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회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의 '저자와의 대화' 장면. 왼쪽부터 사회자인 이성희 인천초은고 교사와 강신익, 김별아, 박숙자, 백승종 저자.
올해 대회 전국서 44개 팀 220명 참가
비경쟁 토론방식 벤치마킹 열기 후끈

"유명한 책은 좋은 책인가?" "유명한 책을 읽으면 비판을 받아야 하나?" "'내 삶의 명작'의 기준은?" "우리의 학교 현실에서 교양을 위한 독서가 가능할까?" "교양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은?"
 
<속물 교양의 탄생>(박숙자 지음/푸른역사)을 읽고, 토론하고, 저자와 대화하고, 다시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 후 청소년들이 최종적으로 도출해낸 5가지 토론주제이다.
 
김해시와 책읽는사회문화센터가 주최하는 '제6회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가 지난 7~8일 김해대학교와 동부스포츠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대회에는 전국의 청소년 독서단체 44개 팀 220명이 참가했다.
 
올해의 주제도서는 김별아의 <가미가제 독고다이>(해냄), 백승종의<금서, 시대를 읽다>(산처럼), 강신익의 <불량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페이퍼로드), 박숙자의 <속물 교양의 탄생>(푸른역사) 등이다. 4명의 저자도 모두 대회에 참석했다.
 
지난 7일 저자와 직접 만나 대화하고 조별 토론을 거친 220명의 청소년들은 4권의 책에서 각각 5개씩 총 20개의 토론주제를 도출했다. 8일에는 동부스포츠센터에 20개의 주제를 놓고 토론할 20개의 테이블이 펼쳐졌다. 청소년들은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아 이동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펼쳤다.
 
저자를 직접 만나면서 비경쟁 토론을 펼친 청소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원도에서 6시간에 걸쳐 차를 타고 달려온 신재민(강원도 강원고2) 학생은 "네 분의 저자를 직접 만나 대화한 건 잊지 못할 경험"이라며 "전국 각지의 또래들을 만났고, 그 또래들의 열정에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정희진(강원도 평창고2) 학생은 "다른 대회들은 토론을 하면서 상대팀과 경쟁을 해야 했고, 대립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비경쟁 방식이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연(김해중앙여고3)학생은 "찬·반 형식의 토론대회가 아니라서 3시간 넘게 토론을 하면서도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궁금한 점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었고, 격렬하게 토론했지만 다른 의견을 가진 친구들과 감정이 상하지도 않았다. 저자들을 만났을 때 우리 생각을 많이 이해해 주었던 점도 무척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 청소년들보다 더 많은 감동을 받은 것은 인솔 교사들이었다. 강원고 김희곤 교사는 "올해 처음 참가했다. 운 좋게 참가학교로 선정됐다. 돌아가면 학교 독서동아리 활동에도 비경쟁토론방식을 적용할 생각이다. 그걸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진주 삼현여고 이귀옥 교사는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하다. 청소년들에게 토론조차 경쟁시키는 방식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김해에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 대회를 뒤늦게 알았다. 도서반 학생들이 먼저 자신들의 활동을 정리해 참가신청을 했다. 전국에서 온 청소년들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교사들이 더 많이 배우고 간다"고 밝혔다.
 
부산 낙동고 김철홍 교사는 "토론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남의 주장을 꺾고 나의 주장만 펼치려 드는 학생들이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배우고 책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가치들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을 직접 만난 저자들 역시 뜻 깊은 독서토론대회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진지한 태도로 밤늦게까지 토론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자존감 있는 시민들로 성장하리라는 가능성을 보았다. 청소년들이 던지는 '돌직구 질문'을 들으면서 '독자들이 내 책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청소년들은 내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며 활짝 웃었다.
 
이번 대회에는 전남 순천시 도서관운영과 직원들이 독서토론대회 벤치마킹을 위해 참석하기도 했다. 독서정책담당 김미란 씨는 이틀 동안 대회를 지켜보았다. 그는 "김해시가 참으로 큰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순천에서도 원시티원북, 청소년고전읽기 등이 열리고 있는데 비경쟁토론방식을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최지혜·이민희 인턴기자 phj@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