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한 장 만 더 먹을게요!" 식탁에 앉은 아이가 짭짤하고 고소한 조미김을 한 장만 더 먹겠다고 조른다. 엄마는 음식을 짜게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밥을 잘 먹고 있는 아이 앞에서는 '조미김 한 장쯤이야' 하며 마음이 약해진다. 그런데 조미김에 햄까지 추가된다면? 이런 식습관이 계속 이어지면, 아이는 짠맛에 길들여지게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의 경우에도 대부분 짠맛이 많다. 맵고 짠 음식을 찾는 어른들만큼이나 아이들도 나트륨에 서서히 길들여지고 있다.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NaCl). 짠맛을 내는 염소와 나트륨으로 구성돼 있다.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일을 한다. 몸의 혈액이나 체액의 수분량을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시켜준다. 신경을 자극해 뇌의 신호를 신체의 각 기관에 전달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근육의 수축을 도와 몸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소화된 영양소를 잘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트륨의 역할이다.

그러나 나트륨을 과다섭취하면 고혈압, 뇌졸중, 신장질환, 위암 등의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소금을 이용한 발효식품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나트륨을 과다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 국, 찌개, 김치, 젓갈 등 흔히 먹는 음식만 해도 나트륨 섭취량은 적지 않다. 여기에다 각종 가공식품에 함유된 나트륨까지 더해지면?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나트륨 하루 평균 섭취량은 4천583㎎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2천㎎보다 2.3배가 높은 수준이다. 2천㎎은 소금 1 작은 술 정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1년에 나트륨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성인남녀 1천564명이 조사에 응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21.7%가 세계보건기구 하루 최대 섭취 나트륨 권고량이 2천㎎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트륨 섭취 감소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한 응답률은 87%로 높게 나타났다. '잘 모르지만, 짜게 먹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나트륨 과다섭취가 국민건강의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3년 "매월 셋째주 수요일을 '국 없는 날'로 지정해 국물을 통한 나트륨(소금)섭취를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과 찌개, 면류 등 국물요리의 경우 나트륨 함유량이 높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나트륨 섭취가 적은 식문화를 조성해 보겠다는 뜻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린이와 청소년, 바쁜 직장인들이 가정에서 손쉽게 섭취하는 가공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 블로그를 운영하며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 그래픽=김소희 ksh@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짜게 먹는 가족의 식습관, 외식과 패스트푸드·간식 섭취 등으로 인해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기 십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식습관이 각종 질환 유발뿐만 아니라 비만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2월 미국 조지아 리젠트대학 의대의 하이동 추 박사 연구팀은 미국 소아과학회(AAP) 학술저널 '소아의학'지에 "청소년기의 나트륨 과다섭취는 비만 및 염증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그 동안 확보된 연구결과들을 보면 많이 먹을수록 더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게 되고, 이는 곧 체중증가로 귀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나트륨 섭취와 비만의 상관성을 시사한 또 하나의 연구사례로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트륨은 자연식품 안에도 충분히 함유돼 있기 때문에 소금으로 간을 세게 하거나 가공을 하면 나트륨 함량이 더 늘어난다. 식품을 가공할 때 맛이나 색을 더 좋게 하고 오래 보존하기 위해 나트륨을 첨가하게 되는데 과다사용하고, 과다섭취하면 안된다. 예를 들어 100g 생감자 하나에는 나트륨이 4㎎정도 함유돼 있지만, 포테이토칩으로 만들면 216㎎, 케첩을 찍어먹으면 320㎎으로 그 분량이 늘어난다. 라면 한 그릇만 먹어도 나트륨 하루 권장량의 90%에 가까운 양을 섭취하게 된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대부분의 스낵은 짭짤한 맛을 내기 위해 나트륨이 첨가돼 있다. 따라서 가공식품을 살 때는 나트륨 성분 함량을 꼭 살펴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나트륨을 적게 먹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음식을 싱겁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 때는 소금을 적게 넣어야 한다. 나트륨 함량이 적은 저나트륨 소금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염간장 저염된장을 사용하고, 짠맛을 대체하는 식초와 천연조미료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음식이 뜨겁거나 매운 맛이 강하면 입맛이 둔해져서 간을 짜게 하기 쉬우니 주의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급식을 할 때면 짠 음식을 적게 담아오는 습관부터 들여야 한다. 절임 식품, 양념, 소스도 적게 담아야 한다. 급식 식판에 짠 음식이 적어야 나트륨을 적게 먹게 된다. 외식을 할 때는 주문 할 때 "짜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꼭 요구하자. 국물은 적게 먹고, 과식은 금물이다.

▲ 그래픽=박나래 skfoqkr@

혈액과 체액 수분량 적당 수준 유지
뇌 신호 전달·영양 흡수 돕는 역할
과다섭취 땐 중증질환과 비만 등 유발

소금 이용 염장식품과 가공식품 탓
권고 섭취량보다 2.3배 많은 수준

싱겁게 조리하고 저나트륨 소금 사용
칼륨 많은 녹즙 등은 나트륨 배출 기능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하는 칼륨 섭취도 중요하다. 칼륨은 과도한 나트륨 섭취로 인한 혈압 상승을 억제시켜 준다. 칼륨은 몸속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미네랄인데, 채소, 콩류, 어패류, 해조류, 과일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휴롬은 녹즙이나 주스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할 것을 권한다. 휴롬 관계자는 "국이나 찌개, 젓갈류와 김치류를 많이 섭취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칼륨 함량이 높은 채소 과일의 섭취가 필요하다. 하지만 칼륨 함량이 특히 높은 채소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조리를 해야 하는데 나물과 생채류는 말할 것도 없고 샐러드로 섭취할 경우에도 간을 하기 위해 나트륨을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칼륨은 조리 과정이나 열에 의해 쉽게 손실될 수 있다. 그래서 먹는 방법이 중요하다"며 "녹즙이나 주스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면 아무런 부정적 요인 없이 칼륨의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칼륨 함량이 많은 채소 과일은 시금치, 미나리, 바나나, 참외, 멜론, 토마토, 케일, 콜라비, 샐러리, 브로콜리, 수박, 오이 등이다. '바나나+토마토+사과', '시금치+멜론+오이' '샐러리+사과+브로콜리'의 조합으로 만든 혼합주스는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또한 칼륨 함량이 높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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