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전쟁을 그리다
(정준모 글/마로니에북스/360p/1만 6천 원)

6·25 전쟁은 한국 현대사에 큰 상처를 남겼고,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정치도 모르고 이데올로기도 모른 채 광복의 기쁨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던 많은 사람들이 그 시대를 통과하는 동안 말 못할 고통을 겪었다. 어쩌면 남들보다 세상살이에 더 서툴렀을 예술가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야 했을까. 이 책은 6·25 전쟁 당시 우리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다루고 있다. 6·25전쟁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중요한 역사적 배경이기도 하다.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출신으로 '걸어 다니는 아카이브'로 통하는 정준모 씨가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묻혀 버린 작품들을 찾아냈다. 엄혹한 시절, 화가들은 어떻게 살았고 또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미처 피란을 가지 못하고 서울에 발이 묶였던 화가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김일성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부산으로 피란을 간 화가들은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도자기회사의 장식접시에 그림을 그리며 연명했다. 그런 와중에도 부산의 광복동 다방거리에서는 크고 작은 전시회가 끊이지 않았다. 치열한 전투현장을 화폭에 담는 소임을 맡은 종군화가단에 속한 화가들은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한국 화가들은 전쟁 속에서도 붓을 멈추지 않았다.


 


▶엔니오 모리코네와의 대화
(엔니오 모리코네·안토니오 몬다 지음, 윤병언 지음/작은씨앗/264p/1만 4천 원)

영화 '황야의 무법자'를 생각하면 너른 모래사장에서 바람을 가로지르는 휘파람소리가 먼저 떠오른다. '미션'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아마존 강가에 나지막이 울려퍼지는 꿈결 같은 오보에 멜로디가 들리는 것 같다. 음악만으로도 아련한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되는 '시네마천국'은 또 어떤가. 수많은 명화와 함께 각인된 그의 음악을 모르는 영화팬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영화음악을 만든 엔니오 모리코네는 감독이나 배우의 이름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영화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모리코네 이전의 영화와, 모리코네 이후의 영화가 있다"고. 모리코네는 영화의 보조적 수단으로 여겨졌던 '영화음악'을 영화를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끌어올렸다. 그는 '보는 영화'에서 '듣는 영화'로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르지오 레오네를 비롯해 파솔리니, 베르톨루치, 토르나토레, 폴란스키, 알모도바르 등 세계적 영화감독들이 사랑한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 그는 약 450편의 영화음악을 만들어 영화음악사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이 책은 모리코네가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영화음악 작곡가로서의 삶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생생한 인터뷰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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