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에 올라가면 치과방사선학 강의가 있다. 말 그대로 방사선에 관한 전반적 지식과 더불어 기계적 장치와 방사선에 의해 나타난 이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과목이다. 임상에서 이상이 있는 조직을 알기 위해서는 정상 조직의 이미지를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알고 있듯 3차원의 물체를 2차원의 이미지로 그려내는 사진에 덧붙여 방사선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무력에 의해 정권을 빼앗는 일이 쿠데타다. 서울에서 훈장을 나눠단 장군들이 옷을 갈아입고 번갈아 대통령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인사동의 한 화랑으로 놀러 갔다. 민중미술이라는 이름이 있었고, 첫 세대인 오윤 등의 민족미학을 지나온 후, 촛불 속에서 치른 '현실과 발언' 동인전도 있었다. 놀러간 곳은 바자회였다. '노동인권회관
하라주쿠 지하철 역에서 내렸다. 오타기념미술관으로 가는 빠른 길은 오모테산도 쪽이다. 하지만 다케시타도리를 따라 빙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오모테산도는 구찌나 샤넬 같은 유명브랜드 가게가 있는 단정한 고급쇼핑가다. 그에 비해 다케시타도리는 10대 소녀들을 겨냥한 싸고 새롭고 진기한 물건들이 시끌벅적 울긋불긋한 거리다. 심지어 초등학생들과 솜털이 아직 송송한
아침 일찍. 잘츠부르크 시내 호텔을 떠나며 직원에게 길을 물었다. 뮌헨 가는데, 독일에서 고속도로로 올릴 계획이라니 웃으며 "비넷이 없군요" 한다. 그리곤 익숙한 솜씨로 지방도로를 이용해 독일 국경을 넘는 길을 지도에 표시해준다. 비넷은 고속도로 통행 스티커다. 원하는 기간의 스티커를 미리 사서 차 앞 유리창에 붙이고 다니게 되어 있다.
체코 프라하에서 옛 보헤미아 지방을 거쳐 나오는 빈 행, 기차를 탔다. 번역 일을 하고 있다는 옆자리의 일본인 아주시 씨는 린츠에서 먼저 내렸다. 맑은 하늘에 후둑후둑 비가 떨어지는 종착지 빈의 서역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붐비지 않았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의 제시처럼 기차 안에서 운명적 여자를 만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빈에 도착한 것은 아니다. 하
2005년 7월 7일 목요일. 출근길의 런던. 행운의 7이 두 번이나 겹친 날이었지만, 런던 시민에겐 결코 행운의 날이 아니었다. 지하철과 버스. 7군데서(다시 7이 겹쳤지만) 동시 다발적 연쇄폭발이 일어났다. 사망한 사람만 30명이 넘었다. 아직 9·11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기억 속으로 또 다시 테러의 공포가 엄습했다. 여행 계획에도 비
검은 백조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만약 18세기 중엽의 조선 땅에서 오늘처럼 살고 있는 당신이 받았다고 하자. '백조의 뜻이 흰 백(白)에서 나와 새(鳥)에 이르는 것이니 검은 백조라 함은 검은 새와 흰 새가 함께 있는 모순의 형국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 아마도 당신은 논리적 추론을 좋아하는 인문주의자 부류일 것이다. 반면에 '백조라 부르는
좀 사치를 했다. 파리 시내. 페르 라세즈 묘지 입구에서 흰 장미꽃 두 송이를 샀다. 꽃을 들고, 슬슬 걷다 보면 보이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다. 앞서 가봤던 몽마르트나 몽파르나스 묘지에 비해 페르 라세즈 묘지는 무척 넓다. 2시간을 넘게 헤맸다. 쇼팽도 보이고 에디트 피아프도 보이는데 이응로와 모딜리아니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포기. 장미꽃을 버리고 돌아서
빗물이 떨어지는 우산을 접어 넣고 로댕미술관. 실내로 들어갔다. 역사적으로 미술관은 그 기원이 무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이 영원한 삶을 꿈꾸며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장소, 무덤에 생전의 물건을 함께 묻었던 안타까움이 미술관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다른 의미로 미술관을 무덤에 비유하는 이도 있다. 지나간 과거의 유명 작품들만을 수집하는 일
