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공장밀집지 중심 곳곳 파손
차량 피해 잇따라 시 상대 소송도 빈번
시는 예산 타령 … 대부분 땜질식 보수


"상동면 우계리로 가던 중 도로의 움푹 패인 부분에 걸려 차가 덜컹하는 바람에 고장이 났어요.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김해시에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시 도로과에 전화를 하니 피해보상은 어렵다며 도로 보수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도로의 파손된 부분을 피하려다 아찔한 순간을 맞은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화물차 운전자 심 모(37) 씨가 털어놓은 불만이다. 그는 지난 17일 오전 8시 20분께 상동면 우계리의 삼거리를 지나다 움푹 파인 도로 노면 때문에 차량 에어컨이 갑자기 꺼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차량정비소에 수리를 맡겼더니, 차체가 충격을 받는 바람에 에어컨 호스가 깨져 에어컨이 고장이 났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도 울퉁불퉁한 도로 노면 때문에 30만~40만 원짜리 스프링을 3차례나 깨먹었다고 했다. 스프링은 화물칸의 충격을 완화하는 부품이다.

▲ 상동면 우계리의 한 도로 노면이 심하게 파손되어 있다. 자동차들이 이 도로를 지나가면 깨진 아스팔트 조각이 사방으로 튄다.

심 씨 외에도 패이고 깨지고 갈라지고 울퉁불퉁한 도로 때문에 김해의 많은 운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김해시는 예산 타령을 하면서 도로 개선 작업을 미루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 불량 도로 때문에 '열 받는' 운전자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김해중부경찰서와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불량 도로 노면 때문에 차량이 고장나거나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매달 5~10건씩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읍·면 지역의 산업단지나 공장밀집 지역을 자주 왕래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불만은 더욱 높다고 경찰 관계자들은 전했다. 도로 노면 불량 탓에 운전자가 피해를 입어 김해시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해시에 따르면 이런 사례가 2012년 20건, 지난해 25건이었으며 올해는 7월까지 10건이나 된다.

노면 사정이 불량한 김해지역 도로는 얼마나 될까. 최근 김해시가 조사한 바로는 도로 폭이 15m 이상인 김해지역의 도로는 88개 노선에 총 257㎞다. 이중 보수를 한 지 10년 이상 지난 도로는 120.7㎞로 전체 도로의 46.9%에 이른다. 보수를 한 뒤 7년 이상 지난 도로도 15.8%나 된다. 전체 도로 가운데 62.7%가 보수를 하고 7년 이상이 지난 도로라는 이야기다. 도로교통공단과 경찰 관계자들은 "보수를 한 지 10년 이상 된 도로는 도로 노면이 나빠 안전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즉시 도로 정비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김해시의 예산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김해시의 노후도로 정비사업안에 따르면, 7년 이상 보수를 하지 않은 김해지역 도로를 고치기 위해서는 총 347억 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시민들의 민원이 접수되는 등 우선적으로 재포장을 해야 할 도로만 59곳에 달하며 예산은 40억 6천만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도로 보수에 책정되는 예산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12년 시가 노후도로 정비에 사용한 예산은 25억 5천만 원이었고, 지난해에는 23억 5천300만 원이었다. 올해에는 더욱 줄어든 21억 원에 머물렀다. 노면이 불량한 도로는 늘어나지만 예산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시는 올해 안에 도로 16㎞의 노면을 정비할 예정이다. 상반기에 16곳의 도로를 정비하는 등 올해 예산 21억 원 중 75%에 해당하는 15억 2천만 원을 이미 사용했다.

▲ 그래픽 = 박나래 skfoqkr@

김해시 도로과 관계자는 "도로 재포장이 시급한 도로 29곳을 선정해 하반기에 정비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경예산으로 20억 원을 요구해 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김해시의회에서 노후도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 전영기 시의회 부의장은 "불량한 도로 노면 탓에 인해 불편을 겪는다며 시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화 민원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 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량도로를 부분 땜질방식으로 긴급보수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예산을 더 늘려 노후도로 보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결국 애꿎은 시민들만 차량고장, 사고, 유류비 낭비 등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해뉴스 /김명규·원병주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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