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상임위원장 사전 조율 실패 후
투표 직전 새누리당측 감표위원 교체
개표 후 새정련 "기표 내용 미리 보여줘"
새누리 상대 의혹 제기하며 집단 반발?
임시회 파행 속 새누리 단독 후속 선거

▲ 지난 3일 실시된 김해시의회 의장선거 투표 장면. 한 새누리당 의원이 투표함으로 다가가 애매한 자세로 표를 집어넣자, 새정련의 송유인(오른쪽) 감표위원이 웃고 있다. 나중에는 새누리당의 박정규(가운데) 감표위원도 웃음을 지었다(사진 왼쪽부터).

지난 3~4일 김해시의회에서 실시된 의장 선거를 놓고 '공개투표' 논란이 일었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련)은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이틀 동안 시의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양측의 주장은 무엇인지, 앞으로 의회는 어디로 갈지를 상세히 알아본다.
 
■ 첫 임시회, 무슨 일이 있었나

제7대 김해시의회의 첫 공식 행사였던 제177회 임시회는 지난 3일 오전 10시에 열렸다. 4선으로 최다선인 새정련의 박민정 의원이 임시의장직을 맡아 회의를 진행했다. 박 임시의장은 의장선거를 위해 새누리당 김명식 의원과 새정련 송유인 의원을 감표위원으로 지명했다. 이때 새누리당의 박정규 의원이 이의를 제기해 새누리당 감표위원이 박 의원으로 교체됐다.

투표는 지역구별로 김명식 의원부터 실시됐다. 개표 결과 새누리당의 배창한 의원이 15표, 새정련의 배병돌 의원이 7표를 얻었다. 배창한 의원은 당선 인사를 한 뒤 의장자리로 올라가 회의를 주재하기 시작했다.

사단은 배 의장이 의장석에 앉은 직후 발생했다. 새정련의 김재금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에서 "일시 정회"를 요청한 것이다. 이때가 10시 43분께였다. 당시만 해도 왜 정회를 요청했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11시가 넘어도 새정련 의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2층 회의실에는 새정련과 무소속 의원들이 모여 있었다. 들어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들은 "의장 선거에서 부정이 있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표를 투표함에 넣으면서 감표위원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앞으로 의회 일정을 보이콧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의회 사무국장이 회의실에 들어와 새정련 의원들을 설득하자 의원들은 다시 회의장에 들어섰다. 이때가 11시 40분께였다.

회의가 재개된 뒤 새정련 감표위원이었던 송유인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특정 정당의 일부 의원들이 기표 내용을 감표위원에게 보여줬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엄정 의원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낮 12시 1분께였다.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도 새정련의 주장을 반박했다. 송유인, 박민정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새정련 의원들은 다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배 의장은 새정련 의원들이 퇴장한 뒤 예정됐던 대로 부의장 선거를 진행했다. 새누리당 13명, 새정련 박민정 의원, 무소속 이영철 의원 등 15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새누리당의 전영기 의원이 12표, 새정련의 권요찬 의원이 2표를 얻었다. 1표는 무효였다. 첫날 회의는 어쨌든 새누리당이 의장, 부의장을 독식한 가운데 끝났다.

새정련 의원들은 곧바로 김해시청 프레스센터로 달려갔다. 이들은 의장선거가 부정으로 얼룩졌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이날 오후 장유에 모여 대책을 숙의하기도 했다. 다음 회의에 불참하자, 회의를 물리적으로 봉쇄하자 등 여러 가지 제안이 나왔다고 한다.
 
■ 새정련 연단 점거 농성
지난 4일 오전 10시. 이틀째 회의가 열렸다. 새정련 의원들은 연단을 점거한 뒤 플래카드를 펼쳤다. '김해시의회 민주주의는 죽었다' '부정선거로 선출된 의장단은 시민들께 사죄하고 사퇴하라'는 내용이었다. 배 의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정은 굳어졌고, 의회 안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새정련 김형수 의원이 5분발언을 신청했다. 그는 "시민의 대표로 선출된 시의원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투표하지 않고 기표한 투표용지를 보여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런 일이 김해시의회에서 일어났다. 특정 정당이 내정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배 의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10시 21분께였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무소속 이영철 의원이 2층 회의실에 모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치 공세다.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쳐 잇속을 챙기려는 의도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의원들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의원은 개별기관이다. 당의 의도대로만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회의는 10시 55분께 속개됐다. 배 의장은 일정대로 회의를 강행했다. 옥영숙 의원이 김해시의회 위원회 조례 일부개정안을 발의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이어 배 의장이 상임위원회 배정 명단을 발표했다. 그는 "명단에 이의가 없느냐"고 물었고, 이의가 있다는 대답은 없었다. 배정이 끝나자마자 다시 말썽이 일었다. 새정련 측이 "상임위 배정이 의원들의 희망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기준이 뭐냐"며 반발한 것이다. 배 의장은 "좀 전에 이의 여부를 물었을 때 문제 제기를 했어야 했다. 통과되고 난 뒤에 따지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배 의장은 다시 정회를 선언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1시 30분에 재개하겠다고 했다.

