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주촌면 원지리 대리마을 입구에 재입식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지난 3일부로 구제역은 종식됐지만 '대(對)구제역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재입식을 앞두고 주민들이 악취문제 등을 들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갈등(관련기사 본보 3월 21일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오전 김해시 주촌면 원지리 대리마을. 대규모로 돼지를 키우던 S축산은 내부 청소에 한창이었다. 소독을 위해 인부들은 넓은 축사를 바쁘게 오고갔다. 근처에 다가가자 악취는 심각했다. "돼지를 키우는 곳이니까 당연히 냄새가 날 수밖에 없죠." 무심한 듯 뱉고 가는 이 인부의 말은 이런 냄새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로 들렸다.
 
하지만 농장 주변에 사는 농민들의 입장은 달랐다. 이 마을에 사는 최교원(63) 씨는 "집 근처에 대규모 축사가 4군데나 있다"며 "지금 돼지를 키우지 않는데도 이렇게 냄새가 심한데 평소에는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고 하소연했다. 또 최 씨 집과 10여m 거리에 구제역 매몰지가 두 군데나 있었다. 이 곳에 묻힌 돼지 수만 1천700여 마리. 최 씨는 "마루에 앉아 있는데 냄새는 물론이고 얼굴에 들러붙는 파리 때문에 살 수가 없다"며 "지금 막 시청에 약을 뿌려 달라고 전화하려던 참이었다"고 말했다.
 
석칠마을 최성태 이장도 목소리를 높이긴 마찬가지였다. 최 이장은 "30년 전에는 소규모로 시작하던 농가들이 이제 대규모가 됐다"며 "현재 대리마을에 총 13농가가 있는데 이 가운데 2농가만 마을에 거주하고 있고 나머지는 출·퇴근하는 외부인"이라고 말했다.

24개 마을 이장단 등 반대위 결성, 현수막 내걸고 시장실 항의방문
양돈업자들도 "진퇴양난 … 곤혹" 시측도 "재입식 막을 방법 없어"

이 때문에 주민들은 재입식을 강력 저지하기 위해 주촌면 소재 24개 마을 이장단과 주촌번영회, 주촌청년회 등과 돼지 재입식 반대 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상태다. 이미 마을 입구에는 '양돈인은 우리를 더 이상 죽이지 말라'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지난 5일에는 시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경제적으로 힘없는 주민들은 사방에 매몰지를 두고 살아야 하며 마시는 물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들이 망쳐놓은 이 환경에는 그 누구도 발을 들여놓으려 하지 않아 주민들은 살아갈 어떤 방법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김해시가 나서 돼지 재입식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위 김정부 총무는 "지난달 28일 주촌면사무소에서 양돈업자들을 만났는데 재입식 여부에 대해서는 시청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했다"며 "이 때문에 주민들을 위한 시청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시청에서 집회도 연다는 계획이다.
 
재입식 문제가 불거지자 지자체는 물론 양돈업자들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정부의 피해 지원도 부족하고 원상복구하는 데만 적어도 3년 이상이 걸리는데 주민들과의 관계까지 풀어나가야 하니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한 농장 관계자는 "주민들과의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면서 "지금은 당장 재입식을 추진할 계획이 없고, 다만 빈 축사를 청소하거나 낡은 부분을 수리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김해시 축산과 강영랑 담당자는 "지침에 따라 소독이나 세척 등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문제가 없으면 재입식이 가능하다"며 "따라서 이 지침을 어기지 않는 이상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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