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갑옷이 재현됐다. 녹이 슬어 낡은 상태였던 갑옷이 깔끔하게 재단장됐다. 이 갑옷을 바라보노라면 가야 무사들이 웅혼한 기상을 떨치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국립김해박물관은 최근 가야 갑옷 재현품 두 점을 새로 만들었다. 1990년 대성동 2호 무덤에서 출토된 종장판갑과 1997~1998년 삼계동 두곡 43호 무덤에서 나온 삼각판혁철판갑이다. 김해박물관은 새로 제작된 두 갑옷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가야의 갑옷을 재현하다'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지난 15일 개막해 오는 9월 28일까지 열린다.

▲ 세로로 긴 철판을 이어 붙여 만든 종장판갑. 왼쪽이 재현된 것이고, 오른쪽이 출토 원형이다.
대성동 2호·삼계동 두곡 43호 출토
종장판갑·삼각판혁철판갑 등 2점
김해박물관 재현과정·재현품 전시회
 
이번 전시회에서는 4개월에 걸쳐 재현된 가야 갑옷 두 점과 대성동 2호 무덤에서 발견된 실제 가야 갑옷 1점이 동시에 전시된다. 김미도리 학예사는 "종전에는 박물관에 가면 녹이 슨 갑옷만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은 옛 장군들이 갑옷을 입은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면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관람객들이 재현된 가야 갑옷을 통해 역동적인 가야시대의 모습을 좀 더 직접적으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장판갑은 세로로 긴 철판을 이어 붙여 만든 갑옷이다. 김해와 부산, 경주 등 영남지방에서 주로 발견되는 갑옷이다. 재현된 종장판갑은 보존과학 기술을 통해 밝혀진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사슴과 엘크의 털을 이용해 목가리개의 장식을 재현했다.
 
삼각판혁철판갑은 삼각형의 철판을 긴 가로 철판과 가죽끈으로 고정해 만들었다. 이 갑옷은 영남지방 외에 충북 음성군 망이산성 등 충청지역에서도 출토되고 있다. 두곡 43호 무덤에서 출토된 실제 삼각판혁철판갑은 현재 부경대학교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재현된 삼각판혁철판갑은 출토된 실제 갑옷에 남겨진 흔적을 토대로 가죽끈을 엮어 만들었다.
 
▲ 삼각형의 철판을 긴 가로 철판과 가죽끈으로 고정해 만든 삼각판혁철판갑.
가야의 갑옷 전시실은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오른쪽에는 갑옷을 재현할 때 사용한 스티로폼 갑옷틀과 원두정, 다듬망치 등이 전시돼 있다. 원두정은 종장판갑 연결에 사용된 머리가 둥근 못이다. 가운데에는 옛 갑옷이, 왼쪽에는 재현된 갑옷 두 점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는 또 갑옷 재현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종장판갑의 재현은 출토된 갑옷의 크기를 잰 뒤 스티로폼 갑옷틀을 제작하는 데서 시작됐다. 제작진은 갑옷틀에 맞춰 철판을 잘라낸 뒤 두드렸다. 이어 철판과 철판을 잇는 연결구멍을 뚫은 뒤 원두정으로 조립했다. 마지막 작업으로 철판에 옻칠을 4~5회 반복하고 털 장식을 했다. 이 때 철판을 가죽 끈으로 이어줘 삼각판혁철판갑을 완성했다.
 
김 학예사는 "내년에는 가야에서 발견된 갑옷을 중심으로 갑옷특별전을 열 생각이다. '철의 왕국' 가야를 활보하던 무사들의 화려한 갑옷을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반드시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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