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윤권 ㈔시민참여정책연구소 소장
어릴적 읽었던 <이솝우화> 중에 '양치기 소년'이란 게 있었다. 양치기가 재미 삼아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자 처음에는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이 거짓말이 여러 번 반복되자 사람들은 나중에는 당연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양치기가 "늑대가 나타났다"고 고함을 질러도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아 모든 양들이 늑대에게 잡아 먹혀버렸다는 내용이었다.
 
거짓말이 반복되면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거짓말을 한 사람이 큰 피해를 당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삶의 방법에 관한 우화였다. 오래된 내용이지만 여전히 현재도 거짓말에 관한 대명사로 통용되고 있다. '양치기 소년'은 이제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흔히 사용되는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양치기 소년이 사람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국가라는 틀에도 적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을 위해 운영되고 있으니 국가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할 리가 없는데도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의 직원이 설마 선거에 개입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럴 리가 없을거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근거없는 의혹으로 해당 국정원 직원이 인권유린을 당했다는 주장까지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국민들은 국가기관인 국정원의 직원이 셀 수도 없을만큼의 댓글작업으로 선거에 개입했고, 군조직까지 동원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지난 3월에는 간첩조작 사건이라는 뜻밖의 내용이 보도됐다. 국정원과 검찰이 공문서를 위조해 간첩도 아닌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지금이 반공시대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을거라고 역시 생각했지만 이 또한 사실로 밝혀졌다. 국가가 죄없는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가기 위해 공문서를 조작했다는 것이었다. 국가가 국가기관을 동원해 선량한 국민을 간첩으로 몰아가려는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지난 4월 16일, 온 국민의 가슴을 메이게 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발생 직후 국가는 사고현장에서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수천 명의 잠수부를 파견하고 수백 척의 배를 띄워 대대적인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며칠동안 홍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 3일 동안 구조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로 인해 희생자 294명 중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가지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며칠 전 세월호 사고의 원흉으로 지목된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됐다. 검찰과 경찰이 사상 최대의 포상금인 5억 원을 걸어놓고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펼쳤음에도 발견하지 못했던 유병언이 허무하게도 아주 부패된 주검의 상태로 발견되었다. 검찰과 경찰에서는 유병언이 틀림없다고 발표했다. 국과수에서는 유전자 검사까지 마쳤다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알리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국민들이 믿으려 하지를 않는다. 느닷없이 시체로 발견된 것이나 지나치게 부패한 점, 발견 장소의 의문점 등 여러 가지 의혹들만 넘쳐날 뿐 유병언의 시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번 사건도 국가가 조작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국가가 '양치기 소년'이 된 것이다. 이제 국가가 "늑대가 나타났다"고 아무리 외쳐도 사람들은 믿질 않고 있다. '또 거짓말 하는 거겠지'라고 치부해 버리는 분위기다.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양치기 국가'가 된 것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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