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윤권 ㈔시민참여정책연구소 소장
지난 1일부터 새로운 지방권력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전국의 자치단체장들은 각각 취임식을 진행했고 지방의회는 의회운영을 위한 의장단을 꾸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4년 임기를 시작했다. 경남에서도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18개 시·군의 시장·군수들이 취임했으며, 경남도의회와 18개 시·군의 기초의회 구성도 마무리 되었다.
 
치열했던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의 선택을 받아 당선된 후보들은 누가 뭐라해도 충분한 자격이 있고 나름대로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자타가 인정할 것이다. 이미 공당의 검증과정을 거쳤고 준엄한 도민들의 심판도 받았으니, 지역을 위해 일할 적임자라고 생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제 도지사를 비롯한 시장, 군수와 광역의원, 기초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다양한 이력에 경남 출신으로 지역 발전의 적임자로 손색이 없다.
 
다만 경남도의 당선자 구성을 보면 '이번 선거가 과연 지방선거의 결과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정 정당 중심의 후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경남도의회의 구성은 50명의 선출직 의원 중 야당의원이라고 할만한 당선자는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6월말로 임기만료된 제9대 경남도의회에서 54명의 선출직 중 새누리당 38명에 비(非)새누리당 16명, 그 중 야당의원이 11명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하다. 10대 경남도이회는 8대 경남도의회에서 야당 의원이 3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새누리당의 점유율이 더 높아졌다.
 
지난 4년 동안 의정활동을 지켜보니 야당 의원들보다는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훨씬 활동을 잘 했고, 뭐니뭐니해도 경남에서는 새누리당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도민들의 투표에 의한 선택이니 야당에서는 달리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폐해가 지역주의 장벽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번 지방선거가 과연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선거였는지, 전국적인 구도 속에 정당 대 정당의 대결이 되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여당 도지사에 도의회 의원 구성 중 90% 이상이 여당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사실상 집행부 견제가 가장 큰 임무인 의회는 그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같은 당이라고 해도 충분히 그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그런 전례는 없었다.
 
"우리가 남이가"로 대변되는 지역주의의 장벽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정치를 후퇴시켜 왔고, 현재도 극복해야 할 가장 후진적인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역주의에 따라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점하면서 그 지역에서의 견제기능은 사라져 버렸고, 인물보다는 정당 번호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이러한 지역주의의 폐해는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가고 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치인이 돈과 권력으로 정치권에 진입하고, 그들은 국민보다는 개인과 특정세력의 영달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다. 일당독재가 된 지역은 점점 더 수도권과 격차가 벌어지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정치와 민주주의는 국민이 원하는만큼 발전한다고 한다. 결국은 정치가 국민들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국정 운영을 위한 국회의원 선거도 아닌,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의회와 같은 기이한 모습의 구성은 지역주의 극복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스럽게 만들고 있다.
 
여야가 대립하며 치열하게 집행부를 견제하고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타협했던 지난 4년간의 경남도의회를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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