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노래로 봉사활동을 진행해온 '5060 라온합창단'이 무료 공연을 펼치고 있다.
50~60대 재능기부 합창봉사단
지난해 5월 창단 회원 53명으로 늘어
매달 한 차례 각 시설 돌며 공연 활동
경력 쌓아 문화의전당 서는 게 꿈

대성동 김해시자원봉사센터에 하나 둘 '베이비붐 세대'들이 모여든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 안부를 묻다가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조금 전의 웃음기 가득하던 표정은 싹 사라지고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본격적인 합창 연습이 시작된 것이다.
 
김해시자원봉사센터에 모인 이들은 '5060 라온합창단'(단장 허순욱·60) 단원들이다. '5060'은 1955~1963년 무렵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뜻한다.
 
이들은 노래를 통한 재능기부 봉사를 위해 매주 목요일에 모여 합창연습을 하고 있다.

라온합창단은 김해시자원봉사센터 박은희 사무국장의 제안으로 출발했다. 그는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보고 '김해에도 합창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라온합창단은 공고를 통해 모인 단원 40여 명으로 지난해 5월 창단했다. 지금은 53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현역에서 은퇴한 사람들이다.
 
라온합창단은 4개월 간 연습을 한 뒤 지난해 9월 생림면 샘터학교에서 첫 공연을 펼쳤다. 이후 매달 한 차례씩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등을 찾아 공연하고 있다. 샘터학교에서의 첫 공연 때는 합창곡 3곡을 부른 뒤 학생들과 빵 만들기도 했다. 또 한림면 용덕리 덕촌마을회관을 찾아 한센병 환자를 위한 공연과 송편 만들기 봉사를 했다. 김해시보건소, 장유 대성교회복지재단 등에서도 공연과 봉사를 했다. 라온합창단은 지난해 경상남도 자원봉사센터 최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허 단장은 2007~2010년 김해시자원봉사회 4대 회장을 지내다가 물러난 후 쉬고 있었다. 라온합창단 단원 모집 안내문을 보고 신청했다가 주위의 추천으로 단장까지 맡게 됐다. 그는 "안내문을 보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봉사라는 게 정말 근사하게 느껴졌다. 합창으로 취미생활도 하면서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정신을 차려보니 단장을 하고 있더라"며 웃었다.
 
허 단장은 "오래된 합창단은 아니지만 단원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 단원들은 대부분 봉사활동을 해오던 사람들이다. 특별히 지시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장금선(53) 총무가 합창단을 하며 겪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김해시보건소에서 공연할 때였다고 한다. 그날은 단원들이 처음 드레스를 입고 공연에 나선 날이었다. 장 총무는 "단원 중 많은 사람들은 이전에 드레스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 다 큰 어른들이 아이처럼 좋아했다.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등 즐거워했다. 단원들은 '드레스를 입으니 자신감도 생기고 사명감이 생긴다'며 열정을 내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라온합창단은 지난 26일 동상동 로데오 거리에서 김해문화의재단이 주최한 '프린지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이 무대에도 드레스를 입고 합창을 했다.
 
장 총무는 한림면 용덕리 덕촌마을회관에서 한 봉사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봉사 당일 비가 많이 내렸다. 단원들 대부분이 걱정했지만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와 공연을 미룰 수 없었다. 합창을 보며 호응을 많이 해주고, 뒤풀이로 송편과 다과를 단원들과 나눠 먹을 때도 아주 좋아했다. 라온합창단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라온봉사단은 다른 봉사단체와 마찬가지로 예산 문제가 힘들다고 한다. 드레스 같은 경우 대부분 사비로 구입하고 있다. 단원들이 불만을 표현하진 않지만 미안한 마음이 있다는 게 허 단장의 말이다.
 
허 단장은 "단원들은 자비를 들이고 시간을 쪼개서 연습하면서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묵묵하고 즐겁게 합창단과 봉사를 하고 있다. 단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그게 우리 합창단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히 매달 공연을 해 나가고 싶다. 2년 정도 경력과 실력을 쌓아 김해문화의전당 무대에도 서보고 싶다. 더 열심히 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믿는다. 훌륭한 단원들과 함께 열심히 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해뉴스 /원병주 기자 on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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