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청소년문학가 이금이 작가가 김해도서관에서 작가의 꿈을 꾸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해도서관 지난 12일 초청강연회 열어

"저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어린시절의 제 꿈을 이루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의 꿈을 꼭 이루세요."
 
이 시대 최고의 아동청소년문학가로 꼽히는 이금이 작가가 김해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들려준 당부의 말이다.
 
지난 12일, 김해도서관에서 이금이 작가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회 예정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에 어린이, 청소년, 학부모들로 140여 좌석의 시청각실이 가득 찼다.
 
이금이 작가는 어린시절 왜 작가가 되고 싶었는지부터 찬찬히 들려주었다. "충청도 시골에서 첫째로 태어나 온 집안의 귀염둥이로 자랐다. 할머니를 따라 논밭으로 빨래터로 다니면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이야기인데도, 할머니의 이야기는 매일 달랐다. 할머니는 한글을 몰랐지만,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게 들려주셨다." 이금이 작가의 어린시절 자체가 한 편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시청각실의 청중들 모두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또 한 분의 할머니가 계셨다. 이웃집 할머니이다. 할머니 방에는 장화홍련전, 흥부전 등 책이 많았다. 나는 밤마다 우리 할머니의 등에 업혀 이웃집 할머니 방에 마실을 갔다. 등잔불을 켜놓은 방에는 동네 아낙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제일 앞에 오두마니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한참 재미있을 때 이웃집 할머니가 '오늘은 목이 아파 더 못 읽겠다'고 책장을 덮으면 애가 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뒷이야기가 궁금해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나는 잠이 들 때까지 뒷이야기를 혼자 상상했다." 이금이 작가는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모든 것이 문학수업이었다고 고백했다.
 
"아버지가 선물로 사주신 소년소녀 명작시리즈 중에서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처음 읽던 날, 나는 처음으로 '완전한 행복'을 느꼈다. 내 방 안이 알프스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작가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지만,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나도 이런 거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모두 읽어버렸다. 내가 제일 부러워 했던 친구는 내가 안 읽은 책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이 작가는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의 세계에서 책의 세계로 건너갔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문예부 활동을 하면서 공책에 소설을 썼다. 학교 친구들이 그의 소설공책을 다투어 빌려가 읽곤 했다. 그는 대학을 가는 것보다 작가가 되는 게 더 절실했다. 갱지 원고지, 모나미 볼펜, 볼펜심을 사서 방안에 앉아 열심히 글을 썼다. "집에서는 나를 골치아파했지만, 나는 글쓰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내가 공부를 계속했다면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나는 작가가 되어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을 쓰고 있다. 내가 글을 쓰는 것, 그것이 '이금이'라는 한 인간을 증명한다."
 
이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뭘 할 때 가슴이 설레이고 행복한가를 자문해 보라. 무엇을 할 때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도 기꺼이 견딜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도 당부했다.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들의 열정과 열망을 꺾어버리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라. 한 발 앞서 모든 것을 해주기보다 한발 뒤에 서서 응원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이 작가가 "어른이 되고 난 다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학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이금이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이금이 작가의 책을 많이 읽었다는 최수빈(능동중·2) 양은 "책도 재미있었지만, 이야기도 너무 잘하신다. 내 꿈은 문학평론가가 되는 것이다.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책을 더 읽고, 더 공부를 하고, 어떻게 글을 쓸지를 생각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정세린(임호초·3) 양은 "작가님을 실제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신기했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나도 작가님처럼 내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세린이와 함께 온 어머니는 "이금이 작가의 강연이 큰 도움이 됐다. 내 욕심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았다. 책도 재미있었는데, 작가를 실제로 만나보니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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