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손 잡고 여름독서캠프 온 가연이 하루종일 책 속에 묻혀 '하하 호호'
친구들과 한이불 덮고 잠드는 여름밤 "다른 데 가는 것보다 훨씬 재밌어요"
독서 주제캠프·교실 프로그램 다양해 부모들도 "한여름 나기 정말 딱이네요"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룻밤을!"

김해지역 공공도서관들이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여름독서캠프, 여름독서교실을 연다. 가장 먼저 여름독서캠프를 연 곳은 삼계로얄작은도서관(관장 강혜영). 독서캠프는 지난 25일 오후 7시부터 26일 오전 7시까지 열렸다. 오후 6시 무렵부터 캠프에 참가할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마다 이불과 베개를 넣은 큼직한 가방도 챙겨왔다. 아이들은 참가자 등록을 하는 동안에 친구를 발견하면 서로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다.

▲ 지난 25~26일 삼계로얄작은도서관에서 열린 여름독서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아빠 손을 꼭 잡고 온 양가연(신명초·1) 양은 약간 긴장한 표정이었다. 집을 떠나 도서관에서 잠도 자야하고, 낯선 친구들이나 언니 오빠들과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가연이를 데리고 온 아빠 양원영 씨도 딸을 혼자 두고 가야 하니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가연이 왔다!"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며 친구들이 달려왔다. 그제서야 가연이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났고, 아빠도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양 씨는 "요즘 아이들은 동네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다.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하룻밤을 보내면서 책도 보고 영화도 본다니 좋은 기회이다. 아파트 안에 있는 도서관이라 아이를 맡기는 마음도 편하다"고 말했다.

삼계로얄작은도서관에 모인 초등학생 30명은 대개 도서관 친구, 학교 친구, 동네 친구들이라 조금 낯선 아이가 있어도 금세 친해졌다. 고학년 학생들은 저학년 동생들을 보살피느라 제법 의젓한 태도를 보였다. 박현규(삼계초·6) 군은 동생 현민(삼계초·2)이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설 읽기를 좋아한다는 현규는 "방학 때는 도서관에 자주 올 수 있다. 오늘은 동생과 함께 독서캠프에 참여하느라 엄마가 데려줬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만화를 좋아한다는 현민이도 도서관에 온 게 마냥 즐거워 보였다.

아이들은 레크레이션을 즐기고 난 뒤 독서캠프의 주 프로그램인 '조금 다른 지구마을 여행'을 시작했다. 주제도서는 '2014 김해의 책-어린이 도서'인 <거짓말 같은 이야기>(강경수 글·그림, 시공주니어)이다. 세계 곳곳에서 빈곤,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고통을 받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권 그림책이다. 김해시 도서관정책과의 배려로, 참가한 모든 아이들이 이 책을 한 권씩 들고 읽었다.

도서관 운영위원 6명이 테이블 6개를 펼쳤다. 각 테이블에서 책에 소개된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운영위원들은 각각 키르기스스탄(장윤실), 우간다(강혜영), 아이티(정미란), 콩고(임순규), 인도(송수진), 루마니아(윤미영) 등을 맡아 미리 공부를 했다. 아이들은 5명씩 조를 짜서 테이블을 돌며 그 이야기를 들었다. 도서관에서 따로 준비한 노트를 손에 든 아이들은 6개 테이블을 돌며 6개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노트에 주요 정보를 꼼꼼히 적었다. 6개 테이블을 다 돌면 노트가 채워졌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신만의 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완성했다. 정현수(신명초·5) 군은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아이 이야기가 마음 아팠다. 우리나라, 우리집에서 태어난 나는 행복한 아이"라고 말했다. 한치호(신명초·5) 군도 "가까운 곳에 작은도서관이 있어 자주 온다. 독서캠프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삼계로얄작은도서관에서 독서캠프가 열린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이다.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한 박정미 사서는 "독서캠프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더 친숙하게 느끼는 계기가 된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부족했던 아이들이 독서캠프에서 또래와 어울리고 동생들을 보살펴주는 경험도 하게 된다"며 "올해 처음 참가한 1학년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몇 년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독서캠프에 참가하게 돼 특히 기뻐했다"고 설명했다.

지구여행을 끝낸 아이들은 우유 팥빙수를 만들어 먹으며 친구들과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조잘대는 아이들 목소리, 까르르 웃는 소리가 도서관 안에 가득찼다. 그 사이 운영위원들은 도서관 바닥을 깨끗이 닦았다. 애니메이션 '무민가족의 한여름 대소동(감독 마리아 린드버그)' 상영 준비도 끝났다. 도서관에는 아이들이 가져온 이불이 펼쳐졌다. 각기 다른 이불이라 도서관에 거대한 꽃밭이 펼쳐진 것 같았다. 아이들은 얇은 여름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 불이 꺼지고 애니메이션 상영이 시작됐다. 애니메이션에 빠져 든 아이, 스르르 잠이 든 아이, 친구와 소곤거리는 아이…. 작은도서관의 한여름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삼계로얄작은도서관 외에 다른 김해지역의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에서도 다양한 여름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신책사랑작은도서관은 오는 8월 6~20일 '창의상상 독서교실'을, 뜨란채작은도서관은 '세계문화·한국지리탐험 프로그램'을 8월 매주 화요일에 진행한다. 젤미작은도서관은 31일~8월 21일까지 '북아트'를, 글혜윰작은도서관은 8월 4~18일 '창의 팡팡 독서교실'을 펼친다. 자세한 내용은 김해통합도서관(lib.gimhae.go.kr), 김해도서관(www.gimhaelib.go.kr), 진영도서관(www.jylib.or.kr)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