니면서 40도를 넘어서기도 한다. 연일 방송에서는 사상초유의 온도를 갱신한다면서 열을 올리고 있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기조차 꺼린다. 그러다 보니 여름휴가를 집에서 보내는 홈캉스족, 가까운 호텔에서 즐기는 호캉스족 등, 새로운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요즈음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보다는 호젓하게 즐기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리라. 8월의 여름은 수많은 울음을 남기고 있다. 울음이란 우리가 태어날 때 처음 일
어린이 통학차량 갇힘 사고, 어른들의 부주의로 인한 어린이들의 사망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일까? 어린이집 통학차량 갇힘 사고와 관련한 대책으로 처벌강화, 제도개선, 안전시스템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됐지만 크게 바뀌지 않았다. 숨진 아이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운전기사가 둘러보기만 했더라면, 인솔교사가 탑승인원만 확인했더라면, 담임교사가 출석 체크만 했더라면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또 다시 사망 사고가 일어난 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통학
요즘같은 불확실성 시대에 지역의 전통산업을 미래지향적 첨단산업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지자체들은 산업육성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특화산업단지 조성, 국책사업 유치, 기업과 대학·대학병원 유치 등에 사활을 걸며 지역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 노력한다.김해시도 산업구조의 변화를 위해 의생명 분야를 특화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의지와 달리 성공 가능성은 별개의 일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다른 지자체의 노력을 비교해, 김해시의 의생명산업을 진일보시키기 위한 검
얼마 전 미국의 음악대학 교수인 중국계 바이올리니스트와 연주를 할일이 있어 4일을 함께 한 적이 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그리고 김해라는 도시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도 음악인인지라 음악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보였다. 나또한 외국에 나가 있을때면 현지 악기를 꼭 하나쯤은 손에 쥐고 돌아오는 지라 그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김해라는 도시에 대한 설명을 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은 가야라는 역사문화콘텐츠이다. 그리고 음악하는 사람들은 가야금에 대한 자랑을 절대 빼놓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에게 가야금의 소리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사회적경제 학부 운영 대학 20개로 확대하고 초중고 교과서에 사회적경제 내용 반영한 교육을 추진하는 등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는 포용성장, 따뜻한 성장의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정부의 이같은 계획을 환영하면서 얼마전 흥미롭게 읽었었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의 빵집주인 '와타나베 이타루' 가 쓴 책이다. 책 제목은 『시골빵집에서
나로부터 가장 멀어진 생각 하나가 세상의 가장 깊숙한 곳을 찌르는 순간입니다. 순간순간이 끝이고 난간입니다. 끝이고 난간인 순간을 나의 가장 가까운 곳으로 끌어당깁니다. 기억은 아물지 않는 상처들을 오랫동안 꿰매고 있습니다. 저녁이면 어둠에 쌓여 위로를 받는 상처가 새벽이면 다시 곪아 터집니다. 무더운 여름날이 지속되면 우리들은 시원한 계곡이나 풍광 좋은 유원지를 찾아갑니다.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족들과 함께 가는 피서야 말로 삶의 재미를 더하는 인간들의 행위이겠지요. 그러나 이 즐거운 행위 다음에는 골짜기 마다 쌓이는 쓰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