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슬립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전 2권, 각 412p내외/1만 3천500원)


'이야기의 제왕'이라 불리며, 전 세계에 3억의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스티븐 킹이 최신작을 펴냈다. 이번에는 '공포'가 아니라 공포를 이겨내는 '치유'의 소설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잭 니콜슨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소설 <샤이닝>의 후속작이다. 무려 36년 만에 출간된 속편인 셈이다. 이 책은 전작 <샤이닝>에서 살아남은 소년 대니가 중년이 된 후를 그리고 있다. 스티븐 킹의 팬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버지의 폭행으로 얼룩진 유년기를 보낸 대니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에 대한 토론을 해왔다. 스티븐 킹 역시 후기를 통해, "팬사인회 중 한 팬이 '대니가 살아남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해 온 것이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된 동기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소설 속에서 남들과 다른 재주, 즉 샤이닝을 가졌다는 이유로 더 고통 받던 소년 대니는 성장한 후, 알코올중독자가 돼버렸다. 트라우마가 빚어낸 끔찍한 후유증 때문이다. 대니는 알코올에 의존한 채, 돈을 훔치거나 폭력도 불사하는 형편없는 인간이 돼버렸다. 이 작품은 기존의 '공포'에서 탈피하여 초능력을 가진 소녀와 그녀를 죽여 영생의 기운을 받으려는 괴집단과의 쫓고 쫓기는 스릴을 담는 한편, 알코올중독자로 인생의 끝에 섰던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준다. 굳이 전작 <샤이닝>의 내용을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래도, 우리 엄마
(다케시마 나미 지음, 조은하 옮김/예담/164p/1만 1천 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다. 열 달을 뱃속에 품고 있는 동안 완전한 일치감을 느꼈기에 세상에 나오면 당연히 이쁠 거라고 생각했고,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엄마가 되어 보니 그게 아니다. 아이가 그다지 이쁘지 않다. 혹시 나는 모성이 부족한 여성인가? 나는 나쁜 엄마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있다. 일본의 한 만화가가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담은 만화로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나미는 살아오면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운 적이 없을 만큼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누군가에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낸 적도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남편에 대한 짜증이 쌓여가고, 아이에게 화를 쏟아내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 책은 만화이지만 그 진지함과 깊이는 심리학 책 못지 않다. 자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독자들의 공감을 사는 것은 물론,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치유를 받는 경험을 하게 한다. 여자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과 한 번쯤 느껴봤을 현실의 벽 앞에 실질적인 대안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마치 전문적으로 상담을 받고 난 느낌이라는 감상을 남기는 건 그 때문일 터.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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