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소유주 "8월15일까지 퇴거해 달라"
상인들 "사유지 탓 유지 어려울 듯"
대체 부지도 정해지지 않아 "안타깝다"


'새벽시장, 사라지나?' 사유지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김해 부원동 새벽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김해의 명물'이 돼 있다. 이 새벽시장이 조만간 철거될 신세에 놓였다. 더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된 새벽시장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 지난 7일 오전 한산한 모습의 부원동 새벽시장. 다음달 중순이면 철거돼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시장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박나래 skfoqkr@

8일 새벽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새벽시장 부지 소유주가 다음달 15일까지 새벽시장 내 가설물들을 치워 줄 것을 요구했다. 새벽시장 안의 건물에 세를 들어 생선가게를 하는 이 모(70·여) 씨는 "최근 땅주인이 법무사를 통해 퇴거 요청 서류를 보내왔다. 8월 15일까지 나가라고 했다"면서 "아쉽지만 나가야 한다. 다른 세입자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씨 같은 세입자는 1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내에서 난전을 펴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아직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20년 전부터 새벽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김 모(50) 씨는 "부지 소유주가 한 기업에게 부지를 팔았다고 한다"면서 "부지 매수 기업은 새벽시장 터에 주상복합 쇼핑몰을 세울 계획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새벽시장이 폐쇄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이 일대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뒤숭숭해졌다. 채소 판매상 김 모(60·여) 씨는 "지난해에 새벽시장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뒤부터 장사가 잘 안됐다. 새벽시장 철거 소식을 접한 상인들은 이젠 체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새벽시장에서 난전을 펴고 건어물을 팔아온 최 모(54) 씨는 "새벽시장이 사라질 것이란 소문은 들었지만 장사를 포기한 상인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하동 쪽으로 옮겨간다는 말이 있는데 대부분의 상인들은 대체 부지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일반시민들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주부 김 모(55) 씨는 "김해의 재래시장들 중 새벽시장의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채소나 생선 등 신선식품은 저렴하면서도 질이 좋아 새벽시장을 자주 이용해왔다. 서민들이 자주 찾는 장터가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다. 될 수만 있다면 새벽시장이 그대로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벽시장 부지는 1998~2006년 김해시의회 의장을 지낸 박용일(70) 씨의 소유로 면적은 약 6천600(2천 평)에 달한다. 새벽시장과 붙어 있는 현대삼부주유소는 박 씨의 친인척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벽시장 상인들은 부지 소유주에게 일정금액의 자릿세를 지불하고 장사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삼부주유소 관계자는 "새벽시장 부지가 매매 절차에 들어간 건 맞다. 하지만 어떤 곳에 파는지, 무슨 건물이 들어설지, 언제부터 건물이 들어설지 등의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주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는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 박 전 의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해시 건축과 관계자는 "현재 새벽시장 부지는 상업용도로 지정돼 있는데, 건물 신축허가에 따른 신청서는 접수된 게 없다"면서 "새벽시장 부지에 새 건물이 들어설 것이란 얘기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20여 년 전 옛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난전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새벽시장이 형성됐다. 시장 안에서는 현재 80여 명의 상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인도의 노점상들을 보태면 그 수가 200명에 육박한다. 오전 4시께 장이 서기 시작하고, 낮 12시 무렵이면 파장한다.

새벽시장을 강제적으로 유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새벽시장은 또 시에서 인정하는 '인증시장'이 아니어서 전통시장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조례 적용도 받지 못한다. 시장상인회 같은 자치 조직도 결성돼 있지 않은 상태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