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병득 장유 누가병원 진료과장(정신건강의학과)
"고마웠어요, 윌리엄스. 당신이 간 곳이 어디이든 부디 그곳에서 카르페 디엠!"
 
미국 할리우드의 연기파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지난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은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데뷔 이후 37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명작들 속에서 명품 연기와 함께 명대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쓰다듬고 안아주던 그였기에 그 슬픔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과의 작별을 고한 것으로 알려져 '비극적이고 갑작스러운 상실'에 안타까움은 더했다.
 
윌리엄스의 작품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를 꼽자면 '죽은 시인의 사회'이다. 입시교육에 지쳐가는 명문고 학생들에게 자유를 심어주는 교사 키딩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윌리엄스는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는 삶을 살아가라"(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렇게 웃음과 치유·행복을 선사했던 그였지만, 정작 자신은 '훌륭한 삐에로'의 모습 뒤켠에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갈등과 상처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던 것이다.
 
우울증은 단순히 슬픔으로 비유되는 감정의 기복이라기보다는 정신장애의 하나이다. 흔히 대화 중 우울증에 대해 언급할 때 사람들은 이 증상을 실제보다 훨씬 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질환의 측면에서 보자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치유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위 사람들의 인식 확장이 더욱 필요하다.
 
우울증은 우울감과 삶에 대한 흥미 및 관심 상실이 핵심 증상이다.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줄어들기도 하고 초초감과 불안, 안절부절 못함, 성욕구와 집중력의 저하, 불면증, 만성피로, 무기력, 과도한 수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울증의 가장 심각한 증상은 자살 사고이다. 실제 심한 우울증 환자의 25% 정도가 자살을 생각하고 10~15%는 자살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우울증인 것 자체를 알지 못하고, 일상생활에서 상당히 위축돼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도 자신의 기분 문제에 대해 호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 시작되는 연령대는 주로 30대이다. 여성의 경우 출산 이후 나타나는 산후 우울증과 갱년기 우울증이 흔하다. 남성의 경우에는 직장 내에서 업무나 대인관계에 기인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으며, 사회적 관계나 갈등으로 인한 존재의 상실감도 우울증을 유발한다.
 
일반적인 치료는 정신의학적인 면담치료, 약물치료, 인지치료, 광선치료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증상의 특성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한다. 예방은 입증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 조절, 위기의 순간 교우관계, 사회적 지지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4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는 햇빛이 적어지는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계절성 우울증이 많아지므로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조깅·산책 등 야외활동을 늘리는 것이 좋다.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포함된 균형잡힌 식사도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이 악화되기 전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전문가에게 적절한 치료를 계속해서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우울증 회복기에 자살의 위험이 더 높아지므로 가족이나 지인들의 애정어린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곳은 편안한가요, 윌리엄스? 더 이상은 힘겨워 말고 새로운 곳에서 현재를 맘껏 즐기세요. 부디 평안히."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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