여행 가이드북 론리플래닛. 책의 저자들이 투표를 했다. '여행전문 작가들이 뽑은 세계 최고의 도시와 최악의 도시는 어딜까?' 하는 질문이었다. 물론 2011년도 대한민국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전화번호판을 누르느라 지문이 닳을 정도로 총동원이 요구되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처럼 엄청나게 중요한 그런 어마어마한 투표는 아니었다. 모르긴 몰라도 차
체스키크롬로프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인 체스키크롬로프. 저 아래 관광객들로 붐비는, 르네상스니 바로크니 하는 중세풍의 건물들과 그림 같이 높은 성과 푸른 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의 풍경과는 달리 언덕을 밀어 맨살이 채 딱지조차 앉지 않은 상처처럼 드러난 마을 외곽의 버스 정류장은 그야말로 딴 세상이다. 돌아가
이탈리아 출신 구상조각의 대표 작가마리니 마리오 사후 예배당 개조조각·회화 등 180여점 … 1988년 개관기수 몸 점점 뒤로 젖혀지는 '기마상'들초상조각·알몸 여신상 등 작품 속비극적 역사와 불안·염세 훌륭히 표현피사의 사탑을 보고 왔다. 꼭 보고 싶은 것도, 아닌 것도 아니었다. 다만 파리의 에펠탑이
1784년 피에트로 대공 수집 미술품 기증미술학교라는 뜻의 아카데미아 미술관 출발미켈란젤로 '다비드상' 진품 옮겨와 유명세미완성의 노예상 4점 등도 관람객에 명성드디어 피렌체다. 중세의 어둠을 뚫고 르네상스의 꽃을 피운 도시라든지, 두오모의 지붕이 꽃의 도시란 이름처럼 아름답다든지 뭐 이런 달콤한 감상에 빠질 여유가 없었다. 휴가철. 관광객으로 붐비는
▲ 히에로니무스 보쉬 작품 '최후의 심판'. 15C 북유럽 경제 중심지 도약 브뤼헤경제적 번영 발판 문화예술 발전동시대 이탈리아보다 기량 월등반 에이크·헤라드 다비드·보쉬 등세밀하고 정교한 화법 유화 작품 중심300년 가까운 미술 역사 컬렉션 전시이제 나는 암스테르담에서 브뤼헤로 가는 길이다. 안트베르펜에서 기차를 갈아타며 시간
곰브리치였던가? 반 고흐는 인쇄물이 아니라 직접 보아야만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 게 그랬다. 원작을 눈 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꿈틀거리는 마음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재능과 열정, 도전의 역정이 담긴 고흐의 흔적들로부터 삶의 위로를 얻는다.1990년 5월. 뉴욕. 맨해튼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한 점이 8천250만 달러에 낙찰되었
1896년 15세때 사실적 묘사 '첫영성체'이듬해 표현력 돋보인 '과학과 자비' 등초기 작품·어린시절 낙서 등 전시세계적 거장의 삶과 예술세계 한눈에라멩코를 보러 갔다. 안달루시아의 오래된 도시 코르도바. 춤을 보러 갔는데, 정작 마음이 빼앗긴 것은 소리였다. 춤, 노래, 기타, 손뼉. 4가지로 구성되었다는 플라멩코는 바닥이 판자인 공연
바젤역이다. 순간 독일의 어느 공업도시에 잘못 내린 착각. 아기자기한 스위스의 여느 도시와는 다르다. 라인강을 향해 북쪽으로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우선 멀지 않은 미술관까지 걸어서 가기로 한다. 중앙 분리대에 심은 나무는 거짓말을 좀 보태면 숲이다. 10여분. 빌딩 사이. 오른쪽으로 미국의 설치미술 작가인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조형물 '망치질하는 사람(H
세잔의 숨결이 남아 있는 엑상프로방스에서 자고, 역시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엑스의 시청광장이 새벽시장 장터다. 노점 매대가 가득하다. 야채가게에서 호박꽃을 팔고 있었다. 그때가 바로 그 처음의 설마? 였다. 아무튼. 여행 계속. 기차를 타고 니스로 향했다. 젊은이들로 가득한 완행 기차 안에서 누군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를 읽고 있었다.
한 성냥 공장 사장이 기소되었다. 성냥갑에 고야의 '벌거벗은 마야' 그림을 인쇄, 판매한 음란물 유포죄. 사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작품을 두고 음란물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고 기소를 한 검사는 아무리 예술작품이라하더라도 알몸의 여자 그림을 시중에 유포 시킨 것은 당연히 불법이라 했다. 신문과 방송이 크게 보도 했고, 덕분에 전 국민
김해공항에서 유럽으로 바로 가는 항공편이 생겼다. 인천을 경유해 뮨첸으로. 뮨첸? 승무원은 기내 방송으로 '뮤닉'이라 한다. 뮤니크? 바로 뮌헨이다. 여행지에서 말이 서툰 것은 어떻게든 해결되는데 의외의 복병이 지명이다. '주네브'는? 정답! 제네바다. 첫 유럽 여행 때 파리의 리옹역에서 주네브 때문에 고생했었다. '스위스 제네바' 이 간단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