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림면 봉림리 산성마을 주민들은 지난 1년 동안 봉림일반산업단지 조성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경남도청과 김해시청을 오가며 기자회견을 열고 봉림산단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과 대다수 언론, 시민단체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마을과 무척산을 지키기 위해 외롭게 봉림산단 조성 반대운동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어르신 등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지만 태어나고 자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의지를 꺾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봉림산단 반대운동은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봉림산단 허가의 마지막 단계인 경남도의 심의가 눈앞에 다가와 주민들의 결집된 힘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작 '봉림산단·개별공장 반대 대책위원회' 내부에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봉림산단 조성사업 안건은 오는 21일 경남도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총 27명의 위원 중 과반인 14명 이상이 심의위원회에 참여하고, 참여자 중 반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은 통과된다. 이렇게 되면 봉림산단 조성의 마지막 열쇠는 김해시에게로 넘어간다. 경남도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원안 가결, 조건부 가결 등 결과에 따라 김해시가 봉림산단 조성의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6·4지방선거 때 김맹곤 김해시장이 봉림산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결국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채 산단 허가의 마지막 절차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 됐다. 산성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손을 쓸 여지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책위원회의 박희규(60) 위원장이 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일부 사람들로부터 '봉림산단 부지 내에 개별공장이 들어서는 데 도움을 줬다'는 오해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 위원장은 "1년이 넘도록 사비를 털어가며 봉림산단 반대 운동에 앞장서왔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해를 사면서까지 위원장으로 활동을 하기는 힘들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대책위원회는 부위원장을 주축으로 조직을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경남도 지방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를 앞두고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해와 갈등으로 흩어져버린 마음들이 다시 모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김해 시민들은 물론 자칭 '양심 세력'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잘 버텨왔던 봉림산단 반대운동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 과연 산성마을 주민들은 고향을 지킬 수 있을까.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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