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생활과 식사 비만 위험 높여
식이섬유와 미량 영양소 섭취 늘리고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엄격히 제한
가족과 함께 하는 그룹운동도 큰 효과

어린이·청소년들이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덩달아 본격 여름휴가철도 절정에 이르러 피서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학교와 학원, 집 사이를 쳇바퀴처럼 오가며 학업에만 매달렸던 아이들로서는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방학 때는 자칫하면 불규칙한 생활로 몸과 마음이 흐트러질 수 있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무더운 날씨 탓에 야외활동보다는 실내 생활이 많아지는데다가 늦잠과 불규칙한 식사 때문에 소아 비만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부모의 각별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한 시기이다. 반대로 평소 아이의 비만 때문에 고민을 해왔다면 여름방학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 우리 아이는 왜 뚱뚱해지는 걸까
어린이·청소년 비만은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식습관 문제이다.
 
공부 때문에 밤 늦게 자는 바람에 늦게 일어나고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이 습관화되면 점심과 저녁의 폭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 달고 기름진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 선호, 불규칙한 간식과 편식은 정상체중과 체형으로의 성장을 방해한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미국 어린이·청소년 비만에 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어린이·청소년 가운데 30% 가량이 자신의 체중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신이 비만이면서 정상이라고, 또 정상이면서 저체중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 비만율은 15.3%로 2006년의 11.6%에 비해 3.7%포인트 증가했다. 남학생의 비만율은 16.7%로 13.9%인 여학생보다 높았다. 전체 학생 중 하루 6~8시간 정도 잠을 자지 않는 학생은 30.8%였고, 아침 식사를 거르는 학생은 36.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규칙한 생활 유형과 식습관이 비만의 최대 원인이라는 말이다.
 
운동 부족도 빼놓을 수 없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학원까지 다니면서 공부에 쫓기다보니 신체활동이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자투리 시간은 TV를 보거나 컴퓨터·모바일 게임 등을 하면서 보내기 일쑤다. 당연히 성장기에 필요한 운동량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반면 섭취하는 음식물과 열량은 상대적으로 높아 체지방 증가 및 비만으로 진행된다.
 
이같은 원인에 의한 어린이·청소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대단히 높다. 조은금강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상구 과장은 "소아비만의 80~85%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심혈관계 합병증과 같은 대사증후군이 이미 이 시기에 나타나기 때문에 심각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 과장은 또 "체지방이 쌓이면 지방조직에서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렙틴과 같은 호르몬 생산이 촉진돼 이차성징이 빨리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성장판이 빨리 닫혀 키 성장이 억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이 비만해질 경우 심리적 열등감 때문에 자신감 상실, 소극적 태도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할 경우 우울증을 나타내기도 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날씬한 아이, 여름방학을 노려라
비만은 치료가 어렵고 합병증의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가 최선의 해결 방법이다. 비만이거나 비만으로 진행될 우려가 높은 아이들의 경우, 잘못된 생활 유형과 식습관을 바로잡아주고 충분한 운동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방학만큼 좋은 기회도 없다.
 
비만 예방·치료에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 함께 필요하다. 식이요법은 단순당·지방·염분 섭취를 제한하고, 식이섬유와 미량 영양소 섭취를 늘리는 게 요점이다. 또 흔히 접할 수 있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은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 비만을 예방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식탁에 차리는 음식을 당과 지방이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재료로 준비해야 한다. 식사는 TV나 컴퓨터 앞이 아닌 식탁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 적당한 양을 정해 과식하지 않게 하며,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밥을 남겨도 된다고 일러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침 식사는 반드시 하도록 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간식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목이 마를 땐 당분이 많이 든 음료수 대신 물을 마시게 한다. 외식 회수를 줄이고, 패스트푸드 섭취는 일주일에 한 번 미만으로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가족의 식습관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므로 온 가족이 함께 식이요법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아이 혼자보다 가족 전체가 함께 하는 그룹운동이 효과적이다. 운동의 종류로는 지방을 충분히 태울 수 있는 걷기·뛰기·실내자전거·수영·에어로빅 등 유산소운동이 좋다. 성인에게 맞춘 규격화된 프로그램이나 기구를 이용하는 운동의 경우 아이들이 쉽게 지쳐 흥미를 잃을 수 있으므로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과체중이나 비만 어린이·청소년들의 경우, 지나친 목표를 세워 운동을 하다보면 무릎·발목 관절이나 허리에 손상을 입기 쉬우므로 적당한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이상구 과장은 "당장 아이의 체중을 빼는 것보다는 평생의 건강한 삶을 위해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길러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작은 노력과 변화에도 꾸준하게 격려하고 칭찬하다보면 비만 예방과 치료에 큰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움말=조은금강병원 이상구 과장 (소아청소년과)

 

김해뉴스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