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회현동 일대는 문화재보호법으로 인해 아직도 오물처리에 정화조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김해뉴스DB

"냄새는 말할 것도 못됩니다. 한 번씩 관이 막힐 때마다 오물이 정화조에서 역류해 올라오는데 한 여름에 마당에 오물이 넘쳐 있는 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끔찍합니다. 건강도 걱정되고, 매달 주인집에 내는 정화조 값도 부담스럽습니다."
 
지난해 김해시 회현동으로 이사 온 김상희(가명·49) 씨는 하수처리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씨가 세들어 살고 있는 집이 오물을 하수처리장으로 바로 내려 보내는 '분류식' 하수처리가 아닌, 정화조에 오물을 모은 뒤 분뇨차량으로 1년에 한 번 수거해 가는 '합류식' 처리방식을 취하고 있는 까닭이다. 냄새는 물론이고, 오물에서 발생할 세균도 걱정된다. 일 년에 한 번 '똥차'가 마당에 들어와 오물을 퍼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고역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 씨는 정화조 사용료로 집주인에게 매달 1만 5천 원을 납부하고 있다.
 
김해지역 대표적 구도심지로 손꼽히는 회현동엔 김 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주민이 330세대나 더 있다. 김해시는 지난 2005년부터 지역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하수처리시설을 분류식에서 합류식으로 바꾸는 '하수관거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지만, 회현동 일부 지역은 사업범위에서 제외됐다. 하수관거 사업이 땅을 파야하는 까닭에 미발굴 문화재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어, 문화재보호법에 저촉됐기 때문이다. 회현동은 문화재가 많기로 유명한 김해지역에서도 유일하게 사적지를 두 군데나 포함하고 있는 곳이다.
 
문제는 하수처리시설 미비가 구도심지인 회현동의 쇠락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회현동의 인구 수는 지난 몇 년간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하수관 등 불편한 주거환경이 가장 큰 이유다. 사람이 없다 보니 덩달아 집값도 폭락했다. 현재 회현동 소재 주택은 112.2㎡(34평형) 기준으로 8천만 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신도심지인 내·외동은 물론 같은 구도심지인 부원동(112.2㎡ 기준 1억2천)보다도 현저히 적은 금액이다.
 
회현동주민센터 노순덕 동장은 "회현동에서도 문화재가 없는 일부 동쪽 지역은 하수관거 사업이 진행됐다"며 "같은 지역 내에서도 하수설비에 따라 집값 격차가 현저하게 벌어지면서 주민들 사이에는 상대적 박탈감까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분간 회현동 주민들이 피해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어 보인다. 김해시청 하수과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회현동 하수관거 설치사업을 지난 2009년 잠정 취소했기 때문이다. 시의 정책이 문화재와 도시기반시설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동안 가야문화가 살아 숨쉬는 구도심지 회현동은 점점 더 죽은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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