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서부주민자치센터 앞마당에서 특별한 태극기가 제작됐다. 윗부분은 붉은 봉숭아 꽃잎으로, 아랫부분은 푸른 잎으로 채워졌다. '가야사랑두레'(회장 정다운)는 지난 12일 풍유동 칠산서부주민센터 앞마당에서 '제6회 봉숭아 꽃물들이기 축제'를 열었다.
 
이날 오후 2시 공식행사의 시작을 알리며 태극기 판이 무대에 올랐다. 건곤감리는 검은색으로 그려져 있었지만, 태극문양은 비워져 있었다.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태극문양을 봉숭아꽃과 잎으로 채워갔다. 이 장면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김해에서 살고 있는 사할린 동포들도 이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1998년 영구 귀국한 사할린 동포 오철암(71·장유동) 씨는 태극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꽃잎으로 만든 이 태극기, 지난해에도 봤지만, 올해도 역시 가슴 뭉클할 만큼 감동적입니다. '내가 진짜 한국인이 됐구나, 여기가 내 고국이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져요. 오늘은 기쁘고 행복한 날입니다!"
 

▲ 태극문양을 봉숭아 꽃과 잎으로 채워 넣고 있는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의 모습.
가야사랑두레 제6회 꽃물들이기 축제
12일 칠산서부주민자치 센터서 개최
사할린 동포들 "여기가 내 고국" 감회

 
봉숭아 꽃물들이기 축제는 6회를 맞이하는 동안 김해는 물론이고, 부산 창원 등 인근도시까지 입소문이 났다. 공식행사 시작 시간은 오후 2시이지만, 두어 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축제가 열린 센터 앞마당은 봉숭아꽃 화분이 곳곳에 놓여 져 온통 봉숭아 천지였다. 공연무대 앞좌석에는 어르신들이 일찌감치 자리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여러 체험행사에 참여했다. 아이에게 봉숭아꽃물을 들여 주려는 젊은 엄마들은 종이컵에 꽃과 잎을 먼저 따왔다. 작은 절구에 꽃과 잎, 백반을 넣고 곱게 찧었다. 엄마가 지치면 옆에서 지켜보던 아빠가 마무리를 하는 가정도 있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손톱 크기로 꽃잎반죽을 떼어 손톱 위에 얹고 서로 비닐을 씌워주고 테이프로 붙였다. 3~4시간이 지나면 손톱이 예쁜 색으로 물든다는 말에 아이들은 열손가락을 쫙 벌린 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이러고 있으니 처녀 시절이 떠오르네. 그때는 나도 참 고왔는데"라고 말하는 할머니는 "지금도 너무 예쁘세요"라고 옆에 있던 젊은 사람들이 말해주자 환하게 웃었다.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 꽃물이 손톱 끝에 남아 있으면 정말 첫사랑이 이루어지는 거예요?"라며 정성을 들이는 여고생도 있었다.
 
봉숭아 꽃물 들이는 테이블 옆에서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많았는데, 그 옆에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가족이 있었다. 이영선(37·부산 화명동) 씨는 두 딸을 데리고 왔다. 이 씨는 김해에 사는 친구 덕분에 이 축제를 알게 돼 지난해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올해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가족과 함께 왔다.
 
▲ "봉숭아 꽃물을 들이던 처녀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할머니는 꽃잎을 보며 추억에 젖어본다.
고다언(봉황초·1) 양은 봉숭아꽃과 잎으로 하얀 손수건을 물들이는 체험에 한창이었다. 다언이는 손수건 절반 크기의 면적에 원하는 모양으로 꽃잎을 예쁘게 놓았다. 그 위를 손수건의 남은 부분으로 덮은 다음 꽃잎문양 부분을 숟가락으로 열심히 두드렸다. 그러자 흰 손수건에 꽃잎의 색이 배어들었다. "이런 건 처음 해봐요. 너무 재미있어요!" 한참 두드린 다음 손수건을 펼친 다언이는 "예쁘지요? 이 손수건을 항상 들고 다닐거예요!" 하면서 활짝 웃었다.
 
아내와 아이들을 축제장에 데려다주러 온 아빠들도 신이 났다. "그냥 운전 봉사하러 왔는데, 이렇게 재미난 축제인 줄 몰랐네요. 우리 애들 표정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중입니다." 삼방동에서 왔다는 김영수(40) 씨는 "이렇게 멋진 축제를 좀 더 넓은 곳에서 하면 안 되나? 김해시에서 내년에는 지원을 좀 더 해서 더 많은 시민들이 참가할 수 있는 장소에서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축제는 체험 부스나 먹을거리 부스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참여한 시민들 중에는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미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런 축제를 가능하게 한 것은 가야사랑두레의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 축제를 기획 진행하고 있는 정다운 회장은 "시민들의 성원 덕에 벌써 6회째 축제를 진행하고 있으니 두레 대표로서 기쁘다"며 "많은 분들이 봉숭아 화전도 드시고 흐뭇해하는 걸 보니 이 축제가 더 아름답게 보인다. 축제를 도와준 회원들과 봉사자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회 때부터 참여했다는 김해의 공예가 곡신 이동신은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이다. 손주들하고 어울리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환해서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밝아진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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