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서부경찰서·초중고 학생 공동제작
학교폭력에 대한 소통의 창구 역할 기대


"아이들은 자기보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등의 별것도 아닌 이유로 친구들을 괴롭힙니다. 기억하세요.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합니다. 그러니까 '나'를 소중히 여기고, '너'도 소중히 여기고, '우리'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다 같이 소중한 존재이니까요."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이 오롯이 담긴 충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능동초등학교 김우경(12) 양이 김해서부경찰서(서장 전병현)와 김해지역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제작한 '틴폴뉴스'에 게재한 글이다.

▲ 김해대청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7일 틴폴뉴스 창간호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틴폴뉴스(Teen-Pol News)는 '청소년(teenager)과 경찰(police)이 함께 전하는 소식'라는 뜻이다. 김해서부경찰서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지난 5월부터 김해지역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 만든 신문이다. 김해서부경찰서는 지난 7일 틴폴뉴스 창간호를 제작해 김해지역 초·중·고등학교와 관공서,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에 배포했다. 인쇄한 신문은 총 1천 800부다. 틴폴뉴스는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제작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호 신문은 오는 9월에 발행된다.

틴폴뉴스는 김해서부서 여성청소년과 경찰관들의 고민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라는 게 그들의 고민이었다. 여성청소년과 이용휘 경장은 평소 '117 학교폭력 신고 전화'를 받으면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소통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과 상담하다보면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어른들의 생각에 답답해하는 겅우가 많다. 어른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안돼'라고 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경찰관 등 어른들과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경장은 지난 5월 김해 서부지역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틴폴뉴스 학생기자단을 모집했다. 평소 학교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능동초등학교, 진영여자중학교, 율하고등학교 학생 22명이 참여했다. 각 학교의 교사들도 힘을 보탰다.

이후 틴폴뉴스 제작을 위해 학생, 교사, 경찰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제작 회의를 가졌다. 경찰관들이 직접 각 학교를 방문해 학생기자들을 만나 학교폭력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김해서부경찰서도 처음 만들어 보는 신문이라 기사 교정, 편집,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실수를 거듭했지만 결국 완성에 이르렀다.

보통신문의 절반 크기인 타블로이드판 8면인 틴폴뉴스에는 지면 곳곳에 눈길을 사로잡는 기사와 그림들이 넘친다. 글자 수를 줄이고 귀여운 캐릭터와 파스텔톤의 색감을 지면에 넣어 학생들이 읽기 쉽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아이들에게 어렵고 무서운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경찰관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이 경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자신의 하루 일과를 만화로 만들고, 학생들이 경찰에 대해 궁금해 하는 점들을 모아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지면 한 쪽에는 범죄예방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글을 게재했다. 학생들이 휴대전화에 지정한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위치정보를 전송하고, 단축버튼으로 주요 신고처에 바로 연결이 되도록 하는 기능이 들어있다고 소개한 글이다. 인물소개란에는 독특한 영재수업 모형을 개발해 학생들의 재능을 판별하고 학생맞춤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능동초등 박현성 교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경장은 "시험기간이 겹치기도 했지만 학생들이 성실하게 제작에 참여해 줘 내용이 알찬 신문을 만들 수 있었다"며 학생기자단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완성된 틴폴뉴스를 받아 든 김우경 양은 "내가 쓴 기사가 신문에 나와 있는 게 신기하고, 신문에 만화와 그림이 많아 재미있다. 기사를 쓰면서 학교폭력에 대해 고민을 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신문제작에 참여한 박현성 교사는 "신문을 만들며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과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기에 발생하는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들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