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찬식(66) 씨는 조금 독특한 사회운동가다. 그의 전공은 효(孝)다. '인권향상', '권익보호' 등 익히 들어왔던 사회운동 주제들을 놓고 생각하면 그가 주장하는 '효'는 어쩐지 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운동방식도 색다를 수밖에 없다. 손 씨는 어딜 가든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글귀가 담긴 액자를 들고 다니고, 이를 만나는 사람마다 나눠준다. "집안이 평온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집안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효가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글귀는 서예가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적어 넣는다. 물론 모든 금액은 손 씨의 자비에서 충당된다. 이렇게 만든 액자가 벌써 3천 장을 훌쩍 넘었다. 이쯤 되니 그가 '효 운동'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는 자신의 개인사를 풀어냈다. "집이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했어요. 자랄 때도 성인이 돼서도 가난했습니다. 부모님이 늙어가도 해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죠. 정말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이젠 제가 그때의 부모님 나이가 됐지만 제가 부모에게 해드린 게 없다 보니 자식의 마음도 부끄러워서 못 받겠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잖아요. 물질적으로 풍족한데도 효의 가치는 자꾸 줄고 있습니다. 가정이 결국 국가와 사회의 기본입니다. 이 가정을 지키는 건 효구요. 제 개인적인 한풀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전 계속 이 운동을 해나갈 것입니다."
 
그가 효 운동에 뛰어든 지 벌써 10년이다. 그동안 의아하다는 시선도 많이 받았고, 사업을 위한 홍보라는 의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묵묵히 진행하다 보니, 인정을 해주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지난해엔 한 단체가 주관한 '장한 한국인 상'도 수상했다.
 
손 씨는 앞으로도 효 운동을 꾸준히 진행해 나갈 생각이다. 자신의 운동으로 인해 효 문화가 얼마나 확산 될지는 모른다. 계속 오해를 살 수 도 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그는 신념이 있는 한 영원히 효 운동가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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