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겹치면서 밤·오전 시간대 집중
시 "면지역 축사에서 번져 확산된 듯"
마땅한 대안 찾기 어려워 "지도 최선"


구산동, 삼계동, 내동, 장유 지역 주민들은 무더운 여름이지만 밤에 창문을 열어둘 수 없다고 한다. 밤마다 풍겨오는 악취 때문이다. 생림면 방향의 축사에서 날아오는 냄새로 추정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주민들은 고통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22일 구산동·삼계동·내동·장유 지역의 주민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집의 창문을 열어두자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고 한다. 인분 냄새와 흡사한 악취는 주로 밤과 오전 사이에 많이 난다고 한다. 삼계동과 구산동의 사정이 심하며 내동에서도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장유의 일부 지역에서도 악취가 난다고 한다.

지난 18일 오전 10시께 구산동을 둘러보니 실제로 역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악취는 꾸준히 나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바람처럼 스쳐지나가듯 일시적으로 났다. 구산동에 사는 박 모(53·여) 씨는 "아침에 부엌의 창을 열면 한 번씩 역겨운 냄새가 난다. 아침에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 창문을 열었다가 오히려 불쾌함을 느꼈다. 여름 들어 더 심하다"고 말했다. 내동의 한진아파트에 사는 전 모(35) 씨는 "자주 악취를 맡는다. 주로 저녁부터 아침 사이에 인분 같은 냄새가 많이 난다. 집에 냄새가 배어 평소에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이번 여름 들어 더 자주 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악취는 불쾌감을 줄 뿐만 아니라 무더운 저녁과 새벽에 창을 열 수 없게 만들어 더운 여름밤을 더 덥게 만들고 있다. 구산동 이진캐스빌아파트 주민 김 모(28) 씨는 "더위를 많이 타 여름에 잠을 자기가 힘들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는 편이다. 힘들게 잠들었다가 새벽에 역한 냄새 때문에 잠에서 깨는 일이 자주 있다. 악취가 매일 꾸준히 나지는 않지만 빈도가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김해시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축사에서 냄새가 넘어오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구산동과 삼계동의 경우 생림면의 축사에서 악취가 넘어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돼지를 키우는 축사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 생림면 나전리에는 10개의 축사가 시에 등록돼 있다고 한다. 김해 전체로는 700여 개의 축사가 등록돼 있고, 이중 돼지 축사는 100여 개다.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여름이 되면서 날씨가 습해지고 장마가 겹쳐 악취가 더 심해졌다고 했다. 그는 "장마철과 습한 날에는 냄새가 멀리까지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3~4㎞ 이상 날아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돼지는 열이 많아 여름철이 되면 축사에서 환기를 자주 시키기 때문에 냄새가 더 많이 난다"고 말했다. 또 2012년부터 법으로 동물 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되자, 각 축사에서는 분뇨를 저장조에 모아 액체비료로 만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데다 비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에서도 악취가 풍긴다고 했다.

장유출장소 생활지원과 관계자는 주로 밤에서 새벽 사이에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은 햇빛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낮에는 햇빛이 강해 냄새가 살균되는 효과를 낸다. 그 때문에 낮에는 냄새가 잘 나지 않는 것"이라며 "해가 지면 냄새가 땅에 낮게 깔려 축적되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유 율하 풀에버, 중앙하이츠 아파트 주민들도 많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축사에 대한 지도와 규제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축사의 경우 공장처럼 밀폐시킬 수가 없다. 특별히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강제로 퇴거, 이전을 요구할 수도 없다"며 "수시로 검사, 지도를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꾸준히 단속하고 지도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악취가 줄어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원병주 기자 one@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