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사람', '효자동 이발사' 두 영화의 공통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처럼 정치적인 공과가 뚜렷한 인물로 역사적인 평가가 엇갈리는 사람이다. 추정컨대 이승만, 박정희 모두 태양인의 체질적인 특성이 많이 엿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목소리는 궁상각치우의 오음 중에서 상(商) 음이 강하다. 그가 즐겨 불렀다는 '황성옛터'나 연설자료들을 참고해보면 하나같이 카랑카랑한 쇳소리가 느껴진다. 폐의 기운이 유달리 강하다는 뜻이다. 쇳소리 음색을 지닌 대통령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있지만, 그는 소음인으로 태양인의 카랑카랑한 음색과는 차이가 있다.
 
<동의수세보원>에서는 체질적 약점에 빠지지 않기 위해 기준을 제시한다. 태양인은 술(酒)을, 소양인은 색(色)을, 태음인은 재물(財)을, 소음인은 권력(權)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속된말로 '말술'이다. 5·16의 주역이었던 육사 8기생들과는 술과 더불어 인연이 맺어졌다. 김종필 씨는 '나는 당을 많이 만든 사람인데, 그때는 대한음주당을 만들었다'고 술회할만큼 함께 더불어 막걸리를 많이 마셨다. 궁정동 안가는 술 좋아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태양인의 벌심은 반대에 부딪히면 대화와 토론보다는 처벌과 징계로 귀결되기 쉽다.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무조건 나를 따르라 하는 식의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헌정사의 씻을 수 없는 오명인 10월 유신이 단행되었고, 자유와 인권은 후퇴하게 되었다.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과 1974년의 민청학련사건은 태양인의 벌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917년 경상북도 선산에서 빈농의 막내로 태어났다. 술에 취하면 김용태 전 의원에게 항상 빼먹지 않고 하는 레퍼토리가 배고픔이었을만큼 가난했지만 강골이었다. 만주군관 방원철 씨의 증언에 따르면 '후배들 군기를 잡는다고 박정희를 주먹으로 때린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은 턱을 맞으면 휘청휘청했는데, 딱 버티고 서서 차돌같이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한다. 김정렬 전 국무총리의 증언을 참고하면, 청와대에서는 보리와 쌀을 7대3 비율로 섞어 혼식했다고 되어 있다. 태양인은 폐대간소하여 지방은 적고 몸에 열이 많은 편이다. 열을 내려줄 수 있는 서늘한 성질의 보리, 검은콩, 녹두 등이 좋은 음식이다. 보리혼식은 체질에 맞는 좋은 섭생으로 판단된다.
 
<동의수세보원>에 남겨진 태양인의 처방은 고작 2개에 불과하다. 오가피장척탕과 미후등식장탕이 그것이다. 현재 한의원 임상에서 다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의 처방이 널리 사용되는 것에 비하여 거의 쓰이지 않는 처방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태양인은 그만큼 선천적으로 건강하기도 하지만 한 번 건강이 무너지면 고치기도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 것 같다. 해역(하지무력증)이나 열격반위(위암)는 당시에 불치에 가까웠던 병임을 상기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때문에 평소 태양인의 체질과 성정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음식과 섭생, 마음자리의 관리를 통해서 건강이 무너지지 않도록 함이 중요함을 기억하면 좋겠다.

김해뉴스 /이현효 활천경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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