회의는 오후 2시 무렵에 속개됐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새정련의 권요찬 의원이 집요하게 배 의장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은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질타를 하자 새정련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나가버렸다. 회의는 다시 정회됐다가 오후 3시쯤 재개됐다.

새정련 의원들은 회의장에 다시 플래카드를 펴놓고 농성을 하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때 이영철 의원이 "상임위원 명단을 일부 조정하자"고 제안했고, 배 의장이 이를 받아들여 정회됐다. 회의는 새정련 측이 빠진 가운데 곧 속개됐지만 명단 조정안이 6명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조정에는 결국 실패했다.

배 의장은 회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상임위원장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자치행정위원장을 시작으로 사회산업위원장, 도시건설위원장 선거가 이어졌다. 새누리당의 김명식, 옥영숙, 우미선 의원이 차례로 위원장이 됐다.

배 의장은 의회운영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다시 정회를 선언했다. 원래 의회운영위원장은 새정련 측에 주겠다는 게 새누리당의 생각이었지만, 새정련 측이 모두 회의를 거부한 상태여서 새 후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정회 끝에 재개된 회의에서 공무원 출신 송영환 의원이 의회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이렇게 해서 길고 길었던 이틀간의 회의는 막을 내렸다.
 
■ 부정선거 있었나
새누리당은 의장 선거에 앞서 새정련에게 모종의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의장의 경우 선거를 하지 말고 새누리당 의원을 추대하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각 한 자리를 새정련에게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새정련 측은 이에 대해 "우리도 의석 8석을 가진 당이다. 후보를 안 내면 망신이다. 게다가 출마를 고집하는 후보가 있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새정련 측은 의장 선거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측이 반란표가 나올 것을 우려해 '공개 투표'라는 무리수를 뒀다는 이야기다. 선거를 하지 말자고 제안한 것도 반란표를 걱정해서라는 것이다.
감표위원인 송유인 의원은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정규 감표위원에게 표를 보여주고 투표함에 넣었다"고 말했다. 한 새정련 의원은 "감표위원을 바꿀 때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부정선거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요찬 의원은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표를 보여줬다고 시인하기도 했다"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펄쩍 뛰고 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었으며 새정련의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새정련의 생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새정련은 의장, 부의장 선거를 앞두고 분열이 심했다. 새정련 측에서 도와달라고 한 후보도 있었다"면서 "의장 선거에서 패한 뒤 당을 결속시키려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다른 의원은 "선거에 앞서 새정련의 여러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제안을 던졌다. 일부는 받아들이고 싶지만 다른 의원들의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면서 "부정선거는 시빗거리에 불과하다. 일부 의원들의 개인적 욕심이 빚어낸 허황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 공개 투표도 법적 문제는 없어
새누리당 의원들이 남들이 볼 수 있도록 투표용지를 펴서 기표함에 넣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김해시선거관리위원회 고춘오 관리계장은 "시의회의 의장, 상임위원장 선출의 경우 선관위에서 관여할 권한이 없다. 시의회 내부 선거는 공직선거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장 선거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시의회 내부 조례나 선거·선출에 따른 별도의 규정을 적용해 의회사무국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법적 소송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표용지를 접지 않았다고 해서 선거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투표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여줬을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시의회 내부 선거이기 때문에 선관위에서 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홍식 의회사무국장도 "국회 등에 질의한 결과, 기표를 할 때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투표함에 넣을 때 보이게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시의회 조례에는 이런 경우에 적용할 만한 관련 조항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과연 표를 기표함에 넣을 때 의도적으로 감표위원에게 보여줬을까. 이에 대한 분명한 증거는 없다.

▲ 최낙영 김해부시장 취임 최낙영 신임 김해부시장이 4일 김해시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주로 행정안전부 총무처 등에서 근무했고, 최근에는 경남도 문화관광국장으로 일했다.
의회 진행 과정은 CCTV를 통해 방영되고, 시의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다. 그러나 회의장 전체 모습과 의장의 회의 진행 장면만 비추기 때문에 투표 과정에서 의원들이 표를 보여줬는지 안 보여줬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김해뉴스>는 그래서 투표 때 직접 찍은 사진을 확인해봤다. 의원들이 등을 돌린 채 투표함에 표를 넣었기 때문에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은 하나도 없었다. 표가 보이는 사진들의 경우 표가 접혀 있었다. 하지만 애매한 사진이 몇 장 보였다. 한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표를 넣을 때 밖으로 접은 탓인지 '의장선거'라는 글자가 보였다.

새누리당 의원이 표를 넣기 위해 투표함으로 다가가자 송유인 의원이 그 의원의 얼굴을 보며 묘한 웃음을 짓는 사진도 있었다. 그는 투표함을 손으로 잡더니 계속 웃었다. 이때 박정규 의원은 투표를 하려던 의원의 손 쪽을 보고 있었다. 무언가 재미있는 장면이 벌어진 듯했다.

■ 앞으로 전망은
새정련은 조만간 의원 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생각이다. 권요찬 의원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에서 대화 제의를 해오지도 않았다. 투쟁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라면서 "이번 주에 임시회가 다시 열린다. 그때 물리력을 동원해서 막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창한 의장은 "이미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모두 뽑았다. 돌이킬 수는 없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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