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더워. 음료수 하나만!" "아이스크림 하나만 먹으면 안 돼?" 더운 날씨 탓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아이가 애원을 한다. 사탕을 보는 순간 아이들은 반드시 그것을 입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이처럼 단맛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달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엄마도 아이가 달콤한 맛의 간식을 원한다고 해서 선뜻 내주진 않는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우 이렇게 말한다. "이게 마지막이야! 이거 먹고 나면 양치질 하는 거야!" 엄마는 결국 이렇게 아이에게 단 음식을 내어주고, 아이는 단맛에 길들여지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꼭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물 등이다. 탄수화물 중에서 단맛을 내는 것은 '당'이다.


당은 곡류, 과일, 채소 등의 자연식품 속에도 들어있다. 자연식품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은 당과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등 다른 영양소와 함께 있기 때문에 먹어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사탕, 초콜릿, 탄산음료 같은 가공식품의 탄수화물 속에는 다른 영양소가 거의 들어있지 않고  당만 들어있다. 단맛을 내기 위해 당을 첨가했기 때문이다. 당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식품 중 하나가 설탕이다. 설탕에는 다른 영양소가 거의 없고 칼로리만 높다. 그래서 설탕을 '빈 영양소'라 부른다.

당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하면 달콤한 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몸에 빨리 흡수가 되기 때문에 피곤할 때 먹으면 기운을 북돋워주고 에너지를 낸다. 하지만,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다. 초콜릿, 캐러멜, 젤리 등 치아에 잘 붙는 음식은 충치를 일으키기도 한다.

체내 흡수와 에너지 전환 빠르고
중독성 강해 쉽게 못 끊는 단점
몸속 남은 당은 지방으로 축적돼
비만과 당뇨 등 각종 성인병 원인
음식 조리 때 적게 사용하고
아이들이 원할 땐 과일로 보충을


에너지로 쓰이고 남은 당은 지방으로 바뀌어 몸속에 축적된다. 비만을 유발하는 것이다. 비만에 걸리면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또한 당을 과잉섭취하면 성격이나 행동이 달라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학업에 영향이 초래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설탕 섭취량은 50g이다. 이 양은 큰 숟가락으로 약 4개 분량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WHO는 하루의 당 섭취량을 25g이하로 설정하라는 새 예비 권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WHO는 당 섭취량을 하루 섭취 열량의 10% 미만으로 권고했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2천㎉의 열량이면 하루 50g 미만의 당 섭취가 적당했지만, 이제는 그 절반을 섭취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당의 과도한 섭취에 따른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당의 섭취량은 꾸준히 늘어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한국인의 1인당 하루 당류 섭취량은 2008년 56.0g에서 2011년 65.3g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당 섭취량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당이 함유된 음료 때문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6~29세는 탄산음료류, 30세 이상은 커피를 통한 당류 섭취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 그래픽 = 김소희 ksh@

▲ 그래픽 = 김소희 ksh@

내친 김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분석결과를 통해 어린이·청소년들의 당 공급원 식품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음료수(30.4%), 빵·과자·떡류(18.9%), 아이스크림 및 빙과류(12.7%), 설탕 및 기타 당류(8.9%), 기타(8.1%), 가공우유 및 발효유(7.2%), 캔디류·초코렛류·잼·껌(5.5%) 순이다.

한편 큰 숟가락으로 설탕을 몇 숟가락씩 퍼먹는 아이는 아마 드물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먹는 음식을 통해 당을 얼마나 섭취하는지를 알고 나면 놀랄지 모른다. 탄산음료 500㎖, 아이스크림 2개, 초콜릿바 2개, 조각케이크 2개 반에 당이 각각 50g 정도 함유돼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는 어린이 음료수도 당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자연식품으로 당을 충분히 섭취했는데도 음료수나 기타 가공식품을 통해 당을 과잉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당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단맛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는 설탕이나 물엿을 적게 사용하는 게 좋다. 아이들이 목말라 할 때는 탄산음료보다 물을 마시도록 해야 한다.  외식을 한 후에는 단맛이 나는 후식을 피해야 한다. 음식점의 계산대 위에 있는 사탕, 껌, 커피 등은 쳐다보지도 말게 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경우 공부하다 피로를 푼다며 커피를 마실 때가 있다. 커피믹스도 당 첨가율이 높다고 하니 이 역시 주의해야 한다.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는 영양표시를 반드시 확인해 당 함량이 적은 식품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즐겨먹는 시판 제품의 경우 액상과당이나 설탕으로 단맛을 낸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과일의 단맛은 과당으로서, 액상과당이나 설탕에 비해 배에 가까운 단맛을 낸다. 아이들이 단맛을 원할 때 과일을 주면 적은 양으로도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이 참에 팁 하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는 가정에서  만들 수 있다. 바나나와 우유만 있으면 되며, 설탕은 필요없다. 착즙한 과일 주스는 얼려서 아이스바나 아이스크림으로 먹을 수 있는데 여름간식용으로 제격이다.  

무료 앱 다운받아 바코드 인식만 하면 열량·영양 바로 확인

'New 고열량·저영양 식품알림 - e'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먹는 음식들에 영양소는 없고 열량만 있다면 안 될 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고열량·저영양 식품을 구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식품을 구입할 때 고열량·저영양 식품 여부를 알고 싶다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New 고열량·저영양 식품알림-e)을 무료로 다운받아 이용하면 된다. 식품 구입 현장에서 '제품명 검색' 또는 '바코드 인식'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바코드 식별 등이 힘들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라도 꼭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고열량저영양판별프로그램'(www.kfda.go.kr)에 제품 포장지에 표시된 식품유형, 제품명 및 영양성분 정보(열량, 당, 포화지방 등)를 입력하면 고열량·저영양 식품 여부를 판별해준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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