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준기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 원장
야생동물 중 가장 무서운 짐승은 사자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케냐의 야생공원 감독관은 "가장 약한 짐승이 가장 두려운 짐승"이라고 주장한다. 거의 모든 짐승에게 쫓겨 다녀야만 하는 가장 약한 동물인 임팔라 사슴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자도 슬슬 피하는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황야에서 집단 생활하는 임팔라 사슴 떼가 풀을 뜯고 있으면 인근에는 반드시 사자 한두 마리가 누워 있다. 사자 때문에 다른 짐승들은 임팔라 사슴 떼에 접근하지 못한다. 대신 사자는 병들고 늙어서 약해진 임팔라 사슴 한 마리를 정기적으로 잡아먹는다. 사자가 배고프지 않은 사나흘 동안 암팔라 사슴 떼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사자도 임팔라 사슴 중에서 두려운 존재로 느끼는 게 있다.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한 외톨박이 임팔라 사슴이다. 왕따 임팔라 사슴은 상대가 맹수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뿔을 앞세워 저돌적으로 선제 공격을 한다. 이러한 행동에 임팔라 사슴을 만나면 코끼리도 멀리서 보고 피하고, 사자도 달아난다는 것이다.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얼마나 가공할 만한 반동으로 나타나는가는 동물 심리 측면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과거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33명의 희생자를 낸 '조승희 사건'은 우리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학교에서 조롱과 왕따의 대상이었고, 그것이 그를 살인자로 만들었다.
 
최근 '임 병장"의 총기 난사로 20대의 꽃다운 청년들이 희생을 당했다. 유서를 토대로 해서 보면, 그는 선임과 후임에게 인정을 못 받고 집단 따돌림을 당해 군 생활에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는 부대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것에 큰 상처를 받았고, 열등 보상심리와 보복감이 결합되어 보복 범죄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는 선천적 성향과 후천적 환경의 영향에 정비례하고, 반응심과 도덕적 저항력 등 정신력에 반비례한다고 말한다. 반항기질이 있고 환경이 나쁘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지만, 정신력이 강할수록 죄를 짓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살인을 하게 되는 원인을 보면 가정 내 불화, 모욕적인 언사, 사소한 말다툼 등이 주류를 이룬다. 그만큼 직장, 학교, 군생활 등에서 가까운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일부 사회적 병리가 있다고 해서 범죄가 합리화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가해자를 동정어린 시선으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실제 이런 사례도 있다. 직장에서 이유 없이 상사로부터 구박을 당하고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한 근로자가 있었다. 그는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참고 견디며 일만 묵묵히 했다. 어느 날 회사 사장이 그를 불러 "자네가 회사를 맡아 주게"라고 했다. 사장은 "자네라면 회사를 충분히 끌어가리라고 믿네"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장은 상사의 구박이나 동료의 왕따에도 굽히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그 정도라면 회사를 맡겨도 충분하다고 보았다. 이처럼 왕따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참고 버티며 사는 사람이 훨씬 많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끔찍한 범죄의 재발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임 병장 사건을 계기로 학교, 군대, 회사 내의 왕따, 외톨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가까운 사람의 아픔과 슬픔, 약함을 내치지 않고 돌보려는 노력을 했는지, 우리는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남을 따돌리는 편협한 인간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세상 모든 이들로부터 담을 쌓고 떨어져 홀로 고통을 겪고 있을 외톨이에게 손을 한 번 내밀어 보자. 관심과 배려는 소외된 자들에게는 가장 좋은 약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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