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나온 오픈토 무지외반증 유발
딱딱하고 높은 굽은 발목 인대에 무리
얇은 밑창 오래 신으면 무릎·허리 통증
사이즈 맞지 않는 것도 발등 피부 자극

오픈토, 웨지힐, 플리플랍, 젤리슈즈, 슬립온….
남성들에겐 이름만큼이나 생소하고 복잡한 여름 신발들은 여성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이다. 여름 신발은 날씨·장소·옷차림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뉘며, 아름다움과 편안함 때문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능성보다 패션의 측면이 더욱 강조된 것이 대다수이다보니 자칫 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외국 브랜드를 온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해외 직구족'이 늘어나면서 한국인의 발 모양에 맞지 않는 신발 착용 또한 증가해 발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


■ 발가락·발목 노리는 신발들

여름이면 오픈토 슈즈를 찾는 여성들이 급증한다. 발가락 부분이 노출되는 오픈토 슈즈는 각선미를 보완해주는데다 바람이 잘 통해 여름에 신기 좋다. 발 볼이 넓은 여성들의 경우 발등을 감싸는 신발을 신으면 상당히 불편하다. 오픈토 슈즈는 이런 여성들에게 적합하다.
 
하지만 오픈토 슈즈를 신는 여성들의 경우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생기기 쉽다. 오픈토 슈즈는 앞 코가 뚫린 형태여서 앞으로 쏠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이 때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지며 통증이 발생한다. 오픈토 슈즈를 오래 신게 되면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 방향으로 휘며, 엄지발가락 관절 부분이 기형적으로 돌출되는 무지외반증을 일으킬 수 있다. 변형·주변 부위의 통증이 심하며, 상태가 악화되면 둘째발가락이 엄지발가락과 겹치거나 관절 탈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미끄럼방지 패드 등을 사용하면 앞 쏠림 현상을 방지해 발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일 수 있다.
 
화려한 컬러와 다양한 굽 소재로 사랑받는 웨지힐을 신으면 높고 딱딱한 굽 때문에 발목을 다치기 쉽다. 웨지힐은 굽이 앞부분까지 이어져 있어 흔히 킬힐보다 안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무게중심이 위로 이동해 오히려 신체 균형이 불안정해진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넘어질 우려가 크며, 발목이 심하게 꺾여 발목인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민병원 관절센터 정주선 과장은 "발목인대 손상은 발목이 심하게 꼬이거나 접질렸을 때 발목 관절을 지탱하는 인대가 손상돼 발생한다. 길을 걷다가 이유 없이 발목이 자주 접질리거나 꺾인다면 인대 손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며 "굽 높은 구두를 신다가 발목이 꺾여 심한 통증을 느낀 경우엔 반드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면 인대가 느슨한 위치에서 아물거나 연골이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밑창 얇은 신발 족저근막염 위험
해마다 여름철이면 편하고 가볍게 신을 수 있는 플리플랍, 슬립온 등 밑창이 얇은 신발의 인기는 작렬하는 태양만큼이나 뜨겁다. 신발 밑창이 얇으면 신을 때 가볍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지면을 딛는 충격이 고스란히 발바닥과 무릎·허리 등에 전달돼 무리를 줄 수 있다. 오랜 시간 플리플랍 등을 착용하면 발바닥 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 그래픽=김소희 ksh@
족저근막염은 발뒤꿈치 통증의 대표적 원인 질환이다. 족저근막은 발바닥의 둥근 모양을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한다.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발을 들어올리는 데 도움을 줘 걷거나 뛸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처음 발을 디딜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질 경우,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통증이 발생하고 일정 시간 움직이면 통증이 다시 줄어들 경우 족저근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임신부 또는 평소 발바닥 감각이 무디거나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밑창이 얇은 신발 착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 발에 맞지 않는 신발 착용
최근 들어 해외 사이트를 통해 직접 외국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직구족'들이 급증하고 있다. 국산품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온라인 매장을 통한 직접 구매로 해외에서 신발을 살 때는 발 모양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서양인의 발은 흔히 '칼발'로 불린다. 발이 길고 발등이 낮은 게 특징이다. 반면 한국인의 발은 볼이 넓고 발등이 높으며 두툼하다. 서양인의 발에 맞춰 만들어진 해외 직구 신발 제품들은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끈이 발등을 덮는 형태로 만들어진 스트랩 샌들이나 글래디에이터 샌들 등은 발등이 낮은 서양인에 맞춰진 슈즈다. 이를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해 신을 경우 발등 피부를 꽉 죄어 피부 손상을 일으키고 궤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여름에는 양말, 스타킹을 신지 않고 신발을 바로 착용하기 때문에 위험도가 올라간다.
 
정주선 과장은 "여름에 많이 신는 샌들은 발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 지탱하기 때문에 발과 발목에 무리를 주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을 경우 발바닥과 뒤꿈치에 쿠션 등을 대주면 보다 건강하게 착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발을 신은 후 통증이 발생해도 발이 신발에 적응하는 기간이라 생각하면서 증상을 무시하기 쉽다"며 "하지만 손상된 관절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손상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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