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무립슈어."
 
'소소한 체험단'이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크메이'의 주인 김홍기(52), 송혜리(31·여) 씨 부부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인사를 했다. 크메이의 TV 화면에서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양손을 돌리며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김 씨는 "캄보디아에서는 명절이나 행사 때 식사를 마친 뒤 사람들이 한데 모여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면서 잠시 그 춤을 선보였다. 김 씨의 갑작스러운 춤사위에 체험단 단원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올랐다.
 

▲ 소소한 체험단이 크메이에서 여러가지 캄보디아 음식을 맛보고 있다.
거대 호수 톤레쌉·곡창지대 바탐방 영향
해산물과 쌀 중심으로 한 각종 요리 발달
태국·라오스·베트남 음식문화도 가미
프랑스 식민지 영향 '놈빵 바떼' 간식 즐겨

캄보디아는 북쪽으로 태국과 라오스, 동남쪽으로 베트남과 접해 있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 음식은 자연스럽게 태국, 라오스, 베트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수량 덕분에 벼농사가 발달해 있고, 대부분 쌀을 가공한 쌀국수를 즐겨먹는다. 캄보디아도 거대한 톤레쌉 호수와 곡창지대인 바탐방 지역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쌀과 해산물을 바탕으로 한 요리가 발달돼 있다.
 
송 씨는 "캄보디아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먹기보다는 외식을 하거나 사서 먹는 걸 선호한다. 아침에는 '꾸띠오'라고 하는 쌀국수를 가장 많이 찾는다"고 캄보디아의 음식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꾸띠오 외에 돼지등갈비밥인 '마이쩡쭝리쭈룩', 볶음밥인 '바이차멍끼아', 닭고기덮밥인 '바이모안' 등이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 음식은 한번 맛보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될 거예요." 김 씨가 빨간 소스가 발린 소고기 꼬치 '싹꼬앙'을 먼저 내놨다. 빨간 소스 때문에 살짝 매워보였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달콤했고, 숯불향이 좋았다. 다들 입맛에 맞았는지 금세 동이 나버렸다. 체험단 일원인 장유초등학교 권오준 군은 "정말 맛있다. 또 먹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비워진 접시를 보며 "싹꼬앙은 맥주 안주로 제격"이라고 자랑했다.
 
그 다음 새우무침 '뇨앙', 파파야 무침 '뭑랑'이 식탁에 차려졌다. 뇨앙은 가느다란 쌀국수면과 땅콩가루, 삶은 새우, 돼지고기, 오이 등을 식초에 버무린 음식이다.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태국의 해산물 샐러드 '얌운센'과 맛과 향이 비슷했다. 박은정(51·여·삼방동) 씨는 "우리나라 잡채와 식감이 비슷하다.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워준다"고 평가했다. 뭑랑은 파파야와 오이, 당근, 식초, 설탕을 넣어 무친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캄보디아 식탁에 자주 오르는 음식이다.
 
이어서 소고기탕 '썸러무쭈그릉'과 생선탕 '썸러우쭈유은', 소고기 볶음밥 '바이차멍끼아', 닭·생강볶음 '차쿵녀이싸크모언', 쌀국수 꾸띠오가 차례로 나왔다.
 

썸러무쭈그릉과 썸러우쭈유은은 캄보디아에서 저녁식사용으로 자주 먹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썸러무쭈그릉은 소고기에 채소 '뚜어쿤', 향신료, 마늘 등의 양념을 넣어 함께 끊인 음식이다. 감자탕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맛은 확연히 달랐다. 향신료의 맛이 너무 강해서 한 숟가락을 뜬 뒤 에는 다시 먹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김 씨는 "처음에는 강한 향신료 탓에 먹기 힘들지만 계속 먹다보면 중독될 것"이라고 말했다.
 
썸러우쭈유은은 주 재료인 민물고기 '뜨레이'에 숙주, 고추 등을 넣어 끓인 음식이다. 기름기가 많았지만, 맑은 국물은 담백하게 느껴졌다. 소고기 볶음밥 바이차멍끼아는 소고기와 달걀, 고추, 안남미 등을 볶아 만들었다. 우리 볶음밥과 맛이 비슷했다.
 
닭·생강볶음인 차쿵녀이싸크모언은 체험단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다. 생강을 얇게 채 썰어 간장 양념과 함께 섞은 뒤 닭을 볶아 만든 음식이다. 진지영(38·여·무계동) 씨는 "생강이 들어있어서 거부감 없이 잘 먹을 수 있었다. 함께 온 아들도 잘 먹었다"고 말했다.
 
꾸띠오에는 돼지고기로 만든 완자와 삶은 소고기가 들어가 있었다.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해 맑은 소고기국을 먹는 것 같았다. 국 위에는 캄보디아어로 '찌완수이', 우리나라에서는 고수라 불리는 식물의 잎이 뿌려져 있었다. 고수는 동남아시아, 인도, 중국,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는 향신료 중 하나다. 얼얼한 향이 나기 때문에 고기 누린내나 생선 비린내를 잡는 데 효과적이다. 고수는. 씹거나 차에 넣어 먹으면 잃었던 입맛이 돌아오고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송 씨는 "캄보디아에서 즐겨 먹는 간식"이라며 캄보디아식 샌드위치 '놈빵 바떼'를 내놓았다. 캄보디아의 길거리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간식 중 하나라고 했다. 캄보디아는 19세기에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놈빵 바떼는 그 당시 캄보디아에 전파된 음식이다. 놈빵 바떼는 바떼를 넣은 빵이란 뜻이다. 바떼는 프랑스어로는 파테다. 다진 고기로 만든 햄덩어리를 말한다. 프랑스에서 전파됐지만 바게트 빵 속의 내용물은 온통 캄보디아식 재료로 채워진다. 반으로 자른 바게트 빵에 버터를 바른 뒤 돼지고기 햄이나 소고기 햄, 오이, 양파, 고수 등을 넣어 만든다. 고수를 처음 맛본 체험단원은 강한 향 때문에 먹기 힘들어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체험단은 "캄보디아 음식은 한국의 가정집 음식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음식에 고수가 들어가 있어 처음에는 먹기 힘들었지만 익숙해지면 새콤달콤한 캄보디아 음식의 매력에 빠져들 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크메이 /가락로 94번길 2-1(서상동 82-31번지). 아름다운가게 김해서상점 2층. 055-324-5666. 꾸띠오·바이차멍끼아 6천 원. 놈빵 빠레 5천 원.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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