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달인
(유타루 글, 김윤주 그림/바람의아이들/120p/8천500원)

젓가락질 잘 못한다고 밥을 못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젓가락질을 못하면 '밥상머리 교육'을 잘못 받았다고 눈총받기 쉽다. 젓가락은 우리 식문화에서 중요한 '스킬(기술)'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젓가락질보다 포크가 훨씬 편하기 마련이다. 젓가락질을 배우긴 해야 하는데, 편하게 포크만 사용하다 보면 젓가락질이 어려워 더 피하고 싶어진다. 부모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아이가 어렸을 때 바른 젓가락 사용법을 익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초등학생들이 젓가락 사용법을 둘러싸고 벌이는 소동을 그린 이 동화책을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젓가락 달인' 대회가 열렸다. 대회 방식은 30초 안에 열 개의 콩을 젓가락으로 집어 다른 접시에 빨리 옮기는 것이다. 콩 한 알을 젓가락으로 집기도 쉽지 않은데, 열 개나 집어서 30초 안에 다른 접시로 옮기라니.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은 야단이 났다. 우봉이는 짝꿍 주은이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할아버지에게 젓가락질 특별지도를 받는다. 친구들은 콩을 옮기기 위해 비밀권법까지 만들어냈다. 교실 전체가 시끌벅적 축제이다. 젓가락질이 이렇게 위대한 것인 줄 미처 몰랐다. 우봉이는 과연 콩 열 개를 30초 안에 옮길 수 있을까.


 


▶쾌족, 뒷담화의 탄생
(이민희/푸른지식/288p/1만 4천800원)

심청이는 정말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것일까? 혹시 극심한 가난 속에서 아버지를 부양해야 할, 남아있는 삶이 너무나 버거워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정말 효녀였을까? 혹시 신분상승을 꿈꾸었던 나쁜 여인은 아닐까? 우리가 읽는 고소설의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 조선시대 사람들의 숨겨진 본심을 파헤쳐보는 책이 나왔다. '쾌족'은 주자가 쓴 유교경전 <대학장구>에 나오는 말로, '내가 느끼는 유쾌한 만족감'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말을 빌려 이 책에서 '소설의 불온한 일탈성에서 맛보는 희열'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사상과 생활이 자유롭지 못했던 조선시대 하층민이나 여성들이 꿈꾸었던 세상이 소설에 그려졌다고 보았다. 당시의 독자들은 책에서나마 비로소 자유와 해방을 맛보고 욕망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쾌족'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마음속의 응어리까지 풀어냈던 것은 옛날이나 오늘날의 독자들이나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러고 보면 고소설을 지었던 조선의 작가들, 이야기에 살을 보탠 조선의 백성들은 당대의 트랜드를 작품 속에 충분히 반영했던 것이다. 이 책은 고소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진정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찰한다. 남장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남성 못지않은 능력을 펼치는 여성을 그려낸 <방한림전>을 비롯하여, 신분과 나이는 물론 생사의 벽마저 개의치 않는 사랑의 욕망을 강렬하게 담아낸 <운영전>, 이데올로기에 의해 변화된 <심청전>과 <춘향전> 등 잘 알려진 고소설 속의 인물들을 조선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한 개인으로서 들여다본다. 새로운 시각으로 고소설 읽기를 유혹하는 책이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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