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준기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 원장
일반적으로 동물은 번식이 끝나면 죽는다. 하지만 인간은 50세를 넘어 번식이 끝나고도 길게는 50년 정도를 더 산다. 산다는 것에는 어떤 형태로든 비용이 든다. 노인의 경우 이런 비용을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가족 혹은 국가가 부양해야 한다. 경제활동 능력이 저하된 노인은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 의존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 고령사회에서 노후 준비 없이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고령사회란 어떤 면에서는 사망에 이르기까지 생존에 필요한 소득원을 자신의 힘으로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알려진 바처럼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연금소득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도입 역사가 짧아 지급액도 적다. 그나마 많은 노인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경제 활동률이 높거나 유독 자살률이 높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사회도 점점 가족부양보다는 연금비중이 높아지는 등 사회적 부양이 늘어나고 있다. 준비 안 된 노인은 국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욕구를 채워주듯 오는 25일부터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노인 378만 명이 최대 2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은 빈곤노인이나 노후소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도입된 보편적 성격을 지닌 공공부조 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선진국가의 일반적인 추세에 걸맞는 제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선진국들은 노후소득의 한계성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공공부조는 축소하거나 선별적으로 시행하는 경향이다. 대신 사회보험화 내지 개인 책임 증진을 통해 오히려 사적보장을 확대해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사실 기초연금은 수혜자인 노인들에게는 환영받을 만한 일이지만 모든 재원이 국가(70%)나 지방자치단체(30%)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반가울 수 만은 없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포퓰리즘에 빠지기 쉬운 상황에서 자치단체의 부담은 늘어날 우려도 없지 않다.
 
김해시의 경우, 기초연금제 시행에 따른 시비 부담액이 기초노령연금제(1인당 월 최고 9만 9천 원)이던 지난해의 69억 원에서 올해는 110억 원, 내년에는 164억 원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비슷한 상황이다. 복지는 일단 시행하면 없던 일로 하기 어렵다. 올해 100명 중 12명인 노인인구를 위한 재정을 마련하기도 힘이 드는데 2050년에 노인인구가 100명 중 40으로 증가할 경우 국민연금은 차치하고라도 기초연금 지급을 위한 재정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없지 않다.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복지 혜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방식이 단지 젊은 사람에게서 세금을 거둬 노인에게 주는 것이라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젊은이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 국가나 자치단체에는 막대한 재정적 부담이 되기 때문에 기초연금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노후소득은 예견 가능해야 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국가나 자치단체는 물론 기업도 함께 노력해야 하고, 개인도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려는 정신이 꼭 필요하다. 현행 국민연금법과 기초연금법에 이러한 취지를 담아서 노후 소득보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모든 국민의 최소소득 보장으로서 기초연금 역할을 중요시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직역 연금을 재구조화하여 통합 운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부 빈곤층의 경우 연금 기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의 보조 혹은 감면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세금을 통해서라면 사회보장세 신설을 통한 방안도 있을 수 있겠으나, 증세로만 충당하는 것은 국가 재정상 한계가 있다. 분명한 것은 기초연금은 지속가능한 공적연금 제도로 발전시켜야 할 문제라는 사실이다. 세금으로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결정해나갈 수 있는 여지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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