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아~."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한 소녀가 일본군에게 피살된 친구를 끌어안은 채 오열하고 있다. 소녀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그 뒤로 소녀 3명이 고개를 떨군 채 흐느끼며 일본군에게 끌려간다.
 
지난 24일 봉황동 김해문화체육관에서 '문뮤지컬' 단원들이 뮤지컬 '위안부 리포터' 연습에 한창이었다. 문뮤지컬은 김해·부산지역 청소년들로 구성된 공연단체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단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안무가의 지시에 귀를 기울이며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이들이 이날 연습한 '위안부 리포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득 할머니의 자서전 <나를 잊지 마세요>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 '순이'와 대학생 '준혁'의 아픈 사랑을 통해 참혹했던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내용이다.

 

▲ 문뮤지컬 단원들이 내달 1일 부산 영화의전당 공연을 앞두고 지난 24일 봉황동 김해문화육관에서 뮤지컬 '위안부 리포터'를 연습하고 있다.

김해·부산 청소년 공연단 '문뮤지컬'
김복득 할머니 자서전 바탕 창작 작품
8월 1일 해운대 영화의전당서 열연
 
'위안부 리포터'는 8월 1일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김해 내동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더문아트컴퍼니'의 김문희 대표 겸 기획자가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젝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16일 김해지역 연합 방과후뮤지컬반을 지도해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위안부 리포터'를 성공적으로 공연한 바 있다. 당시 뮤지컬 시나리오를 직접 썼던 그는 지난 2월 학교를 그만 둔 뒤 기획사 대표로 변신했다. 더문아트컴퍼니는 청소년 뮤지컬·영화 배우와 신인 영화감독을 육성하는 종합예술단체다. 김 대표는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 등 한·일간의 갈등으로 인해 지난해에는 김해지역 연합 방과후뮤지컬반의 '위안부 리포터'가 언론은 물론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앵콜 공연 요청도 받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없었다. 학생들은 계속 뮤지컬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김해에는 학생들이 뮤지컬을 배울 만한 곳이 없었다. 학생들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더문아트컴퍼니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그 후 지난해에 공연을 함께했던 뮤지컬반 학생, 김해·부산지역에서 모집한 학생들을 모아 영화의전당 공연을 기획했다. 이번 공연은 새로 손 본 시나리오에 전문강사가 가세,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변모했다. 공연 수익금은 폐관 위기에 놓인 부산의 위안부 자료관인 '민족과여성역사관'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주인공 '순이' 역을 맡은 김민경(19·김해가야고) 양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같은 상황을 직접 겪어본 게 아니라서 연기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고자 많이 노력했다. 이번 뮤지컬이 '민족과여성역사관'을 돕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뮤지컬 '위안부 리포터'는 부산 영화의전당(dureraum.org) 홈페이지에서 표를 예매할 수 있다. 영화의전당 매표소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중고생 50% 할인. 김해지역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는 하늘연극장 2층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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