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한 숟가락만이라도 먹고 가!" 일찍 일어나 밥상을 차려놓고 애원하는 엄마. "늦었어, 지각이야!" "살 빼야 해. 안 먹어도 돼!" 뿌리치고 학교로 가는 아이들. 아침마다 이런 '전쟁'을 치르는 가정이 많다. 학교 앞에서는 '아침밥 먹고 등교하기' 캠페인도 가끔 벌어진다. 언론에서는 아침밥을 먹는 학생들이 먹지 않는 학생들보다 성적이 좋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없고, 다이어트 중이고,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아침식사를 거르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 그래픽=박나래 skfoqkr@

아침식사는 왜 해야 하는 걸까. 사람의 몸은 밤에 잠을 자면서도 열량을 소비한다. 수면 중에 써버린 이 열량을 아침식사가 보충해 주는 것이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오전 활동 중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뇌 활동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포도당도 부족해진다. 에너지와 영양분이 부족하다 보니 근육과 뼈 등에서 영양분을 빼내어 쓰게 되고, 이는 성장부진으로 이어진다. 먹은 게 없으니 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하지 못해 변비가 초래된다. 점심, 저녁 식사는 폭식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인해 영양불균형 및 비만이 발생한다. 사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필요 없다. 배가 고프니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힘들다, 이게 핵심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아침식사 결식률이 남자는 21.8% 여자는 23.4%였다. 연령대별로 살펴보자. 6~11세는 남자 10.4%, 여자 14.2%. 12~18세는 남자 25.7%, 여자 29.9%. 19~29세는 남자 35.8%, 여자 50.0%.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할수록, 그리고 젊은 세대에서 아침식사를 거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성장기에 있는 12~18세의 경우 남자는 4명 중 1명, 여자는 3명 중 1명 정도가 아침식사를 거르고 있다. 12~18세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계속 수치가 늘고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식습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중·고등학교 여학생들과 젊은 여성들의 경우 다이어트를 위해 아침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 끼니 거르면 에너지·영양 부족
뇌활동·성장 부진 등으로 이어지고
장 운동 활발하지 못해 변비 유발
불규칙 식습관 초래해 비만 지름길
아침밥 습관화하고 대용식도 효과적

김희영의 논문 '초등학생 아침 결식군과 섭취군의 식습관 차이 분석'(2012, 숙명여대)에는 아침식사를 잘 챙겨먹던 초등학생들이 아침식사를 거르고 등교했을 때 느끼는 현상을 조사한 결과가 있다. 이 학생들의 79.4%가 아침식사를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의 차이를 느낀다고 답했다. '수업시간에 집중하기 어렵다'가 18.5%, '어지럼증을 느낀다'가 24.1%, '기운이 없어 신체활동에 소극적이 된다'가 20.4%, '간식이나 다음 식사를 많이 하게 된다'가 37%였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초등학생들은 주된 이유를 '입맛이 없어서'(33.9%), '늦게 일어나서'(28.8%)라고 밝혔다. 이는 아침식사 메뉴 구성과 취침시간 등의 조절을 통해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아침결식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민건강과도 무관하지 않다. 농림축산부에서는 쌀박물관과 공동으로  '아침밥 먹기' 홈페이지(www.rice-museum.com/babmorning)을 운영하고 있다. '아침밥 먹기'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고, 아침식사는 가장 손쉬운 건강법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 홈페이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병원에서 아침식사를 거르는 7천 명을 대상으로 아침식사와 수명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실시한 조사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아침식사와 평균수명에 관한 조사에 의하면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꼭 하는 사람들보다 남자는 40%, 여자는 28% 정도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또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이 집중력이 떨어지고 신경질적이며 문제해결 능력이 감소한다는 결과도 있다"는 내용이다. 아침식사 결식이 장기적으로 보아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반드시 아침식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와 조사결과들은 많다. 그런 통계와 수치상의 결과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아침식사는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 자세와 마음가짐에서 적극성과 자신감이 느껴진다. 단순히 아침식사를 하는 행위를 넘어 생활습관이 달라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쯤에서 아침식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지를 알아보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충분히 자고 나면 몸도 개운하고, 식욕도 생기게 마련이다. 밤에는 간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간밤에 먹은 음식이 채 소화되지 않은 채 위장에 남아 있으면 식욕이 떨어진다. 위장장애의 우려도 있다. 아침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식사 전에 물을 한 잔 마시면 장 기능이 촉진돼 식욕이 증가한다.

습관적으로 아침식사를 걸러 왔다면, 의식적으로 조금씩이라도 아침식사를 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아침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은 여학생들에게는 결식이야말로 비만의 지름길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착한 식생활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 '휴롬'에서는 시간이 없거나 입맛이 없다면 채소로 만든 죽과 스프를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을 것을 권하고 있다. 이렇게 먹으면 평소 부족한 채소섭취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휴롬 관계자는 "아침 메뉴로 좋은 죽으로 단호박+양배추 죽(빈혈예방, 세포형성), 새우+브로콜리+현미 죽(빈혈예방, 두뇌발달)을 권한다. 스프는 옥수수+양파 스프(에너지 보충), 감자+당근 스프(집중력 증진) 등이 몸에 좋다"고 말했다.  

아침식사와 성적과의 관계
두뇌 회전 빨라져 수학 점수 쑥쑥

미국 아칸사스대 소아과 교수인 테리 피빅은 아침식사를 하면 수학점수가 높아진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최근 미국 농무부 학술지에 발표했다.('동아사이언스' 2014년 1월 6일 보도)

테리 피빅 교수 연구팀은 아침식사와 수학점수와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8세에서 11세의 초등학생 8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했다. 두 그룹은 하루 8시간의 취침시간 등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했다. 40분의 간격을 두고 2회의 수학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리고 한 그룹에게만 첫 번째 수학시험 뒤에 아침식사를 하게 했다. 채점 결과는 두 차례의 시험 중간에 아침식사를 한 학생들의 수학점수가 월등히 높았다. 실험은 뇌파검사용 센서가 달린 모자를 쓴 채 실시됐는데, 아침식사를 한 학생들은 식사를 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적은 뇌 활동으로, 더 빨리 문제를 푼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식사를 통해 공급받은 영양분이 뇌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말해주는 사례이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도움말=휴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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